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이도 조절 실패 시험, 대안 조절에는 성공할까

[쟁점정리] 진정되지 않는 공인중개사 시험 논란

등록 2004.12.22 18:07수정 2004.12.2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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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11월 26일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난이도 조절 실패로 탈락자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15회 공인중개사 시험 무효를 주장하며 재시험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11월 26일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난이도 조절 실패로 탈락자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15회 공인중개사 시험 무효를 주장하며 재시험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공인중개사 시험의 난이도 조절 실패를 둘러싼 후유증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제15회 공인중개사 시험에서 불합격한 수험생들은 최근 건설교통부 홈페이지에 몰려가 대규모 사이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또한 23일엔 서울에서 항의집회를 개최하는 등 이들의 분노는 온-오프를 넘나들며 분출되고 있다.

반면 건설교통부는 재시험 실시만한 해결책은 없다고 보고 오는 내년 5월 재시험을 계획대로 시행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가산점 부여, 전년도 수준의 합격률 보장 등 수험생들의 요구사항은 현행법상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여기에 대한공인중개사협회와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 등 관련협회들까지 가세해 제15회 공인중개사 재시험 금지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이를 둘러싼 갈등이 난마처럼 얽히고 있다.

15일 건교부의 재시험 발표 이후 갈등 증폭

난이도 조절 실패로 야기된 공인중개사 시험 논란은 지난 15일 건설교통부가 2005년 5월 재시험 실시라는 보완대책을 발표하면서 오히려 증폭되는 양상이다. 보완책 발표를 기점으로 건교부는 관련 협회들로부터는 소송을 당할 처지에 내몰리고 있고, 수험생들로부터는 "6개월 생활비를 대신 내줄 거냐"는 비아냥 섞인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15회 공인중개사 시험에서 불합격한 수험생들의 요구사항은 불합격자들에 대한 가산점 적용 또는 평균합격률 수준만큼의 불합격자 구제로 요약된다. 10점 또는 20점의 가산점을 적용해줌으로써 합격기준인 매과목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 득점한 자를 구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니면 성적에 따라 역대 평균합격률 15%에 포함되는 불합격자는 합격처리 하는 것이 현재의 국면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양회을 15회 공인중개사 시험 공동투쟁연합 공동위원장은 2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수험생의 90% 이상이 이러한 요구에 찬성한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며 "이 요구안이 수용될 때까지 투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a 건설교통부 참여마당 홈페이지. 건교부의 재시험 실시 발표 이후 건교부 참여마당 홈페이지는 15회 공인중개사 불합격자들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건설교통부 참여마당 홈페이지. 건교부의 재시험 실시 발표 이후 건교부 참여마당 홈페이지는 15회 공인중개사 불합격자들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요구는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공인중개사시험 주관 부서인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60점 이상자를 합격시킨다는 공고가 나간 상태에서 시험이 치러졌다"며 "이를 위반하고 가산점을 준다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가산점이나 합격률의 정도에 따라서 형평성 시비에 휘말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더욱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관련 협회쪽 견해도 마찬가지다. 홍승훈 대한공인중개사협회 연구원은 "논의는 나올 수 있겠지만 그 자체가 논란의 소지를 일으키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가산점 적용의 위법 시비와 관련해 양 위원장은 "솔직히 5월 재시험 실시도 법에는 없는 내용 아니냐"고 반문한 뒤 "건교부 장관의 의지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평행선 달리는 수험생과 양대 중개협회

건교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2005년도 5월 재시험 실시 방침도 논란거리다. 수험생들과 협회쪽은 서로 상반된 이유로 재시험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수험생들은 내년 5월까지 6개월 동안 또 한차례 학원비와 시간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반면, 협회쪽은 공인중개사의 과다배출이 우려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협회쪽은 재시험이 예정대로 실시될 경우 소송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건교부와 협회간 법률공방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승훈 연구원은 "법적인 하자가 있다"면서 "재시험과 관련해 현재 법률적 검토를 진행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교부는 위법 논란 가능성을 전혀 부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명문 규정이 없다는 법률상의 한계,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수혜적 의도 등을 두루두루 살피면 위법논란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한번 불합격한 사람에 대해 반드시 다시 자격을 줘서는 안된다는 명문 규정이 없고, 뜻하지 않게 상대적 피해를 본 사람을 구제하자는 취지이므로 가능하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대안도 각양각색, 공통분모는 어디?

갈등의 첨예함을 방증이라도 하듯 대안을 둘러싼 각 이해당사자들의 견해에서도 공통분모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다.

협회쪽은 난이도 조절 실패 등 공인중개사 시험 절대평가에 대한 대안으로 상대평가제 재도입을 요구했다. 상대평가제의 재도입으로 합격자의 과다양산을 막겠다는 의도다.

홍승훈 대한공인중개사협회 연구원은 "IMF 위기 당시 정부의 실업자 구제책의 일환으로 격년제 상대평가 제도가 매년제 절대평가로 전환됐다"고 소개하며 "이로 인해 공인중개사가 과다배출됐고 중개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혔다"고 절대평가 제도의 한계를 짚었다. 특히 자격증 대여와 같은 불법행위의 양산도 이같은 절대평가제도 도입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하면서 "국민이 편익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라도 상대평가제 재도입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문성 강화를 위해 일부 시험과목의 변경 등도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연구원은 "세계화 추세에 맞춰 영어 시험을 포함시키고 해당 물건의 권리분석을 위해 민사집행법도 추가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수험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시험과목을 확대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부는 비전문성 문제에 따른 폐해를 차단하기 위해 주관기관을 건교부 산하 한국토지공사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또한 출제기준을 표준화하고 과목별 출제비중을 투명하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그러나 상대평가제도의 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상대평가제도가 좋긴 하지만 국가 방침상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시험을 제외한 대다수의 자격증 시험이 절대평가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험생쪽도 상대평가제도의 도입은 자격증제도의 전반적인 취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양회을 15회 공인중개사 시험 공동투재연합 공동위원장은 "기본소양을 갖추고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자격이 결정돼야지 진입금지로 가서는 안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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