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마지막날을 목포에서 보냈습니다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새해맞이 철도기행 1부

등록 2005.01.03 10:15수정 2005.01.0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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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을 마무리하는 날, 목포로 가는 기차를 탔습니다. 선배와 함께 목포로 간 까닭은 민주노총에서 한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새해맞이 철도기행'에서 호남선에 함께 탑승해서 기차 안에 있는 아이들을 돌보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입니다.


2004년 12월 31일 오전 11시 50분. 서울에서 목포로 내려가는 기차를 탔습니다. 남들과 다르게 의미 있는 새해를 보내고자 하는 마음과 처음 가 보는 목포에 대한 설렘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수다를 떨었습니다. 각자 준비한 음식을 꺼내서 맛있게 먹고 한해를 돌아 보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11월부터 여의도 앞에서 있었던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천막농성과 실천 활동이 머리 속에 지나갔습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단식을 했던 많은 사람들, 추운 날씨 속에서도 항상 맨 앞자리에서 용기를 불어 넣어 준 장기수 선생님들 모두가 희망했던 국가보안법 폐지를 보지 못하고 목포로 가는 기차에 올라왔던 우리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a 2004년 12월 31일 목포역 도착

2004년 12월 31일 목포역 도착 ⓒ 김선경

3시간 만에 도착한 목포는 새벽녘에 눈이 내려서 제법 쌓여 있었고 도로는 깔끔했습니다. 목포에 도착한 우리는 민주노총 사무실을 들러서 이틀간의 진행 상황을 들었습니다.

a 2004년 12월 31일 목포 앞 바다

2004년 12월 31일 목포 앞 바다 ⓒ 김선경

그리고 2시간 동안 목포를 구경했습니다. 도시에 사는 우리로서는 바다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더불어 환상마저 갖고 있습니다. 목포 항구를 조금 지나치자 넓게 펼쳐지는 바다, 초록빛을 띠며 햇빛을 한몸에 담고 있는 바다.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특히, 겨울 바다는 정말 낯설고 신비스러운 것이었는데 이렇게 보니 정말 마음이 들뜰 수밖에 없었습니다.

a 2004년 12월 31일 유달산을 바라보며

2004년 12월 31일 유달산을 바라보며 ⓒ 김선경

목포의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유달산에 올라갔습니다. 서울의 예전 봉천동보다 더 열악해 보이는 산동네 마을들, 타지의 사람으로 보기에는 목포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서 귀엽게 보이는 마음이었지만, 사실 그 분들은 얼마나 추울까, 산꼭대기에서 생활하기 얼마나 힘들까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눈 내린 목포의 아름다움에 취해 정신이 없었나 봅니다. 역시 사람은 이기적인 존재인가 봅니다.


a 2004년 12월 31일 목포 시내를 바라보며

2004년 12월 31일 목포 시내를 바라보며 ⓒ 김선경

오후 5시, 목포 역에서 드디어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탔습니다. 기차는 호남선과 경부선이 출발하여 서울에서 만납니다. 목포에서 출발한 기차는 이내 송정리 역에서 광주 지역의 사람들을 태우고 힘차게 출발하였습니다. 민주노총에 소속된 노동자들의 가족들이 함께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기차에 올라타는 모습이 무척 신나 보였습니다.

당초 우리가 하고자 했던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할 수가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열차 기행에 참가하게 되면서 아이들이 너무도 많았고 사람들도 정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기차는 익산, 대전, 천안을 지나 서울(용산)역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동안 기차 안의 풍경들은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며 가족과 함께 보내려는 마음, 같은 지역에서 일을 하면서 쉽게 친하게 지내지 못한 사람들과 술 한잔 건네며 이야기꽃을 피워 가는 모습,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를 틀면서 신나게 함께 부르는 모습과 어린 아이들의 재롱잔치 이 모두가 한해를 마무리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a 2005년 새해를 맞이하는 행사

2005년 새해를 맞이하는 행사 ⓒ 김선경

문득, 집에 있는 가족들이 생각났고 함께 오지 못한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이렇게 함께 서로에게 힘을 주는 자리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밤 11시에 용산 역에 도착한 호남선 일행은 역을 빠져 나와 광장에 마련된 무대 앞 계단에 나란히 열을 맞춰 자리에 앉았습니다. 자신이 소속된 깃발을 힘께 올리며 아이와 손을 마주잡고 무대 행사를 바라보는 모습, 추운 날씨에 온몸을 옷과 목도리, 모자, 마스크로 둘러싸고 졸음도 참으며 행사를 구경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a 2005년 새해를 축하하는 불꽃

2005년 새해를 축하하는 불꽃 ⓒ 김선경

밤 12시, 새해를 맞이하는 큰 폭죽이 터지고 이내 무대 공연은 더 멋지게 시작되었습니다.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이 듬뿍 담긴 노래 공연과 길놀이, 그리고 2005년 희망의 뉴스는 정말 사람들을 신나게 해 주었습니다. 2시간 가량 진행된 행사가 끝나고 다시 기차로 돌아왔습니다.

모두 늦은 시간 행사가 끝나서 피곤한 기색은 있었지만 함께 새해를 맞이하고 2004년을 정리해서 그런지 더 힘차 보였습니다. 아이들은 곧 기차에서 잠이 들었고 우리 또한 자리를 정돈하고 자리에 앉자 어느덧 잠이 들었습니다.

a 희망찬 2005년을 위하여

희망찬 2005년을 위하여 ⓒ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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