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특감서 '주의' 조치..'전두환 미화' 칼럼도

[분석] 박기정 언론재단 이사장 재선임 놓고 자격 논란

등록 2004.12.27 14:26수정 2004.12.2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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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박기정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박기정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 권우성

한국언론재단이 새 이사진 구성과 관련, 적법성 논란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박기정 현 이사장이 비위혐의로 감사원으로부터 특별감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자격론 시비까지 일고 있다.

박 이사장은 지난 5월 문화관광부가 감사원에 의뢰해 실시한 특별감사에서 6가지 항목에서 주의조치, 기관경고 조치, 권고조치 등을 무더기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추진비 골프장, 유흥주점, 주말 사용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당시 감사결과에 따르면, 언론재단은 ▲연도별 인건비 예산잔액(매년 4억여원)을 퇴직급여 충당금으로 적립하지 않고 이월 집행하거나 퇴직금여 충당금 과소 계상(12억원) ▲2002년 언론문화발전수당 신설 등 정부투자기관 예산편성지침에 어긋나게 공공부문 임금상승률 가이드라인(6%)보다 7%를 초과해 13% 임금인상 ▲안식휴가(10년, 20년 이상 근속자)일수를 10일에서 20일로 확대하는 등 과다한 유급휴가 제도 운영 ▲손비인정 한도액을 초과해 섭외성 경비 편성·집행 ▲임원 업무추진비 사용용도 불명하게 처리 ▲프레스센터 회의장을 별도 조치없이 무료대관 등의 항목에서 조치를 받았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목은 손비 한정 한도액을 초과해 섭외성 경비를 편성·집행한 것과 임원들의 업무추진비 처리. 감사원은 언론재단이 2003년부터 2004년 사이에 섭외성 경비에서 손비인정 한도액을 2억7천만원 초과해 7200만원의 법인세 추가 부담금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 임원들의 업무추진비가 집행목적과 집행대상 등을 '유관기관·단체접대' 등으로 불명확하게 처리한 점을 적발하고, 앞으로 용도가 명확하게 기재된 지출 증빙서류를 첨부하도록 지침을 개정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통보했다.

특히 일부 임원들이 사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에 대한 감사도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 업무추진비 대상은 총 275건. 또 업무외 시간대인 토·일요일 사용목록이 249건이고, 유흥주점 21건, 골프장 5건 등이다.


이중 골프장 이용은 박기정 이사장 3회, 노정선 사업이사 2건 등이다. 이들 임원이 토·일요일에 쓴 법인카드 사용액은 2002년과 2003년 사이에 2300만원에 이르렀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 "(해당 임원들이) 공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소명한 내용을 조사·확인할 방법이 없어 증빙자료 구비 소홀에 대해 지침 개정을 통보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처리결과를 밝혔다.


그러나 감사결과에 드러나지 않은 추가 비위혐의도 있다는 게 당시 감사를 맡았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박 이사장은 해외출장을 가면서 부인 등 가족을 동반했던 사실도 적발됐으나 감사 결과에는 적시되지 않았다.

a 동아일보 8월 29일자 1면 머릿기사 '새 시대에의 기대'. 박기정 이사장이 직접 썼다.

동아일보 8월 29일자 1면 머릿기사 '새 시대에의 기대'. 박기정 이사장이 직접 썼다. ⓒ 동아일보 PDF

박기정 이사장, 80년 '전비어천가' 부역행위 논란도

한편 이번 재선임 논란과 관련, 청와대 등 정부 압력설을 제기하며 안팎의 퇴진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박기정 이사장이 80년대 <동아일보> 기자 시절 신군부를 미화하는 기사를 썼던 것으로 밝혀져 언론인 윤리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80년 8월 29일 <동아일보> 1면. 광주민주화항쟁을 무력으로 짓밟은 전두환씨가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5공화국을 정식 출범시킨 직후이다. 박 이사장은 당시 <동아일보> 1면에 '새 시대에의 기대'라는 제목의 연재를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 집권을 합리화하는 기사를 직접 썼다.

부제 '전두환 대통령의 출범과 과제-복지국가의 건설'을 단 이 기사에서 박 이사장은 "지도층이 수범·의식구조전환할 때..재원확보가 큰 숙제"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가 쓴 기사의 마지막 단락이다.

"지난 28일부터 전 대통령은 통치자로서의 집무를 시작했다. 그는 창업과 수성을 동시에 수행해나가야 할 중책의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전 대통령은 '우리가 가야할 길은 우리의 문화적 토양속에 뿌리를 내리고 모든 사람들이 건전하고 풍요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으며 근면성실한 사람이 정당한 대우를 받는 정의로운 사회이며 이것이 바로 본인이 생각하는 민주복지국가이다'라고 2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은 대통령 당선 축하 리셉션에서 또다시 분명히 강조했다. 전 대통령의 이러한 강조가 민족사에 깊이 뿌리내리기를 많은 사람들이 기원하고 있는 것 같다."

언론재단의 한 관계자는 "80년 신군부 때 전두환을 찬양하는 기사를 직접 썼던 사람이 이제 와서 정부가 언론탄압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게 말이나 되느냐"며 "박 이사장은 자리보전을 위해 마치 자신이 참여정부 코드와 맞지 않아 축출당하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조선, 동아일보는 또 박 이사장의 이런 주장을 대문짝만 하게 실어서 박 이사장이 마치 언론자유의 투사인양 묘사하고 있는데 실상 박 이사장은 진작에 물러났어야 하는 부역언론인"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언론재단의 관계자는 "지난 5월 특별감사에서 박 이사장 등이 골프장이나 단란주점 가는데 업무추진비를 쓰고 주말에 거액의 돈을 쓴 것이 드러났는데도 문화부가 그냥 봐준 게 여기까지 온 셈"이라고 문화부의 책임론도 제기했다.

그는 이어 "박 이사장은 언론재단 발전과 언론개혁을 위해 더 이상 추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스스로 물러나는 게 현명한 처사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이사장 "비위혐의 다 석명됐다..지난 감사결과를 왜 이제 들춰내나"

한편 이같은 지적에 대해 박 이사장은 "이미 다 석명(사실을 설명하여 밝힘)된 것"이라며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박 이사장은 지난 2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나친 임금인상과 안식휴가 확대조정, 퇴직금여 충당금 소요액 과소 계상 등은 내가 오기 전 이사진이 노조와의 단체협약에서 체결한 내용을 집행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해외출장 때 가족동반 의혹에 대해서는 "휴가기간에 내 돈으로 간 것"이며 "공무와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사적용도로 의심되는 업무추진비 집행 지적에 대해서는 "업무추진비로 골프장에 간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언론재단 지부(위원장 정민)는 27일 오후 3시 노사협의회를 열고 박 이사장에게 자진사퇴를 거듭 촉구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박 이사장이 "원칙에 따라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기존 뜻을 굽히지 않아 문화부와의 정면대결 양상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 이사장은 27일 오전 9시30분 열린 간부회의에 참석,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팀장급 이상 간부가 참석하는 주례회의에 이사장이 직접 참석한 것도 이례적이다. 박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노조와 만난 뒤 원칙에 따라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만 짧게 언급한 뒤 회의장을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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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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