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도심에서 만나는 들꽃의 향기

야생화 전문점 '돌쇠와 꽃님이'를 아시나요?

등록 2005.01.04 11:55수정 2005.01.0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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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인사동 쌈지길 지하에 위치한 야생화 전문점 "돌쇠와 꽃님이"

인사동 쌈지길 지하에 위치한 야생화 전문점 "돌쇠와 꽃님이" ⓒ 심은식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심. 겨울에는 환기도 어려워 실내 공기마저 탁하고 답답하게 느껴지기 쉽다. 사무실이나 방안 한쪽에 화분을 놓아두면 어떨까? 공기도 좋아지고 자연스럽게 습도도 유지되고. 그런데 어떤 화분을 사지? 걱정 마시라. 우리에게는 작고 귀여운 들꽃 친구들이 있다.

지난 12월 18일 문을 연 인사동의 쌈지길. 지하로 통하는 계단을 내려와 모퉁이를 돌자 벌써부터 숲에 온 것처럼 시원하고 맑은 느낌의 공기가 느껴진다. 작은 화분에 옹기종기 푸른 들꽃이 가득한 그곳은 야생화 전문점 '돌쇠와 꽃님이'. 그곳에 가면 접하기 힘든 야생화들을 만날 수 있다.


사연도 많고 이름도 재미있는 들꽃들

야생화들은 일반 화원에서 취급하는 품종들과는 달리 꽃이나 잎 등이 전체적으로 작고 아담하다. 그러나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그 섬세한 아름다움과 소박한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꽃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고 이름 또한 재미있다.

“이 꽃은 ‘종이꽃’이에요. 꽃이 피면 사각사각 종이 소리가 나거든요. 아직 꽃이 피지는 않았지만 여기 꽃봉오리를 보세요. 지금은 빨간색이잖아요? 그런데 꽃이 피면 꽃은 흰색이에요. 참 신기하죠? 그리고 얘는 ‘아기별꽃’ 이에요. 꽃말이 뭔 줄 아세요? 순수한 당신을 사랑합니다. 멋지죠? 그리고 이건 ‘무초’인데요 말 그대로 춤을 춰요.”

이곳 인사동점의 지킴이인 점장 김혜영(32)씨는 바쁘게 화분을 옮기면서도 즐거운 듯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었다.

a 진포리 가솔송

진포리 가솔송 ⓒ 심은식

a 벌레잡이 제비꽃

벌레잡이 제비꽃 ⓒ 심은식





























a 아기별꽃

아기별꽃 ⓒ 심은식

a 무초

무초 ⓒ 심은식



























어떤 야생화가 기르기가 쉬우냐고 묻자 그녀는 그런 질문을 자주 받지만 정답은 없다고 답했다. 왜냐하면 기르는 사람이 화분을 두는 장소가 방인지, 사무실인지, 베란다인지, 그곳이 추운지, 더운지에 따라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같은 종류라도 물주는 주기가 다르고 잘 적응하는 품종이 다르다고 했다. 그래서 손님과 항상 많은 얘기를 하고 기르는 방법을 설명해 준다고 한다.

하지만 야생화 자체가 생명력이 강하기 때문에 쉽게 죽지는 않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다만 기르는데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들꽃 자체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녀는 화초가 병이 들어 이 곳으로 가져오면 일정기간 다시 관리를 해주기도 하지만 사가는 분들이 모두 정성껏 돌봐주어서인지 다행히도 아직 그런 일은 없었다며 뿌듯해했다.

a 화분을 다듬고 있는 점장 김혜영씨

화분을 다듬고 있는 점장 김혜영씨 ⓒ 심은식

물 1l로 산소 600l를 만드는 식물의 힘

점장 김혜영씨는 야생화는 일반 화초에 비해 화분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사무실 책상 위에 두기에 안성맞춤이지만 그보다는 아이들을 위한 선물로 더 적격이라고 했다.

그녀에게 그 이유를 들어보았다.

“우선 식물들은 물 1l로 산소 600l를 만들어내요. 아이들의 방에 늘 신선한 공기를 제공해주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하나의 생명을 책임지고 돌보는 마음을 배울 수 있게 해줘요. 식물은 사랑을 주는 만큼 아름다운 꽃으로 보답을 해요. 아이는 들꽃을 기르고 들꽃은 아이의 마음을 자라게 해주는 거죠. 아이들에게 컴퓨터나 동화책을 선물하는 것도 좋지만 저에겐 생명과 교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녀의 수줍은 미소는 들꽃의 그것과 꼭 닮아 있었다.

들꽃과 사랑에 빠진 시인 김필봉

대학 산악부 시절 야생화의 아름다움에 반해 들꽃들과 사랑에 빠진지 벌써 10년이 훨씬 넘는다는 이 곳의 주인은 시인 김필봉씨이다.

인물, 여행 칼럼리스트로 활동하며 MBC 문화센터의 강사이기도 한 그는 지난 2001년에는 그동안 터득한 들꽃을 기르는 방법을 기록한 ‘온 가족이 함께 기르는 우리 들꽃’이란 책을 내기도 했다.

가장 좋아하는 꽃으로 '꿩의 다리'를 들었다. 그러면서 그 이유로 실처럼 가는 줄기에 작고 하얀 꽃을 피우는 꿩의 다리는 아무리 강한 바람이 불어도 꺾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들꽃을 널리 알리고자 애써온 그의 노력이 어떠했는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사진을 찍자는 요청에 부끄럽다고 손 사레를 치며 찍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문득 그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매일 흙을 만지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거칠지만 착하고 정직한 손. 그에게 그럼 얼굴대신 손을 한 장 찍자고 말하자 수줍게 손을 모아 내밀었다. 그것은 들꽃을 기르는 사람의 마음이 담긴 손이었다.

덧붙이는 글 | 야생화 전문점 "돌쇠와 꽃님이"는 인사동 쌈지길 내부의 아랫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02-735-8246

덧붙이는 글 야생화 전문점 "돌쇠와 꽃님이"는 인사동 쌈지길 내부의 아랫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02-735-8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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