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옆에서 여가를 즐긴다고요?

남아시아 대재앙 선정적 보도 유감

등록 2005.01.03 01:24수정 2005.01.0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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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남아시아 지진·해일 피해에 관한 인터넷뉴스 제목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뉴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시신 썩는 옆에서 한가롭게 여가 즐겨"

제목을 읽으면서 순간적으로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어떤 엽기적인 사람들이 바닷가 한쪽에는 시신이 떠다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한가롭게 수영을 즐기는 그런 장면이 말입니다.

한편으로는 두렵고 한편으로는 가슴에 울컥 치미는 분노를 느끼며 해당 가사를 몇 번이나 읽었습니다만 시신이 떠다닌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 기사는 사고지역이 빨리 정상을 찾아가고 있어 호텔의 손님들은 수영장에서 쉬고 있다는 외신을 인용한 뉴스일 뿐이었습니다.

최근 일반 종이신문도 정도가 심해지고 있습니다만 인터넷신문의 자극적인 제목은 도를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지진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된 그 시간 저는 말레이시아의 중부 해안지역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아침 10시경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진동이 느껴졌으나 잘못 느꼈나 할 정도로 이상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조금 후 다시 진동이 왔을 때는 천장에 걸린 전구가 흔들흔들 하는 것이 목격되었으나 어디서 공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지나니 여기저기서 안부를 묻는 전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유럽에서도 연락이 오고 국내에서도 연락이 오는데 정작 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있으니 그 사람들이 오히려 CNN을 보라는 정보를 주었습니다.

CNN을 보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하고 가까운 해안 여기 저기를 다녀 봤으나 아무런 피해를 확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 저 멀리 아프리카까지 피해를 입었다는데 가까운 이 곳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지도를 찾아보니 금방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런 시간에도 계속 연락이 오고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태국이면 태국, 말레이시아라면 모두 같은 지역이지 북부는 피해가 많으나 중부지역은 피해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피해를 입은 지역 외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여 걱정하는 분들의 이해를 돕고자 수마트라 섬에 가린 싱가포르나,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말레이시아의 중부 지역은 피해가 없다는 글을 썼으나 생나무에 머물러 제대로 전달되지는 못했습니다.

이번 피해에 대한 자발적인 모금을 홍보하는 게시판
이번 피해에 대한 자발적인 모금을 홍보하는 게시판김훈욱
중요한 것은 27일부터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자발적인 모금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활동은 정부나 언론에서 주도하여 모금하는 것이 아니고 회사나 사회단체 심지어는 호텔에서도 손님들을 상대로 모금을 하고 회사에서는 자체복구반을 편성하여 피해지역 복구에 나서고 있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매년 한 해를 보내고 1월 1일 0시가 되면 그들이 자랑하는 초고층 페트로나스 쌍둥이빌딩에서 화려한 불꽃놀이와 레이저쇼를 하는데 올해는 이 행사도 취소되었습니다.

각 기업이나 개인들도 정부의 지시 없이 자발적으로 손실을 감수하면서 예약된 송년회를 취소하며 피해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했습니다. 이런 신속한 복구활동으로 28일에는 피해가 크지 않은 페낭 지역은 정상을 회복했기 때문에 관광객들도 계획대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런 대응은 자국을 찾은 관광객들을 보호하는 일이고 그렇게 함으로 예약 취소로 인한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이기도 합니다.

이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렇게 발 빠른 대응을 하며 국가의 손실을 최소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관련도 없는 우리나라에서 '시신 썩는 옆에서 한가롭게 여가 즐겨'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된 기사를 해당 국가 사람들이 읽으면 얼마나 서운하겠습니까?

언론의 목적이 독자에게 빠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라면 이런 보도는 정보도 아니고 해일 피해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기사도 아닌 불쾌감만 주는 뉴스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88올림픽이나 월드컵 때 변두리 달동네나 보신탕 집만 찾아 보도하는 일부 서방언론의 보도 때문에 얼마나 분개했습니까? 그런 경험이 있는 우리가 남의 불행을 보고 그들을 돕는 일에 동참하지는 못한다 해도 흥미를 끌기 위해 그분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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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진작가협회 정회원이었으며, 아름다운 자연과 일반 관광으로 찾기 힘든 관광지, 현지의 풍습과 전통문화 등 여행에 관한 정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생활정보와 현지에서의 사업과 인.허가에 관한 상세 정보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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