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나르는 배달부》아침나라
한 문학평론가와의 우연한 만남에서 그는 기자에게 '모든 것은 말 아니냐'고 반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쉽게 수긍하지 못했는데 지금 가만히 생각해 보면 꽤 그럴싸한 말입니다. 사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우리는 누군가와 '말'을 나누며 살아가지 않은가요?
이렇게 세상에는 참 많은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많은 '말'들에는 '교훈적'인 요소들이 있습니다. 꼭 '가르치고 깨우침'이라는 사전의 정의를 의식하지 않고서라도 우리가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말의 많은 부분이 '교훈적' 요소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홍성중이 엮은 《행복을 나르는 배달부》는 여러 가지 다양한 교훈을 모은 책입니다. 책을 엮은 홍성중은 이전에 번역한 책 《사과나무 아래서》나 《내게 강같은 평화》에서 이미 드러난 꼼꼼한 독서가로서의 면모를 이 책을 통해 여지없이 드러냅니다.
책을 엮은이는 200여 쪽 남짓으로 구성된 이 책에 부처, 소크라테스에서부터 테레사 수녀에 이르기까지 세기와 공간을 넘나드는 다양한 인물들과 그들에 얽힌 다양한 일화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곁의 소박한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 있습니다.
이 책은 크게 세 가지 미덕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 가지 미덕은 이미 말한 바와 같이 다양한 독서경험을 바탕으로 가히 위인이라 불릴만한 인물에서부터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까지의 이야기를 책으로 끌어들여 우리의 좁은 독서경험을 보다 풍부하게 해 줍니다.
일생일대의 중요한 자리를 두고 경합을 벌이다가 탈락한 사람이 있었다. 사실 그는 경쟁자보다 더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불행을 하소연하고 다니지 않았으며, 자신의 능력이 더 뛰어남을 말하지도 않았다. 또 그 경쟁자를 헐뜯고 평생의 원수로 삼지도 않았다. 결과가 발표된 즉시 진심으로 경쟁자를 축하하여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그는 대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존경심을 얻어냈다.
- p.79 <실망 속에서도 희망을> 중에서
또 한 가지 특징은 책에서의 엮은이의 역할입니다. 책을 엮은 홍성중은 다양한 일화를 모아놓은 자료수집의 역할에만 그치지 않고 각 일화에 대한 자신의 감상과 그 일화의 핵심이 될 만한 교훈을 정리해주고 있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일화에 대한 엮은이의 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인생을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화가 났을 때 즉각적으로 화를 표시하는 것은 자신을 더욱 곤경으로 몰아가는 일이 될 것입니다. 사람들의 지지는 언제나 실망 속에서도
희망을 피력하는 사람에게 모아지게 마련입니다.
- p.79 <실망 속에서도 희망을> 중에서
그런가하면 이 책의 미덕이자 가장 큰 특징은 대개의 경우 각 일화에 붙은 제목과 그 내용이 한 페이지를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한 자리에서 책 한 권을 몽땅 읽어 내려가는 독서가는 물론 다른 일로 우왕자왕하는 이들에게도 어울릴만합니다. 하나의 일화를 읽는데 몇 분 이상이 걸리지 않으며 고도의 집중이 필요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책의 첫머리에서 엮은이 홍성중은 "길 가운데 버려진 돌을 치우는 일, 타인을 좋은 길로 인도하는 일, 담장 밑에 예쁜 꽃 한 송이를 심는 일, 헐벗은 사람에게 나의 점심값을 흔쾌히 주어버리는 일이 모두 행복일 수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어서 '행복을 나르는 배달부'는 우리에게 결코 오만하지 않은 충고를 합니다. "행복을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사실 큰 행복이 한꺼번에 찾아오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작은 행복을 매일 찾아가는 길은 오히려 쉽습니다"라고 말입니다.
깨끗하게 정리된 책상 위에 이 책 한 권을 남겨두고 싶습니다. 가까이 남겨두었다가 '과연 행복이란 무엇일까'하는 회의적인 생각이나 의문이 들 때 다시 책을 펼쳐봐야 하겠습니다. 어쩌면 이 책은 제 삶의 작은 바이블이 될지도 모릅니다.
행복을 나르는 배달부
홍성중 지음,
아침나라(둥지),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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