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교수는 "국가보안법은 '폐지하라'가 아닌 '폐지하자'고 하는 게 맞다"며 "국가보안법 폐지하자!"란 구호를 외쳤다.이민우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20년간 복역했던 신영복(성공회대) 교수는 "4·19 때 학생으로 이곳을 걸었는데, 20년 감옥살이를 하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다시 이 자리에 서니 감회가 새롭다"며 특유의 부드러운 말투지만 힘있게 말했다.
"국가보안법은 출발부터 악랄한 역할을 했습니다. 아직도 국가보안법은 통일과 민주의 양심을 억누르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을 영원히 없애려는 여러분의 함성이 고무적입니다. 저도 구호 하나 하겠습니다. 국가보안법은 '폐지하라'가 아닌 '폐지하자'고 하는 게 맞습니다. 국가보안법 폐지하자!"
집회 참가자들은 신 교수의 선창에 따라 구호를 외쳤다.
"국가보안법 폐지하자!"
이어 손호철(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베네수엘라에서 세계진보적 지식인들의 모임에 참여했다"고 말문을 연 뒤 "그곳에서 외국의 지식인들한테 아직도 국가보안법이 남아 있느냐는 얘기를 듣고 부끄러웠다"고 털어놨다.
"어떻게 노벨평화상을 받은 대통령도 있고, 민주주의 한다는 나라에서 아직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않을 수 있느냐는 거였습니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진보가 아닙니다. 국보법 폐지는 자유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것이기에 수구와 보수의 문제입니다."
황상익(교수노조 위원장) 교수는 "우리는 오랜 세월 감옥에서 살고 있는 것"이라며 "감옥에서 20년 넘게 옥살이를 하신 분도 있지만 감옥 밖이라고 해도 자유롭진 못한 세월이었다"고 말했다.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독재 정권은 무너졌지만, 더 질긴 놈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국가보안법입니다. 제가 쉰두 살인데,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네요. 앞으로 한 25년은 더 살텐데, 남은 생은 제대로 된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국가보안법을 반드시 연내에 폐지합시다."
연대사를 한 이석태(민변 회장) 변호사는 "언제까지 국가보안법의 족쇄에서 살아야 한단 말인가"라며 "우리 변호사들도 교수님들과 함께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를 위해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유초하(충북대 철학과) 교수와 김정인(학술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 교수가 함께 낭독한 성명을 통해 "국가보안법을 연내에 폐지하여 역사의 새로운 문을 활짝 열자"고 선언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성명에서 "이제 사흘밖에 남지 않은 기간 안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법안의 직권상정 권한을 지닌 국회의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김원기 의장은 자신에게 부여된 시대적 사명을 받아들여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를 위해 직권상정을 결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한 "우리는 감시와 억압, 반민주의 역사를 끝장내고 인권의 시대, 평화통일의 시대를 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한 뒤, "냉전수구세력이 우리의 미래를 저당 잡는 오욕의 역사를 종식시키자"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