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법마저 상임위 상정 불발... 박근혜 대표 '결재거부'?

'북한·좌익' 조항 끝내 고집... 여 "유신독재의 망령" 맹비난

등록 2004.12.29 17:41수정 2004.12.2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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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입법안 중 여야 합의처리 1순위였던 과거사기본법(과거사법)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결재거부'로 연내처리가 불투명해졌다.

과거사법을 다루고 있는 행자위 소속 의원들은 28일부터 이틀 동안 마라톤 회의를 통해 쟁점이 됐던 조사범위와 조사위원 선출방식 등에 대해 절충점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29일 전체회의를 앞두고 "대표를 설득하고 오겠다"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가 시작했다"는 이유로 불참해 상정은 불발로 끝났다.

끝내 상정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과 관련해 양당이 조사범위에 대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세력'으로 수정하는 것으로 절충했지만, 박근혜 대표가 여전히 '북한·좌익'이라는 용어를 고집하고 있는 점이 협상타결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여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표 한마디에 움직이는 로봇" 맹비난

열린우리당쪽도 협상타결의 걸림돌로 박 대표를 지목하고 있다. 강창일 열린우리당 의원도 "김덕룡 대표는 받아주자고 하는데 박 대표가 북한정권이나 좌익세력이라는 표현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행자위 전체회의가 불발되자 긴급기자회견을 연 박기춘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인기 한나라당 간사가 박 대표가 제5항에 '친북·좌익' 용어가 들어가는 것이 관철되지 않으면 몸으로라도 막으라고 했다더라"며 "이같은 일은 제왕적 총재가 있던 군사정권 시절에나 나올 법한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강창일 의원은 "오늘(29일) 비공식 간담회를 해서 많은 의견을 도출했고 결국 합의를 이끌어내 통과하기로 했는데 당대표의 뜻이라고 하면서 '깽판'을 놔버렸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을 향해 "대표의 한마디 한마디로 움직이는 로봇이냐"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이어 "유신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나 우리를 짓누르는 것이냐"며 "한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북한'과 '좌익' 표현 삽입은 당의 다수의견"


여당을 대표해 과거사법 조율에 나섰던 문병호 의원도 "여야 합의가 다 됐음에도 박 대표의 결재가 떨어지지 않아 지연되고 있다"며 "박 대표가 '북한·좌익' 표현을 꼭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협의 당시 한나라당은 조사범위에 '민주화를 가장한 친북이적행위'를 넣자고 주장해, 그렇다면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한 행위'도 포함시키자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열린우리당의 안이 과거사법에 반영되면 유신이나 쿠데타도 조사대상이 돼 박 대표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될 수도 있다. 박 대표의 결제거부는 이런 맥락으로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인기 한나라당 의원은 "'북한'과 '좌익' 표현의 삽입은 당의 다수의견"이라고 박 대표의 입김설을 부인했다. 또 이 의원은 "조사범위에 대한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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