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 마련된 4자회담장에서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 천정배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김덕룡 원내대표가 사진촬영을 위해 나란히 서 있다.권우성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열린우리당의 국가보안법 당론 변경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4자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관심이 집중됐으나 24일 회담에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2시간40분 가량 진행된 3차 회담에서 국보법과 신문관련법에 관한 논의가 오갔으나 양측은 이렇다할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은 약간의 개정안이고 우리는 폐지 후 형법보완이기 때문에 거리가 너무 멀다"고 대체법안 등 당론변경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어 천 원내대표는 "우리당이 대체입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초입에 들어섰을 뿐"이라며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다"는 말로 여지를 남겼다.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대체입법안이 논의되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쪽에 물어보라"는 말로 묘한 여운을 남겼다.
여야 지도부는 주말·휴일에도 회담을 열고 국보법을 비롯한 4대 법안에 관한 절충을 시도할 예정이다.
국보법 협상 "아직은 거리 멀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이후 4자회담에 임하는 한나라당의 분위기는 한층 고무되었다. 전날 열린 당·정·청 지도부 만찬회동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보안법에 대해 '오랫동안 숙제였는데 쉽게 해결되겠느냐, 차근차근 해결하는 게 좋겠다'고 발언한 것을 열린우리당의 '국보법 폐지 연내처리' 당론에 어떤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고 해석한 것.
이날 열린 4자회담에 5분 일찍 도착한 박근혜 대표는 열린우리당 협상 대표단을 기다리던 중 기자들에게 "노 대통령의 발언을 환영한다"며 "가장 중요한 게 경제이고, 민생이 어려운데 경제에 올인하는 것이 남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대통령이 국민통합과 경제에 올인한다면 야당으로서도 최대한 법안을 합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우리도 협력할 준비가 되어있다, 그동안은 막느라고 바쁘지 않았나"라고 이날 회담의 의제인 국보법 협상에 여유를 보였다.
김덕룡 원내대표 역시 "우리가 좀 일찍 왔다"고 운을 뗀 뒤 "우리가 좀 빚을졌다, 협상은 한발씩 한발씩 나가는 것이니 오늘은 진전이 있을 거라고 본다"고 협상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예정된 시간인 3시 정각에 회담장에 도착한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는 다소 굳은 표정이었다. 이부영 의장이 기자들을 향해 "메리크리스마스 해피뉴이어"라고 인사말을 건내자 잠시 웃음이 터졌다.
이어 기자들의 '오늘 선물을 주실 게 있냐'는 질문에 이 의장은 "실질적인 것은 회담 안에서 얘기해야지 기자들에게 먼저 얘기하면 회담의 김을 뺄 수 있다"는 말로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예정보다 늦게 시작했으니 축약해서 협상을 진행하고 예정된 시간(5시)에 끝내겠다"고 말했다.
3시10분께 회담은 비공개로 들어갔다.
박근혜 "노 대통령에게 최대한 협력하겠다" 여유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