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남성보다 낫다는 걸 보여주길

[을유년 새해를 맞으며] 조순 / 서울대학교 명예 교수

등록 2004.12.30 14:20수정 2004.12.3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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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간디는 일찍이 남성보다 여성이 도덕적인 면에서 우월하다는 말을 했다. 술 담배를 덜 하고, 참을성이 더 많고, 변덕이 적으며, 희생 정신이 강한 여성의 덕성을 평가한 것이다. 노자(老子)도 <도덕경(道德經)>에서 한결같이 여성적인 것을 찬미하고 있으며, 인간 사회를 경영하는 데 있어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하고 수동적이면서도 창조적인 여성적인 덕목을 강조했다. 나도 간디와 노자의 여성관에 공감한다.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라 한다. 세계적으로 여성이 각 방면에서 약진하고 있다. 내가 봉직하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는 15년 전까지만 해도 여학생이 불과 2, 3명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여학생이 전체 학생의 40%를 넘는다. 법대에서는 50%가 된다고 하며, 인문대에는 아예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훨씬 많은 과가 수두룩하다.

시대가 여성에 유리하게 돼 있다. 지금 세계는 산업사회의 시대를 거쳐, 포스트-산업사회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산업사회는 제조업 우위의 시대, 소품종 대량생산의 시대였다. 근로자들은 꼭 군대와 같았고, 공장의 분위기는 남성 아니면 견디기 어려웠다.

지금은 거의 모든 산업이 여성적으로 돼가고 있다. 군대와 같은 획일적인 분위기는 사라지고 공장도 점차 공원처럼 아름다워지고 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의 공정은 남자보다는 오히려 여자에 더 적합하다. 아직 여성의 지위는 그 실력에 비해, 낮은 것이 사실이나, 머지않아 이런 경향은 완전히 없어질 것이다.

여성들의 사회 참여의 길이 남성의 그것에 못지않게 넓어질 것이다. 사실 좀 빨리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나에게도 좋은 소질을 가진 손녀 둘이 있는데, 이들이 남성 못지 않은 실력을 발휘해 줬으면 좋겠다. 여성의 활동이 많아지면서, 전쟁의 위험도 적어지고, 국회에서도 치고 받는 일이 줄어들었으면 한다. 여성의 약진이 남성에게 꼭 불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남성도 이제까지의 스트레스에서 해방되어, 수명도 좀 길어져서 여성과의 격차가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한 가지 걱정이 있다. 여성이 사회 경력을 추구하면서 남녀를 막론하고 결혼 연령이 급격하게 높아가고 있다. 요즘 결혼 주례를 서노라면 20대의 신랑 신부는 거의 없다. 게다가 모두들 아이를 낳기를 피하기 때문에 우리 나라는 출생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가 됐다. 결코 좋은 현상이라고 볼 수 없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그 원인 중의 하나인 것 같으나, 그렇다면 이 나라는 여성의 사회 진출을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너무 빨리 세상이 달라지면서 사람들은 항심(恒心)을 잃고 있다. 젊은이들이 좀 더 자연스럽게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평범하지만 아름답게 사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풍토가 아쉽다. 이런 사회가 건전한 사회이다. 시대의 물결은 여성의 편으로 도도히 흐르고 있다. 서두르지 않아도 여성이 시대를 주름잡게 될 것이다.


우리 나라의 여성들이 남성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여성이 실력을 발휘하되, 간디가 말한 여성의 덕목을 잃지 말아야 하며, 노자가 강조한 여성의 본질을 잘 지켜야 할 것으로 본다. 새해가 밝았다. 여성 여러분에게 좋은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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