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더이상 흘릴 눈물도 없습니다"

국보법폐지 단식농성단 100명의 '단식동참 사연'

등록 2004.12.23 22:29수정 2004.12.24 11:45
0
원고료로 응원
국가보안법 연내폐지를 위한 단식농성장, 23일 국보법 처리를 포함한 4자회담이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참가자들이 국회에 바라는 점 등을 종이에 적고 있다.
국가보안법 연내폐지를 위한 단식농성장, 23일 국보법 처리를 포함한 4자회담이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참가자들이 국회에 바라는 점 등을 종이에 적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우리 아이에게 사상의 자유를 누리게 하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를 통일된 나라의 주인공으로 살게 하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에게 민주와 인권이 보장된 사회를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그런 바람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 우리 엄마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18일 동안 국가보안법 연내폐지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힘을 모아주십시오, 우리의 염원이 정치권의 야합에 무너지지 않게 말입니다. 그리고, 2005년 국가보안법 없는 새해에 우리 아이를 한품 가득 안을 수 있게 꼭 힘을 모아주십시오..."


위 글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단식농성단에 참여하고 있는 한 엄마의 바람을 적은 것이다. 여의도의 칼바람을 이겨내며 국가보안법폐지를 위해 1000여명이 단식투쟁을 벌여 온지 18일째. 그들이 염원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23일 오후 1시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 모여 앉은 그들은 국가보안법이 폐지돼야 할 갖가지 이유를 적어냈다. 그중 가장 감동적인 것들은 '엄마의 마음'이 드러나는 글.

'너희를 사랑하는 엄마가'란 아이디로 의견을 적은 참가자는 "진아. 명환아 크리스마스에 함께 있지 못해 미안해. 진이 말대로 엄마아빠 이제 아홉밤만 지나면 만날 수 있을 거야"라며 "엄마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열심히 싸우고 있어. 1월1일이면 만날 수 있을 거야 사랑해. 너무 보고 싶어"라고 아이들과의 빠른 재회를 기대했다.

'서울에서 엄마가'란 아이디로 의견을 적어 낸 참가자는 "세희야. 너희들이 살아갈 세상을 악법이 없고 차별이 사라지고 평화와 평등이 넘치는 곳으로 만들고자 엄마는 서울에 있어"라며 "사랑한다. 너만큼은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만들고 내려 갈게"라는 안부를 전했다.

'서울농성단에서 엄마가'란 아이디로 의견을 적어 낸 참가자는 "현창, 성민아 너희와 헤어진지 벌써 18일째야 저번 주 집회 때 만난 아들 많이 의젓해졌더구나"라며 "이웃과 나라를 사랑하는 이모 삼촌을 잡아가는 국가보안법을 엄마가 꼭 없애고 내려 갈게"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엄마의 마음 못지 않게 이틀 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도 컸다.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아이디를 쓴 한 참가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성탄절을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보내야 합니다"라며 "산타할아버지! 국가보안법 연내폐지의 선물을 우리 1000인 단식농성단에게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산타에게 '특별한' 선물을 요구했다.

이외에도 'hmh'란 아이디를 사용한 참가자는 "국가보안법은 마땅히 폐지돼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의 진정한 '국보'는 국보법이 아니라 1000인의 단식농성단과 우리를 지지하는 많은 국민들'이라고 주장했다.


'참소리'란 아이디를 사용한 참가자는 국가보안법은 "56년간 국민들의 생각을 가두어온 법"이라며 "많은 법률전문가, 세계인권단체 그리고 국민의 절반 가량이 반대하는 법"이니 연내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100여명의 단식농성자들이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적었다. 나머지 단식농성자의 의견은 오마이뉴스 '의견달기'란을 통해 볼 수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