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성탄 되길"

기독교단체 25일 영등포 쪽방지역에서 연합예배

등록 2004.12.25 20:09수정 2004.12.26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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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성탄절을 맞은 서울 영등포 일대 빈민지역인 일명 '쪽방촌'.  ⓒ2004 오마이뉴스 남소연

성탄절을 맞은 서울 영등포 일대 빈민지역인 일명 '쪽방촌'. ⓒ2004 오마이뉴스 남소연

'나눔, 희생, 사랑, 평화'라는 성탄절의 참뜻을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행사가 서울 영등포 일대 빈민지역인 일명 '쪽방촌'에서 열렸다.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KNCC 인권위원회, 반전평화기독연대, 생명선교연대, 영등포산업선교회 등 40여개 기독단체·교회는 25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영등포역 뒷편 쪽방촌 입구에서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성탄절 연합예배'를 열고 사랑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예배에는 쪽방촌 주민들은 물론 실직 노숙인들과 이주노동자, 중국 재외동포, 비정규직 노동자 등 경제·사회적으로 고난을 당하는 이웃 300여명이 참여, 삶의 현장에서 연대를 나누고 성탄절 의미를 되새겼다.

연합예배준비위원회측은 "교회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현실에서 교회의 존재 의미와 성탄절의 참된 뜻을 일깨우는 작은 계기가 마련되길 바라는 차원에서 오늘 행사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기독단체들은 지난해 말에는 이라크파병 반대를 위한 연합 성탄예배를 개최했다.

a 성탄예배에는 쪽방촌 주민들은 물론 실직 노숙인들과 이주노동자, 중국 재외동포, 비정규직 노동자 등 경제·사회적으로 고난을 당하는 이웃 300여명이 참여, '나눔, 희생, 사랑, 평화'라는 성탄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성탄예배에는 쪽방촌 주민들은 물론 실직 노숙인들과 이주노동자, 중국 재외동포, 비정규직 노동자 등 경제·사회적으로 고난을 당하는 이웃 300여명이 참여, '나눔, 희생, 사랑, 평화'라는 성탄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a `햇님이(오른쪽)`의 노래로 영등포 일대 빈민지역인 일명 `쪽방촌`에 성탄절 메시지가 전해지자, 예배 참석자들이 밝은 표정을 하고 있다.

`햇님이(오른쪽)`의 노래로 영등포 일대 빈민지역인 일명 `쪽방촌`에 성탄절 메시지가 전해지자, 예배 참석자들이 밝은 표정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박천응(목사)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상임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연합예배와 성탄절 메시지 낭독, 봉헌, 급식행사 등으로 진행됐다. 기도 순서에서는 필리핀, 스리랑카, 몽골, 중국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자국어로 기도문을 낭독해 눈길을 끌었다.

"하나님은 어려운 사람에게 먼저 찾아온다"

김문수 의원 연단 못오른 이유
"국보법 사수 국회의원 올라갈 수 없다"

이날 연합예배에는 한나라당 민생대책위원회 위원장과 민생정치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김문수 의원도 참석,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오후 3시 예배 시작부터 참가자들 사이에 앉아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러다 행사가 끝날 무렵 김 의원은 주최측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연단 근처로 왔다.

그러자 광야교회 임명희 목사가 김 의원에게 인사말을 청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일부 목사들이 "국가보안법을 사수하자고 주장하는 국회의원은 무대에 올라갈 수 없다"고 제지했기 때문.

결국 김 의원은 무대에 오르지 못했고, 급식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입고 있던 앞치마도 벗었다. 김 의원은 "개인적으로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KNCC 총무인 백도웅 목사는 "하나님은 따스하고 호화롭고 큰 곳보다 여기 있는 여러분처럼 어려운 사람에게 먼저 찾아온다"면서 "고난과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걸 기억하며 용기있게 살아서 더 윤택해질 수 있도록 축원한다"고 격려했다.


이날 주최측은 성탄예배 참가자 일동으로 발표한 성탄절 메시지를 통해 "예수님이 이땅에 오셔서 인류에게 보여준 가르침은 어려움에 처한 이들과 연대하여 나눔과 희생, 사랑을 통한 진정한 하나님의 평화를 구현하는 것"이라며 "성탄의 기쁨을 이 땅의 모든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나누자"고 밝혔다.

이들은 "이 시대는 여전히 전쟁과 테러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힘이 지배하고 있다"면서 "이념의 장벽을 허물어내지 못해 수구세력의 준동 앞에 하루 아침에 국회의원을 간첩이라고 큰소리로 떠들어도 되는 비상식의 시대"라고 비판했다.


또 "힘겹게 살아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한숨과 이주노동자들의 고통과 쪽방에서 가난과의 눈물겨운 싸움과 거리로 내몰린 노숙자들의 탄식으로 하루하루를 두려운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올해 성탄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힌 뜻을 되새겨 모든 갈등과 불화가 종식되기를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a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박수현 목사가 성탄예배 무대에 올라 축도를 하고 있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박수현 목사가 성탄예배 무대에 올라 축도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a 연합예배준비위원회측이 성탄예배를 마친 뒤 참석자들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연합예배준비위원회측이 성탄예배를 마친 뒤 참석자들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로또복권이라도 당첨됐으면.."
철거위기 속 영등포 '쪽방촌'...지원대책 강구해야

▲ 영등포 '쪽방촌'에서 빈민구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광야교회'
ⓒ오마이뉴스 남소연
영등포역 뒷편 고가도로 아래 영등포1동과 2동을 중심으로 형성된 빈민지역. 지난해까지 750여개의 쪽방이 있었으나 올해 초 철길 50m 부근에는 주거지를 설치할 수 없다고 해서 250여 가구가 강제 철거됐다.

현재 그 자리에는 나무가 심어져 있다. 이후 500여 가구의 쪽방 주민들이 있다. 이들은 독거노인, 장애인, 전과자, 알콜중독자, 부랑인, 실직가장 등이 대부분이다. 또 영등포역을 중심으로 200여명의 거리 노숙인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 지역은 서울에서도 대표적인 빈민지역으로 손꼽히며 우리 사회 가장 가난한 이웃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자 한국 사회의 상징적인 고난의 현장이라고 '성탄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측은 밝혔다.

'쪽방촌'에서 빈민구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광야교회' 임명희 목사는 이날 영등포구청의 일방적 쪽방철거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 일대 주민들에 대한 거주 및 보상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임 목사는 "올해도 구청측이 70개 가구를 철거하려 했으나 예산이 없어 내년 중반으로 연기된 상태"라며 "여기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보상을 해주던가 대책을 마련해놓고 철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 본격적인 '쪽방' 철거가 시작되면 광야교회도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임 목사는 "주거지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조건 철거만 하는 것을 보면 힘없는 사람들은 나무 한 그루보다 못하고 부잣집 강아지 한 마리보다 못한 미미한 존재로 여겨지는 듯해서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쪽방촌에 자리잡은 광야교회는 하루 700명의 쪽방주민과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하루에 들어가는 쌀 소비량만 7포대. 공공 지원없이 협력교회 후원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임 목사는 소개했다. 임 목사는 "시, 구청은 물론 관심갖고 오늘 찾아온 김문수 의원 등께서 어려운 이들의 주거문제 등에 대한 지원책을 강구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날 쪽방촌의 한 주민은 "철거되면 어려워질 텐데 로또복권이라도 당첨돼서 교회를 세우고 집을 짓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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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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