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스님이 산타클로스?

육군 을지부대 김대성 법사 "행복 선물하는데 종교가 따로 있나요?"

등록 2004.12.25 08:30수정 2004.12.2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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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법사님이 산타클로스로 변신해 원생들에게 선물을 주고 있다.

법사님이 산타클로스로 변신해 원생들에게 선물을 주고 있다. ⓒ 김옥희


크리스마스를 맞았지만 경기 침체와 혹한의 날씨로 사람들의 마음 속까지 춥게 느껴지는 가운데, 육군 을지부대에는 불당에서 염불을 외우시던 법사가 '산타클로스'로 직업 변경을 선언해 눈길을 끌고 있다.


특별한 사연의 주인공은 을지부대 사단 법사 김대성(30·군종 60기) 중위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법당예하 연꽃유치원 원생들의 집을 직접 찾아다니며 정성스럽게 준비한 선물을 주고, 사단 장병들을 찾아 사탕, 과자 등 작지만 따뜻한 선물로 소중한 관심과 부모님의 사랑을 대신 보여 주었다.

처음에는 법사이면서 군인이라는 특별한 신분 때문에 본인도 어색해 했을 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들에게도 이색적이어서 웃음을 자아냈지만, 아이들과 소중한 만남을 가지면서 이미 종교를 벗어나 '사랑의 전도사'로서 따스한 성탄절을 맞게 되었다. 특히 병원에 입원해 있는 병사들과 헌병대에서 소중한 참회의 시간을 보내는 병사들에게는 누구보다도 의미 있는 손님으로 기억되었다.

a 연꽃유치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법사님 모습

연꽃유치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법사님 모습 ⓒ 김옥희


원생들은 평소와는 다른 스님의 모습으로 알아보지 못하며, 마냥 즐거워했다. 사단 방공중대 정비탄약반장 자녀인 양혜주(6)양은 "산타할아버지가 집에 찾아오셔서 너무 좋고, 할아버지가 주신 양말과 도시락통이 맘에 들어요"라며 연신 웃음을 보였다.

편도선염으로 크리스마스에도 입원해 있어야 하는 최현진(21) 이병은 "집에서 떠나 있으니 명절이나 크리스마스에 더욱 외로운데, 법사님이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찾아주셔서 빨리 완쾌해서 건강하게 임무를 수행해야겠다"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a 사단예하 군병원을 방문해 환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단예하 군병원을 방문해 환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 김옥희


김 법사는 "연말 외롭고 힘든 장병들을 찾아서 희망을 선물하고, 어린이들에게 미래의 꿈을 심어주는데 종교가 따로 있겠습니까? 이런 활동이 다 부처님의 사랑을 전하는 거지요"라며 부처님의 온화한 미소로 주변 사람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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