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우원식 의원이 운영하던 '알 서점'은 당시 옆집에 있던 '오늘의 책'과 함께 연세대 학생들로부터 널리 사랑받았던 사회과학서점이다. 알 서점은 우 의원을 비롯한 여러 연세대 동문이 함께 운영했다. 이번 총선에서 경기 안산에 출마했던 김영환 전 의원도 대주주로 참여했다고 한다.
알 서점은 85년 당시 한달 300만원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장사가 잘 됐다. 우 의원은 "평당 매출로 하면 전국에서 제일 잘됐을 것"이라며 자랑스러운 기색이었다.
이같이 매출이 높았던 것은 이익금의 운동 환원이 학생들로부터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당시 알 서점은 여러 지하 노동운동을 지원했는데 우 의원은 "(받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주진 않았지만 (현재 정치인 중에도 알 서점과) 연결된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님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알'의 의미에 대해서 우 의원은 "솔직히 얘기하면 '레볼루션'의 R"이라고 뒤늦게 고백했다. 당시로서는 과격한 이름인지라 손님들이 "레볼루션 맞죠?"라고 물어올 때마다 우 의원은 "그럴 수도 있다"고만 대답했었다. 또한 '알'은 '알다', '우리 시대의 알이 되자'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우 의원이 이렇게 잘 나가던 서점을 그만둔 것은 경찰의 끈질긴 압력 때문이었다. 우 의원은 "너무 많이 찍혔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당시 정보기관은 '알 서점이 운동의 자금줄이고 노학연대의 고리'라고 보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들은 수시로 서점을 수색하고 책을 압수했다. 이같은 압박에도 서점이 계속 운영되자 경찰은 아예 서점 문 앞에 정복 차림으로 서서 위협을 했고, 알 서점 표지로 책을 싼 학생들은 무조건 검문하기도 했다. 결국 우 의원은 다른 사람에게 서점을 넘기고 수배를 피해다녔다.
우 의원은 "<세계철학사>나 <사이공의 흰 옷> 같은 게 나오면 하루만에 500권이 팔리곤 했다"며 "당시에는 서점이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라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문화공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90년대 이후 사회과학서점이 대부분 사라진 것에 대해 "요즘 학생들이 공부를 덜 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내며 "한참 학생운동에서 주사파의 경향이 강해지면서 철학을 깊이 쌓기보다 너무 행동으로만 나가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이 책방 주인의 안목으로 추천한 책은 <아리랑>과 <사이공의 흰 옷>. 당시에도 아주 감동적으로 읽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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