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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시 별량면 우명마을. 여느 어촌마을 처럼 이곳 우명마을 역시 작은 포구와 고깃배 몇 척이 마을을 지키는 작은 어촌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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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명마을 포구 ⓒ 김학수
한적한 바닷가 마을 어귀에 아직도 추수를 하지 않은 나락들이 벼이삭을 매단 채 12월 바닷가 칼바람을 맞고 있다. 도대체 이 논의 주인은 무슨 연유로 수확의 결실을 맛보지 않고 지금껏 무관심하게 논농사를 방치하고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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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확하지 않은 이씨의 논 ⓒ 김학수
이 논은 우명마을 이씨 소유의 논이었다. 농토가 작다보니 이씨는 논농사보다는 순천만 바닷가 갯벌에서 얻는 어패류로 그럭저럭 생활을 꾸려나갔다.
그리 많은 양은 아니지만 자연에서 얻는 수확의 만족을 기쁨으로 알았던 이씨에게 뜻하지 않은 불행이 닥쳐왔다. 늦가을 이씨가 살던 집에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한평생을 이 집에서 살아온 이씨는 하루 아침에 보금자리를 잃고 자식들과 함께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나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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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재로 비워진 이씨의 집 ⓒ 김학수
논농사 수확을 앞두고 당한 어처구니없는 화재발생이 어쩌면 이씨로 하여금 수확의 의욕조차 송두리째 앗아가버렸는지 모른다. 수확을 멈춰버린 이씨에게 동네 사람들이 수확의 일손을 도와주려 했으나, 이씨는 한사코 손을 내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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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명마을 사람들 ⓒ 김학수
"내가 저 갯벌 덕에 한평생을 먹고 살수 있었응게 우리 논 나락은 저 갯벌에 날아드는 새들한테 주고 갈라요."
다사다난 했던 2004년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극심한 불황 탓에 연말 불우이웃돕기 온정이 예년만 못하다는 소식들이 살갗에 와 닿는 찬바람처럼 마음을 더욱 웅크리게 한다.
오늘 우리는 우명마을을 떠나며 이씨가 자연에 베푼 작은 사랑의 실천을 보고 배워야 한다. 자연에서 삶의 터전을 제공받고 살다가 그 터전을 자연에 되돌려주고 떠나가는 이씨의 아름다운 뒷모습의 의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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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명마을의 이색적인 이정표 ⓒ 김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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