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만두의 유혹에 빠지다

우리 회사 근처 맛집을 소개합니다

등록 2004.12.31 10:44수정 2004.12.3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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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내걸었다. 그만큼 맛에 자신이 있다는 뜻 아닐까? 이곳은 마땅한 점심메뉴가 없을 때 찾는 그런 곳이 아니라 뭔가 특별한 맛이 그리울 때 찾는 곳이다. ⓒ 정상혁

"밥만 먹고 어떻게 사니?"

어느 영화의 대사가 생각나는 점심시간이다. 하긴 정말 그렇다. 밥만 먹고살기에는 너무나 맛있는 먹거리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렇게 추운 날이면 뜨뜻한 국물이 생각나고 그런 국물이 있는 메뉴를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게 떠오르는 곳이 한 곳 있다. 바로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 근처 칼국수집이 그곳이다.

이곳의 대표메뉴는 단연 해물칼국수와 삼색만두. 그리고 메뉴와 아주 잘 어울리는 김치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단품메뉴들 중 칼국수와 삼색만두는 여전히 5000원을 넘기지 않고 있고 먹고 나면 500원짜리 동전 하나가 손안에 남는다.

3명 이상이 함께 가면 주문은 보통 칼국수 하나나 둘을 줄이고 그걸로 삼색만두를 주문하는 식으로 하면 된다. 칼국수는 국물이 있는 음식이고 또 밥은 무료라 음식이 부족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주문한 삼색만두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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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하면 바로 반찬이 나온다. 서둘러 만두를 찍어먹을 양념장을 만들어둔다. 간장에 식초 몇 방울 그리고 고추가루를 넣으면 준비완료. ⓒ 정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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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좋아하는 반찬이다. 색깔은 희끄무레한 것이 처음에는 영 손이 가지 않더니 이제는 저 김치국물이 그리워 더 이곳을 찾게 됐다. 시원하고 아주 상큼해 만두 먹은 뒤의 고기맛을 개운하게 바꿔준다. ⓒ 정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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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만두는 한 접시에 여섯 알. 지금부터는 치열한 눈치작전이 시작된다. ⓒ 정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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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림표 ⓒ 정상혁

세 가지 색의 만두피를 직접 손으로 빚어 만드는 만두는 속살이 모두 비쳐서 입맛을 더욱 당기게 하고 그 크기 또한 두 개만 먹어도 든든할 정도로 크다.

흰 색은 그냥 밀가루 반죽이고, 분홍색은 간간이 보이는 작은 입자와 색깔이 분명 당근임에 틀림없고, 저 초록색은 뭘까?

먹고 나오는 길에 사장님께 여쭤보니 글쎄 그게 '그때 그때 달라요'란다.

"그게 계절마다 달라요. 봄철에 쑥이 나오면 쑥으로 만들고, 쑥이 뻣뻣해지기 시작하면 깻잎을 쓰기도 하고, 요즘처럼 추우면 시금치를 쓰기도 해요."

저 만두가 삼색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밀가루 반죽이었다면 어떨까? 아마 세 번 올 것을 한 번만 오지 않을까 싶다.

만두는 숟가락으로 반을 갈라 양념장을 끼얹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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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죠? 삼색만두 중 당근만두. 반을 가르고 양념장을 얹어 먹습니다. ⓒ 정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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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와 새우로 맛을 낸 칼국수 ⓒ 정상혁


만두를 다 먹고 허연 물김치로 아쉬운 입맛을 다시고 있으면 곧이어 칼국수 등장.

칼국수의 생명은 뭐니뭐니해도 국물이다. 이곳 칼국수는 조개와 새우로 맛을 내는데 국물이 시원하고 면발도 쫄깃해서 오늘처럼 추운 날 제격이다.

지금부터 저 칼국수 그릇이 다 비워질 때까지는 침묵 속에 후루룩 소리만 난다. 밥먹는 데에도 삼매라는 것이 있다면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식사삼매의 경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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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드러낸 칼국수 그릇. 내 앞 접시에 뭔가가 담겨있긴 했던가? 근처에 널려있는 조개껍데기만 없다면 이제 막 먹으려고 준비 중인 건데... ⓒ 정상혁

이렇게 먹어도 부족할 정도로 배가 고팠다면 무료로 제공되는 공기밥을 국물에 말아먹으면 된다. 다만 이곳 공기밥은 양이 아주 적으니 일하시는 분이 두 번 고생하지 않게 먹고 싶은 양을 미리 말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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