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만의 특종은 '시민기자'가 된 것입니다

등록 2004.12.31 10:12수정 2004.12.3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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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분주했던 한 해도 어느덧 하루만을 남겨두고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지난 며칠은 나에게 있어 어느 때보다 뜻깊은 나날이었다. 나 역시 숨고르기를 하면서 한 해를 갈무리한다.

연말에 <오마이뉴스>는 나에게 '시민기자'라는 큰 선물을 주었다. 나만의 특종이었다.

'젖지 않고 피는 꽃이…'가 '생나무'에 걸리고, '보아 아부지, 무리하다…'가 '잉걸'에 환히 빛나더니, 어제 '어느 날 밤 파출소에서….'가 다시, '가장 많이 본 기사'에 둥실 떠올랐다.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금년 초 시나브로 이 '사이트'에 들르면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이건 아니야'하고 답답해 할 때, 그 응어리진 마음을 함께 했던 곳이 <오마이뉴스> 였다.

당시 여기 분위기는, 지금도 별 차도는 없지만, 소위 '삐딱한 색깔'이 있는 사람은 외로울 뿐이었다. 술자리에서, 계모임에서, 직장에서 일당백의 단군필마로 달리다가 결국 지치고 말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제도 '시민기자' 소식을 조심스레 친한 이에게 자랑하니, "<오마이뉴스>는 청와대와 관련이…"라는 반응이 나오지 않은가. 시작부터 상대를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진정 '삐딱'하기는 더 심한 편이다.

<오마이뉴스> '사는 이야기'는 바로 우리의 삶의 축소판이자 애환이었다. 너무나 인간적인 것들이 잔잔하게, 뭉클하게 적셔 오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나도 덩달아 지나온 세월이 반추되면서 그 희로애락들을 즐기기도 했다. 자신을 반성하고 무엇이 중요하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고, 실천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변화하려고 했다. 그런 일환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 떡! '장원급제'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으이! 내, 기자됐다!"
"무슨 기자?"

마누라는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사이버 기자."
"사이비 기자? 낄낄"

그래도 기분은 좋아 보였다. 그럴지도 모른다. '사이비'일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뭘 배우기를 싫어하는 편이다. 이 '워드'도 또박또박 한 자씩 새겨진다.

특히 우리말 모음에서 애로사항이 많다. 옆에 있는 마누라한테 여쭙(?)거나 희미한 시력으로 사전에게 호소한다. 그럴듯한 책도 별로 읽은 적이 없다. 끝까지 읽은 <태백산맥>이 그나마 인상에 남는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우리 딸 '보아'가 나의 이 출세(?)를 알면 '아빤 순 엉터리야, 사이비 기자야' 라고 할거다. 이런 악조건에서도 집사람의 내조가 한 몫 했다.

'좋은 기사 원고료'에 한 건이 올라 있었다. 알고 보니 마누라의 소행이었다. 격려의 꼬리말은 앞으로의 기고에 부담까지 주었다. 물론 자기 친정식구, 친구들에게도 <오마이뉴스>를 선전하느라 열심이다. 우습게도 오히려 본인이 더 붕 떠 있는 듯하다.

내일은 새해, 일출맞이로 지금부터 술렁댄다. 우리 부부도 지척에 있는 해운대 동백섬에 가기로 했다. 금년에는 무얼 반성하고, 내년에는 무얼 기원할까? 먼 객지에서 공부하는 '보아', 열심히 노력 중인 '요환', 더 날씬해지려는 마누라…. 모두의 건강과 소원성취를 빈다.

"강 기자! 올해는 정신 바짝 차리고, 또 기사 송고에 충실해!"

마누라가 옆에서 부담과 격려를 토하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분에 넘치게 기쁨과 긍지를 준 <오마이뉴스>와 독자들에게, "사랑과 화해를!", 온갖 풍상을 견디면서 떡 버텨 온 '오륙도'를 향해 내일 소리 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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