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 이어 순경시험도 부정행위 드러나

순경 교육생 등 4명 구속영장...경찰 주관 시험이 '헛기침'에 뚫려

등록 2004.12.31 16:09수정 2005.01.0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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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수능시험 부정으로 인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순경공채 시험에서도 부정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경찰이 주관하는 시험에서조차 구시대적인 방법의 부정행위가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1일 대구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경찰공무원 순경공채 시험 준비를 하면서 헛기침을 하는 방법 등으로 부정행위를 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신임순경 교육생인 오아무개(30)씨와 최아무개(28·학원생)·조아무개(28·이하 교육생)·전아무개(29)씨 등 시험 응시자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피의자들은 지난 7월 대구시내 A고등학교에서 대구지방경찰청 주관으로 실시된 순경 공채시험에 응시해 헛기침을 하는 수법으로 정답을 주고 받는 부정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순경공채 시험을 준비하다 알게 돼, 지난 1월 초순 쯤 B대학교 도서관에서 경찰공무원 공채시험 부정행위를 모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피의자들은 시험과목을 1~2개씩 나눠 집중 공부하고, 시험 도중 헛기침 등으로 신호를 보내 상호간 연락을 취하는 방법을 모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시험 당일 피의자들은 시험장인 A고교의 고사장으로 입실해 앞 뒤 또는 한줄 건너 자리에 앉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각 피의자별로 미리 집중 공부한 경찰학개론 등 5과목을 60분간 문제풀이한 후 25분 동안 과목당 5분씩 정답을 상호 교환한 후, 나머지 15분 동안 각자 OMR카드에 기입하는 방식으로 부정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피의자들은 이날 필기 시험을 치른 후 오씨 등 3명은 2차시험까지 최종합격했지만 최씨는 2차시험에서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 등 최종 시험까지 합격한 이들은 지난 8월 충주의 중앙경찰학교에 들어가 지금까지 일선 경찰서에서 신임 순경 교육을 받아오다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본건과 관련한 범죄 첩보를 입수해 응시자 872명 전원에 대한 답안지를 분석했고, 이 가운데 오씨 등 피의자들이 평균 76~78점대로 오답까지 같은 점 등을 확인하고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은 부정시험에 연루된 합격자들의 합격을 취소할 예정이다. 일단 경찰 수사 결과 4명 외에는 추가 부정행위자가 없는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될 예정이다.

하지만 대입 수능시험에 이어 경찰이 주관하는 시험까지 부정행위가 적발됨에 따라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이번 부정행위 사건은 휴대폰 등 신기술이 아니라 헛기침을 이용한 구시대적 방식에 경찰의 관리망이 뚫린 셈. 사실상 제보자의 첩보가 아니었다면 부정행위 사실 자체가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라 충격은 더 크다.

특히 사전 모의과정에서 한 고사장을 배당받는 방식 등이 미리 피의자들에게 간파 당해 일어났던 사건으로 시험관리 제도의 개선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

경찰 한 관계자는 "헛기침을 하는 방법은 원시적인 수법으로 학원가에서 통용되던 수법"이라면서 "하지만 여러 명이 기침을 하는 경우도 잦기 때문에 적발하기는 힘든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피의자들이 대부분 오랫동안 시험을 치러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원서를 비슷하게 내면 한 고사장에 배치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 원서접수와 달리 수험번호는 무작위로 정하는 등 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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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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