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눈처럼 차별없는 세상에서 살기를"

고 김춘봉 노동자 영결식 열려, 마산서 첫눈 내린 속에 거행

등록 2004.12.31 12:35수정 2005.01.0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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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김창한 위원장이 고 김춘봉씨 영정 앞에서 인사를 올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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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춘봉씨의 아들과 딸이 유서가 낭독되는 동안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참 이상하네요. 2004년 마지막 날 새벽 마산에 올해 첫 눈이 내렸잖아요. ‘비정규직이 무섭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춘봉이가 뿌린 거 같네요. 높은 데고 낮은 데고 고르게 쌓였잖아요. 저 눈처럼 비정규직 차별이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네요.”

고 김춘봉씨 영결식장에서 만난 한 늙은 노동자가 한 말이다. 31일 뽀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눈이 쌓인 한진중 마산공장 마당에서 ‘한진중공업 고 김춘봉 노동자장’ 영결식이 열렸다.

이날 오전 8시30분 마산 삼성병원 영안실에서 발인제를 지낸 운구행렬은 한진중 사원아파트에서 노제를 지낸 뒤, 한진중 마산공장에서 영결식이 열렸다. 당초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새벽에 눈이 내려 길이 막히면서 30분 늦게 시작되었다.

영결식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다. 민중의례에 이어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정혜금 조직부장이 고인의 유서를 낭독했다. 유서가 낭독되는 동안 유가족들은 흐느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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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이 추도사를 읽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장례위원장인 우병국 금속연맹 위원장(직무대행)은 “일하고 싶은 희망은 우리 모두의 희망이며, 김춘봉 노동자는 정규직에게도 닥쳐올 촉탁직 등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면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고인이 못다한 일을 이룩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호상인 차해도 금속노조 한진중지회장은 “사건이 벌어지기 며칠 전 마산에서 고인을 만나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고인을 떠나보내게 되어 가슴이 정말 아프다”고 말했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추도사를 통해 “지금 이 시간에 제2, 제3의 김춘봉, 아니 수백만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절망적 상황을 등에 지고 살고 있다”면서 “동지의 목숨을 되살릴 수는 없지만 동지가 간절히 염원했던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 인간대접 받는 세상을 민주노총의 투쟁으로 반드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주대환 민주노동당 정책위 의장은 “민주노동당은 고인이 마지막으로 가는 오늘 이 자리의 죄스러움을 가슴 속에 새겨 놓겠다”고, 김창한 금속노조 위원장은 “당신의 절망과 한을 우리 가슴 속에 분노와 결의로 남겨두고 희망퇴직, 촉탁직이 없는 저 세상에서 편히 쉬라”고 말했다.

이날 영결식은 류금신씨가 조가를 부르고, 대구시립무용단 서수정씨가 진혼무를 선보여 고인의 넋을 달랬다. 참석자들은 고인의 영정 앞에서 헌화한 뒤 영결식은 끝이 났다. 고인은 마산 진동화장장에서 화장한 뒤 금륜사 납골당에 안치될 예정이다.

이날 영결식에는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과 이석행 사무총장, 최용국 부산본부장, 이흥석 경남본부장, 신중철 광주전남본부장이 참석했고,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의장, 이승철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장, 문성현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대표, 손석형 민주노동당 창원갑지구당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또 영결식에는 로템과 대우차, 두산중 등 창원지역 주요 사업장의 노동조합 간부들을 비롯해, 한진중공업 부산공장 조합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고 김춘봉씨는 1980년 코리아타코마(주)(현 한진중)에 입사했으며, 1992년 코리아타코마조선노조 부위원장을 지냈고, 2003년 4월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희망퇴직을 한 뒤 촉탁직으로 근무해 왔다. 촉탁직 계약기간은 2004년 12월 31일까지였으며, 공교롭게도 고인의 장례식은 그의 촉탁직 계약기간 만료일에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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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춘봉 노동자 영결식이 31일 오전 한진중 마산공장에서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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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춘봉씨의 유서가 낭독되는 동안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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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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