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을 앞둔 싱글이 2004년을 보내며

등록 2004.12.29 15:58수정 2004.12.2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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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한 해도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1년 365일을 돌이켜 보면 예년 못지않은 무수한 삶의 계획과 목표들이 있었을텐데 지나고보니 결과물은 역시 신통치 않은 것 같다. 역시 세상살이라는 것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는 것을 여실히 깨닫게 된다.

내게 있어 2004년도는 김광석의 명곡 '서른즈음에'의 감회와는 또 다른, 불혹(不惑)의 나이를 바라보는 30대의 마지막 해였다. 뜻을 세우던 30대를 보내고 어떤 유혹에도 견딜 만하다는 40대에 접어드는 기로에 선 셈인데, 특별한 것은 여전히 나는 '싱글'이라는 점이다.

나와 같은 연대의 동기들은 대부분 가정을 꾸리고 초등학생 또래의 알토란 같은 자녀들을 키우며 살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선 남들이 먼저 간 길을 아직 딛고 있지 않은 나를 특별하게 생각할 때가 많은 것 같다. 나는 아주 자연스러운 '싱글'인데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2004년을 시작하던 지난 1월, <오마이뉴스>에 나의 일상과 운영하던 커뮤니티가 소개되었던 적이 있다. 지난 2000년부터 한 커뮤니티 포탈사이트에 '싱글'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운영해 오던 남다른(?) 전력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에겐 유별나게 보였던 것 같다.

이러한 시각에도 불구하고 결혼생활 자체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독신주의와는 달리, 능력이 될 때까지 혼자만의 삶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즐기다가 언제든지 좋은 상대가 나타나면 결혼하는,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으로 생각하는 '싱글'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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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싱글즈> 포스터

지난 2003년 7월 11일에 개봉되어 전국 관객 260만 명을 동원해 흥행에 성공한 영화 <싱글즈>는 이후 방송 3사를 포함한 미디어매체에 싱글을 테마로 한 프로그램 열풍을 불어왔다. KBS VJ특공대 '화려한 싱글이 좋다, 우리는 싱글즈'(2003년 8월 15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화려한 싱글, 그 삶의 조건'(2003년 8월 23일)은 대표적인 프로그램.

2004년에 들어선 여성라이프스타일 케이블TV 온스타일에서 '싱글즈인 서울'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싱글라이프를 심층 추적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서른을 넘긴 미혼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MBC수목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와 국내케이블 TV에도 소개가 된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라는 미국 트렌드코미디 드라마는 2004년도 한 해 높은 인기를 누렸던 프로그램이다. 또 지난 8월엔 국내 697만 싱글을 위한 첫 싱글전문잡지 <싱글즈>가 창간되기도 했다

5년마다 실시하고 있는 인구센서스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조사때 국내 1인 가구수는 222만 가구로 전체가구의 15.4%, 이중에서 미혼 1인 가구수는 43.5%인 100만 가구로 조사되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온라인 공간에서는 현재 약 2만여개의 싱글들만의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사회의 트렌드를 민감하게 추적하는 미디어 매체와 인구생태학적인 분석, 온라인 공간에서 형성되고 있는 커뮤니티 추세를 살펴보면 '싱글'은 더 이상 유별난 존재가 아니다.

2004년 동안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 준 싸이월드는 미니홈피의 강세속에 '싱글'들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최고의 각광을 받고 있다. 클럽 생성 붐도 뒤따라 '결혼 안 한 30대 모임' 등 결혼 적령기를 넘긴 30대 모임 등이 꾸준히 활성화되고 있다.

이제 2004년 한 해를 보내며 2005년 새로운 희망을 가슴에 안고 지난 1년을 정리해 본다. 불혹의 나이 40을 바라보는 '싱글'로서 한 해의 삶을 되돌아 보면 여러모로 일상에서 생의 동기부여를 받을 만한 일들이 많았음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젠 뜻을 세우는 '30대 싱글'의 시기가 지났으니, 유혹에 흔들림없이 세운 뜻을 이루어내는 '40대 싱글'의 삶을 살아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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