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기 의장, 한밤 중 공관 압박에 넘어갈까?

열린우리당 의원들, 29일 밤 김 의장 공관 방문...30일 김 의장의 선택은?

등록 2004.12.29 21:59수정 2004.12.29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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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천정배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천정배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열린우리당은 29일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 4대 법안과 기금관리기본법 등 투자활성화 3법 처리를 놓고 뒤숭숭한 하루를 보냈다. 열린우리당은 이들 법안의 연내 처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의 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의 4자 회담 결렬 후 이들 법안을 연내 처리하기 위해 김원기 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김 의장은 "여야 합의를 해 오라"며 여전히 직권상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특히 한나라당도 실력저지 방침을 세우고 있어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후 본회의 직전 국회 법사위에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과 함께 국보법 폐지안 기습 상정에 성공했지만 대체토론도 못한 채 물러나야 했다. 본회의가 열릴 때 상임위를 동시에 열기 위해서는 국회의장의 동의가 필요한데, 김원기 의장이 법사위 회의승인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오후 3시경부터 본회의는 시작됐지만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60여개 안건이 처리되는 내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한때 직권상정 위안 비상대기령 발령... 그러나 ‘철회’

오후 5시경 이날 안건처리가 끝날 무렵인 밤 8시30분에 김원기 국회의장이 4대 개혁법안 등 쟁점법안을 직권상정 할 것이라며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보좌진들에게 비상대기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저녁 7시경 비상대기령은 취소됐고, 대신 의원총회 소집으로 바뀌었다. 오히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이 직권상정을 막기 위해 본회의장을 점거한다는 소식을 듣고 긴장해야 했다.

본회의 직후 의총장으로 향하던 문희상 의원은 기자와 만나 "(김원기 의장이) 직권상정을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본회의장 점거를 한다고 해서 오히려 우리가 긴장했었다"고 귀띔했다.


열린우리당은 본회의 직후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의원총회에서도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밤 10시에 일부 의원들이 김원기 의장의 한남동 공관을 방문해 다시 한번 의장에게 쟁점법안에 대한 직권상정을 요구하기로 했다.

선병렬 의원은 "집권여당으로서 이번에 개혁법안들을 처리하지 못하면 모든 게 끝나는 것"이라며 "과거에 (국회에서) 집권여당이 날치기를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절박한 심정을 밝혔다. 선 의원은 이어 "김 의장이 결국은 직권상정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도 "한나라당의 폭력적인 국회 무력화와 고의적인 의사진행 거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의장이 (쟁점 법안을) 직권상정 해 사회를 보고 처리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며 "의장이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지 않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김 의장의 직권 상정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했다. 의총을 끝내고 나오던 한명숙 상임중앙위원은 "의장이 직권 상정을 하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386출신 의원인 정봉주 의원은 "왜 공관을 찾아가 의장을 코너로 모느냐"며 "의장보고 죽으라고 할 것이 아니라 천정배 대표를 비롯한 150명 의원이 '헌정질서가 무너진다'며 할복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정 의원은 이어 "의장을 찾아가 사회권을 봐 달라고 요구해봤자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의원들이 모두 의원직을 내놓고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비록 대치 상황이지만 30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새해 예산안과 국군부대의 이라크 파병 연장동의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만큼 이들 법안은 무난하게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일단 소속의원 150명 전원에게 해외 방문 계획을 모두 취소하도록 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직권상정 요구가 거센 가운데 "적절한 선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김원기 의장이 30일 본회의에서 최종 선택을 어떻게 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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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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