연기군민 행정수도 투쟁은 계속된다

조치원역 광장 촛불집회 24일째

등록 2004.12.20 15:11수정 2004.12.21 20:59
0
원고료로 응원
a 투쟁 열의가 느껴지는 연기군 서면 사람들

투쟁 열의가 느껴지는 연기군 서면 사람들 ⓒ 장승현

충남 연기군 조치원역에서는 신행정수도 지속 추진을 위한 촛불 집회가 24일째 열리고 있다. 11월 25일부터 밝히기 시작한 촛불이 아직도 사그라질 줄 모르고 이제는 겨울을 맞아 천막을 걷고 컨테이너를 놓고 장기적인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단식과 군민 궐기대회, 상경투쟁을 마치고 소강상태를 이룬 건 사실이지만 엊그제 18일부터는 군민들의 투쟁 열의가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이날 서면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집회에 참석을 했는데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한 인원들이 150명 정도가 되었다. 앰프도 출력이 좋은 나팔수 앰프로 바꾸고 겨울을 맞아 모닥불을 피우고 고구마도 구워먹고 커피도 끓여 추운 겨울을 준비하는 듯했다.

a 자발적으로 촛불에 불을 당겨 나누어 주는 모습

자발적으로 촛불에 불을 당겨 나누어 주는 모습 ⓒ 장승현

6시가 되면 슬그머니 나타나는 자원봉사 팀들이 있다. 앰프 담당, 커피 타는 사람, 불을 피우는 사람, 청소를 도맡아 하는 사람, 주변에서 머릿수를 채워주는 노숙자 아저씨들…….

나팔수 스피커에서는 오늘도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윤민석의 최대의 히트 작. 역시 윤민석은 시사 음악에는 천재적이다.

선전 게시물 중에 제일 인기가 좋은 건 '디알북'을 인쇄해 전시한 게시판이다. 내용이 '조중동'을 비판하고 헌법재판소, 한나라당을 패러디한 내용인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10여분 동안 정독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서면 사람들은 이장들 중심으로 6시가 되기도 전에 준비해온 모닥불을 피운다, 커피 탈 물을 끓인다, 1000만인 서명운동을 준비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에, 오늘은 그동안 뜸했는데 서면 사람들이 이렇게 먼저 나서 주셔서 고맙습니다. 거, 앞으로 촛불을 하나씩 들고 나오세요. 모닥불 주위로 모이셔도 좋습니다. 구호 한 번 따라하시죠.”


“신행정수도 반대하는 한나라당은 해체하라!”
“지방분권 왜곡 보도하는 조중동을 끊어버리자!”

사람들이 구호를 따라하고 있었다. 나이 드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손자 손녀 며느리를 데리고 나와 생소한 민중가요를 따라 부르며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a 서명을 하고 계신 할머니

서명을 하고 계신 할머니 ⓒ 장승현

집회가 끝나갈 때 운동권들이나 부르던 민중가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인제 이 가사가 익숙한지 한 소절씩 흥얼거리고 있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a 추운 날씨에도 촛불을 들고 있는 시골 아이들

추운 날씨에도 촛불을 들고 있는 시골 아이들 ⓒ 장승현

집회가 끝나고 비대위의 김지훈(34·조치원읍 거주) 간사와 인터뷰했다.

“이제 행정수도 싸움은 2막에 올랐습니다. 그동안 투쟁과정에서 연기비대위는 타깃을 정확히 잡았습니다. 국가균형 발전이라는 국가의 중대사를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방해하려는 세력들, 한나라당, 조중동, 수구세력이 싸움의 대상이지 정부와 정치권은 주된 대상이 아닙니다. 어쨌든 그동안 개혁을 반대했던 세력들은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노무현 정권의 발목을 잡으려 하고 있습니다.”

연기대책위의 임비호 사무처장은,

“다시 문제는 한나라당입니다. 요 근래 충청권에서는 신행정수도 추진 문제를 가지고 여러 가지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충청권 자체가 자민련 소속 자치단체장이거나 한나라당 소속 의회가 대부분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은 연기 공주지역의 신행정수도 건설이 무산된 것이 마치 정부와 이기적이 정치권이라고 비판합니다.

다른 지역 행정수도 단체에서도 분명 성명서나 현수막을 보면 정부와 정치권은 각성하라는 식의 논지였습니다. 왜 정부와 정치권이란 말입니까? 정부는 분명 대선 공약 사항으로 신행정수도를 꾸준히 추진해왔던 걸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다만 한나라당이야말로 대선과 총선 때만 표를 의식하고 신행정수도에 동조해 특별법까지 통과시켜주다 총선이 끝나자 한나라당은 신행정수도 추진을 반대하고 헌법재판소에 제소했던 것입니다.

자기네가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통과시켜놓은 특별법을 가지고 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에 재소하고 거기에 박수까지 치고 이건 분명히 연기지역 군민들을 우습게 아는 작태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정부와 정치권이라고 지칭하며 비판하는 사람들은 되지도 않는 신행정 수도를 연기 지역민을 우롱하려고 시작했다고 주장합니다.

이 논지는 정말 한나라당이나 헌법재판소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으로 한나라당이나 헌법재판소는 정당하고 합리적인데 못돼 먹은 정부가 신행정수도를 가지고 사기를 쳤다고 주장합니다. 이 논리는 분명 한나라당이나 자민련 쪽의 논리로 자기네들의 잘못을 손가락으로 가리고 어떻게든 잘못이나 화살을 정부에게 돌리려는 수작인 것입니다.”

집회가 끝나고 서면 사람들은 오래간만에 만난 사람들을 찾아 저마다 술집으로 찾아가고 있었다. 왜 행정수도 위헌 판결이 순수하게 살아가는 시골 사람들한테 이처럼 분노를 하게하는지 기득권들은 반성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날은 추워 가는데 연기지역의 행정수도 투쟁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었다.

a 볼펜을 잡아본지 오래지만 열심히 서명을 하고 계시는 서면 사람들

볼펜을 잡아본지 오래지만 열심히 서명을 하고 계시는 서면 사람들 ⓒ 장승현

a "이제 고구마가 익었을 텐데 우리 손자라도 하나 건져 줘야하는데" 이거 겁나게 맛있슈~

"이제 고구마가 익었을 텐데 우리 손자라도 하나 건져 줘야하는데" 이거 겁나게 맛있슈~ ⓒ 장승현

a 이번 싸움에서 가장 열심인 홍순직 서면 비대위 위원장

이번 싸움에서 가장 열심인 홍순직 서면 비대위 위원장 ⓒ 장승현

a 단식을 마친 연기군 비대위 황순덕 상임대표

단식을 마친 연기군 비대위 황순덕 상임대표 ⓒ 장승현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2. 2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3. 3 "집안일 시킨다고 나만 학교 안 보냈어요, 얼마나 속상하던지" "집안일 시킨다고 나만 학교 안 보냈어요, 얼마나 속상하던지"
  4. 4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5. 5 겁나면 "까짓것" 외치라는 80대 외할머니 겁나면 "까짓것" 외치라는  80대 외할머니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