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동아, 너희들이 자전거 팔아라"

[고발] 자전거와 녹즙기 '사업'에서 그만 손떼세요

등록 2004.12.31 00:29수정 2004.12.3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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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상도4동에 있는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원생입니다. 며칠 전에 말로만 듣던 너무 황당한 일을 경험했습니다.

"안녕하세요∼"라는 낮고 굵은 목소리가 문 밖에서 들려왔습니다. 학부모님인가 싶어 어서 들어오시라고 반갑게 문을 열어드렸는데, 그 분의 손에는 녹즙기가 들려 있었습니다.

평소에 아침을 잘 챙겨먹지 못해 '녹즙기 하나 사서 과일들을 갈아먹을까' 하는 생각을 해 오던 차라 '아, 녹즙기 장사구나, 하나 살까?' 하는 생각이 들어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분은 얼굴 가득 웃음을 띄면서 책상 위에 물건을 내려놓더니 대뜸 "녹즙기 하나 들여놓으시죠?"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물건에 대한 설명을 기대했던 저는 "아저씨, 물건에 대해 알아야 살 것 아닙니까? 일단 사용방법이라든가 가격이라든가 제품에 대한 설명은 해 주셔야지요"라고 말했습니다.

아저씨 왈, "이건 그냥 공짜로 드리는 겁니다." '공짜라고? 아니 그럼 다른 물건을 팔러 오셨나?' 하고 순간 생각했지만 그의 손에는 녹즙기 밖에 없었습니다. 그분은 바로 상도4동 ㅈ일보 지국장이었던 것입니다.

동네에 산다는 말 한마디에 매몰차게 거절하기 난처했던 학원장님은 저를 원장으로 내세우며 천연덕스럽게 "원장님, 어떻게 할까요?" 하고 웃으며 물어왔습니다.

원장님의 의도를 재빠르게 간파한 저는, "선생님, 지금 보고 있는 신문도 감당하기 벅찹니다, 이 신문도 끊으려 하는 차에 ㅈ일보라니요. 절대로 안됩니다."

다급해진 지국장, "공짜로 녹즙기를 드리고, 내년 4월까지는 무료로 넣어 드린다니까요. 이렇게 좋은 조건이 어디 있습니까?"

이때, 결정적인 영어 선생님 한 말씀, "자전거는 안 주십니까? 동네 전봇대에다가 자전거포 사장님들이 전단지를 붙여놨더라고요. 조선, 동아, 중앙, 너희들이 자전거 팔아라, 우리가 신문 팔테니라고요." 우리 모두는 웃었습니다. 그 지국장님이 무안해 할까봐 웃지 않으려 했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었습니다.

녹즙기를 걸고도 신문을 팔지 못한 지국장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돌아섰습니다. 돌아서는 그 뒷모습은 참으로 쓸쓸해 보였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보내려 했지만 불쌍해서 친절한 충고 한마디 해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국장님, 일등신문이라고 천문학적인 광고비 들여서 광고만 하지 말고 그 돈으로 진정한 일등신문 만들라고 본사에 전화하세요. 그렇게 되면 이렇게 힘들게 영업하러 다니지 않으셔도 다들 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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