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버려? 애완견과 동고동락해야지

등록 2005.01.06 15:08수정 2005.01.0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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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세상에! 살아있는 강아지를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렸다고 합니다.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지금까지 마음이 개운하지 않습니다. 키워줄 새 주인을 만났다니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우리 모두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제 주변에는 애완견을 키우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일곱 살배기 '타잔'이라는 요크셔테리아와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제게 얼마나 기쁨을 주는지 또한 제 마음을 얼마나 잘 알아주는지 이야기를 해야 오늘 마음이 편해 질 것 같습니다.

우리 두 내외뿐인 집에 들어서려면 왠지 썰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현관문 열기가 바쁘게 안기는 강아지가 있어 아파트 엘리베이터 단추를 누르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누군가 나를 기다려 준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입니다.

제가 이야기도 해 줍니다.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길 하면 고개를 갸웃거리며 열심히 들어줍니다. 속상한 일이 있을 때 혼자 넋두리를 하다가 "네가 뭘 알겠냐"고 하면 빤히 쳐다보며 안다는 듯이 애교를 부린답니다.

그 뿐만 아니라 텔레비전에서 하는 율동과 체조도 함께 하며 "하나, 둘" 구령을 붙인답니다.

휴대전화를 받는 용도로만 쓰는 저는 요금 대부분 서로 강아지 목소리 듣는 대가로 지불하고 있습니다. 서로 외출을 해서 한 사람이 집에 먼저 들어오면 나간 사람에게 전화를 거는데 꼭 강아지를 바꿔 줍니다. 애절한 목소리는 마치 "빨리 들어오세요. 보고 싶어요" 하는 듯 들립니다.


제 주변분들은 한 번씩 다 바꿔서 들려 줬는데 이상하게도 잘 받는 전화가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 목소리를 좋아한답니다. 친구와 이야기하는 아이 모습하고 하나도 다를 게 없습니다.

친정에 갈 때 데리고 같더니, 아버님이 "강아지는 집에 두고 와라" 하셔서 조금 섭섭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정이 가는 모양입니다. "그걸 왜 키워 사서 고생을 하냐?"며 못 마땅해 하시던 분이 이제는 "대문밖에 나가지 않게 조심해라" 당부까지 하십니다.


a 우리집 애완견 '타잔'입니다.

우리집 애완견 '타잔'입니다. ⓒ 허선행

저는 나이 드신 분들께 애완동물을 키워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시간적인 여유도 있으니 적당한 소일거리도 되고, 벗이 생기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이지요. 떨어져 지내는 자식보다 더 위안이 됨은 키워 보셔야 안답니다.

매일 예쁜 짓만 하지는 않습니다. 가끔은 말썽을 피우지요. 우리 집 벽지를 다 뜯어 놓은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애완견이 싫어하는 향을 뿌려주는 제품이 있어 그런 염려는 없지만 예전에는 이빨이 근질거려서인지 도배지를 모조리 다 뜯어 마치 이사 떠나는 집처럼 만들었습니다.

피곤해서 쉬고 싶은데 장난감 공을 물고 와 던져 달라고 보채지를 않나, 던져 주지 않으면 큰소리를 내고, 제가 지쳐서 하기 싫을 때까지 우리 두 내외가 번갈아 공을 던져 줍니다.

살며시 옆에 놓고 가서는 저 만치서 받으려는 포즈를 취하고 서있는 녀석을 보면 골키퍼처럼 보입니다. '씩씩하고 영리한 녀석' 자식자랑은 팔불출이라고 하지만 우리 가족이기에 자랑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제 친구는 앞을 보지 못하는 강아지를 키웁니다. 그 강아지가 나이가 들어 관절을 수술할 지경에 이르러 동물병원에 갔더니 수술비가 만만찮더랍니다. 도로 집에 와서 상의를 했더니 친구남편이 "수술비 때문에 그냥 오다니 말도 안 된다"며 화를 벌컥 내더랍니다.

물론 경제적인 여건도 생각을 해야 하겠지만 꼭 돈이 있어서 키우고, 돈이 없어서 못 키우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동고동락할 마음으로 키우는지 자신에게 물어 볼 일입니다.

잠시 재미로 키운다든지 아이들이 졸라서 어쩔 수 없이 키우게 된다면 뉴스에서 본 것처럼 함부로 버리게 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힘들 때 힘이 되어주고 친구가 되어 주는 애완견과 동고동락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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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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