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로 떠난 새해맞이 가족여행

등록 2005.01.04 10:15수정 2005.01.0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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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에는 '기쁨조' 세 여자가 있습니다. 왕언니 내 아내(32)는 어린 두 여아들을 챙기느라 늘상 바쁘지요. 그리고 꾸밀 시간조차 없답니다. 92년도 당시에는 한 대학가를 떠들석하게 했던 '몸짱'이었습니다. 하지만 나에겐 여전히 92년 당시의 그 모습처럼 찬란한 '썬샤인'입니다. 본인 말로는 당시 택시를 탔는데 운전기사 아저씨가 미스코리아에 나가보라고 추천까지 했다나요?


a 큰 딸 은서가 종이컵에 밑바닥에 엄마 얼굴을 그렸습니다.

큰 딸 은서가 종이컵에 밑바닥에 엄마 얼굴을 그렸습니다. ⓒ 최장문

나의 가슴에 안겨 기쁨을 토해내고 있는 첫딸 은서(4)는 요즘 말과 노래를 참 잘 합니다. 그림 또한 잘 그려서 아빠에겐 인기 만점입니다. 하지만 엄마에겐 항상 잔소리의 표적이지요. 좋은 풍경 속에서 사진을 안 찍겠다고 거부합니다. 제가 힘으로 들어올리자 언제 그랬냐는 듯 웃는 모습입니다. 사진 한 장 찰칵!

a 달아공원에서 찰칵 한 장. 뒤에 보이는 곳은 이순신의 한산대첩이 있었던 곳이다.

달아공원에서 찰칵 한 장. 뒤에 보이는 곳은 이순신의 한산대첩이 있었던 곳이다. ⓒ 최장문

둘째 딸 영서(2)는 등에 업혀 이 좋은 풍경, 이 좋은 시간에 세상 모르고 잠을 자고 있습니다. 영서는 요즘 집에서 가장 사고를 많이 칩니다. 별명이 멧돼지이지요. 손닿는 곳, 발 갔던 곳은 오로지 청소와 정리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지요.

‘2005년 한 해 많은 언덕과 소나기가 있겠지만 오늘 이 순간처럼 유쾌하고 재미있게 살아야지! 아자! 아자! 아자! 우리 가족 만만세!!!’ 이렇게 시작한 가족 여행입니다.

2004년 12월 31일 오후 행복한 을유년 한 해를 기원하며 가족 여행을 떠났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의 아름다운 발자국들과 아쉬웠던 발자국들을 가슴에 담고 남해를 향해 달렸더랬지요.

대전에서 4시간 남짓 달려가니 영화의 한 장면처럼 뚝딱 남해의 다도해가 보였습니다. 순간 우리 가족 모두 탄성이 터졌답니다.


통영에 들어서서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달아공원이 있습니다. 주차하고 5분 정도 올라가면 남해의 다도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행운을 잡게 되지요.

그리고 나서 통영운하가 바로 내려다보이는 횟집 2층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발 밑으로 배들이 지나가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였습니다. ‘이것이 운하로구나!’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육상의 고속도로와 같이 큰 배들이 바다를 가르며 쉴틈없이 드나들었습니다.


a 무지개모양의 홍교 모양을 살린 사장교이다. 통영 운하에 쉴틈없이 배들이 오고간다.

무지개모양의 홍교 모양을 살린 사장교이다. 통영 운하에 쉴틈없이 배들이 오고간다. ⓒ 최장문

a 전통적 다리인 무지개모양 다리(홍교)

전통적 다리인 무지개모양 다리(홍교) ⓒ 최장문



저 멀리 통영대교 밑으로 배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이 통영대교는 옛적 무지개 모양으로(홍교) 곡선미를 살리고 그 무지개에 여러 개의 쇠줄을 내려 일자선 다리의 무게를 분산시켜 들고 있답니다. 다른 사장교와는 달리 과거 홍교를 이렇게 라도 나타내주는 것이 정감 있어 보였습니다.

비전문가의 눈으로 보기에는 배들이 지나다녀야 하겠기에 다리의 기둥을 없앤 것 같고 이렇게 되자 기둥 역할을 할 것이 필요하자 다리 위쪽으로 가느다란 실 모양으로 다리의 무게를 분산시켜 들고 있었습니다.

2004년의 추억과 아쉬움을 가족과 함께 남해 여행을 하며 기억 저 편으로 보냈습니다. 횟집 벽에 유치환 시인의 ‘그리움’이란 시가 걸려 있었습니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그리움이란 사람이 지닌 가장 아름다운 본성이라고들 합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아빠인 나는 어떤 존재일까요? 먼 훗날 모든 사람들에게 물같이 까딱 않는 임처럼 견고한 그리움의 대상이 될까요? 새해에는 우리 가족 모두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운 존재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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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세월속에서 문화의 무늬가 되고, 내 주변 어딘가에 저만치 있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보면 예쁘고 아름답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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