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은 절반만 성공... 선배들 설 자리 잃어"

[인터뷰] 코미디언 김미화 "조만간 정치코미디에 도전"

등록 2005.01.07 01:47수정 2005.01.0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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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부터 전파를 타기 시작해 장수하면서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개그 콘서트>. 코미디언 김미화는 바로 '개콘'의 산파 역할을 한 기획자다. 개콘은 시청자들에게서 멀어져 가던 한국 코미디에 중흥을 불러온 일등공신이면서도 10대 위주의 감각적인 '개그'를 전파하고 정통 코미디를 사라지게 한 역적이라는 대접을 받기도 한다.

2004년 한해 동안 방송 3사는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외형상으로 한국 코미디는 부활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회 풍자나 해학 등이 사라지고 중장년층이 즐길 거리가 없다는 지적 또한 만만치 않다.


지난 6일 20년 동안 코미디언의 길을 걸어온 코미디언 김미화를 만나 한국 코미디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a 20년 동안 코미디언의 길을 걸어온 김미화씨.

20년 동안 코미디언의 길을 걸어온 김미화씨.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언젠가 코미디언 배연정씨가 "요즘 코미디 프로는 코미디가 아니다"라고 비판하는 걸 보았습니다. 코미디가 사회 풍자는 고사하고 입담이나 재치, 단순한 말장난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오히려 저는 요즘이 코미디의 피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정말 위기라고 생각했을 때는 지금으로부터 한 십수년 전쯤? 그때는 정말 사람들이 코미디에 대해 많이 걱정했어요. 코미디가 항상 저질 시비에 휘말렸거든요.

요새는 젊은 친구들이 자기 스타일에 맞게 새로운 감각으로 포장하죠. 덕분에 코미디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입맛에 맞게 만들어지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위기가 아니고 코미디의 발전을 위한 어떤 과도기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쉽게 여기는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은 코미디에도 신인이 있고 중간급 연기자와 나이 드신 분들 같은 계층이 있는데, 이런 계층별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단절되는 느낌이 드는 거죠. 예를 들면 <개그 콘서트>나 <웃찾사>에서 신인이 크고 스타가 배출되는데 그 프로그램이 끝나면 그 사람의 생명이 없어지는 듯한 단절감 같은 거예요. 드라마를 보면 아버지 역할은 나이 든 연기자가 하고 그 다음에는 젊은 연기자가 있는 식으로 조화가 이루어지는데 코미디는 그게 안되고 있거든요.

'그런 계층을 어떻게 고르게 조화시키고 잘 버무려서 방송으로 승화시키느냐' 이게 우리의 숙제지, '코미디가 마구 추락하고 있다' 이건 아니라고 봐요. 그럼 사람들이 왜 <웃찾사>를 보고 열광하고 <개그 콘서트>를 하면서 즐거워하고 그러겠어요. 예전에도 코미디를 가지고 공연식으로 하고 그랬는데 사람들이 구경하지도 않고 열광하지도 않았다구요. 요즘은 리마리오나 리마리오 팬, 이런 사람들이 나오고 그러잖아요. 그런 건 뭐 좋은 현상 아닌가요?"


선배들 커피 심부름 하는 후배들 불쌍해 '개콘' 기획

a "그 친구들이 멀쩡하게 학교 졸업해서는 방송국에 와서 커피 심부름만 하고 있고, 코미디는 몇몇 코미디언에 의해서만 이끌어 가고 있었어요."

"그 친구들이 멀쩡하게 학교 졸업해서는 방송국에 와서 커피 심부름만 하고 있고, 코미디는 몇몇 코미디언에 의해서만 이끌어 가고 있었어요." ⓒ 오마이뉴스 남소연

- 김미화씨는 99년 <개그 콘서트>를 직접 기획한 '산파'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때 상황을 좀 말씀해 주시죠.
"그때는 방송국에서 개그맨들을 많이 뽑았는데, 1년에 한 60명 정도가 배출됐어요. 그 친구들이 멀쩡하게 학교 졸업해서는 방송국에 와서 커피 심부름만 하고 있고, 코미디는 몇몇 코미디언에 의해서만 이끌려가고 있었어요. 그 뒤를 이을 후배들이 빛을 못 봤죠.


보면서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 친구들도 다 인기인이 되고 싶어서 나처럼 꿈을 안고 방송사에 들어 왔을 텐데, 그런 생각도 들고. 젊은 친구들한테 기를 불어 넣어 주고 기를 살릴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고 싶다, 그게 선배의 할 일 아닌가. 뭐, 한편으로는 나도 그 젊은 친구들하고 묻어서 연기하면 5년 할 거를 한 십년은 벌어 먹을 수 있겠다 그런 생각도 좀 했구요(웃음). 또 '코미디가 다 죽었다', 또는 '코미디는 저질이다'라고 얘기하는 사람들한테 코미디는 저질도 아니고 죽지도 않았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어요."

- 젊은 후배들과 처음부터 작업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방송사에서는 신인들 데리고 그렇게 한다는 게 위험 부담이 굉장히 커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유치할 수가 있어요. 신인들은 방송을 모르기 때문에 관객을 많이 앉혀 놓고 못 웃기면 유치한 방향으로 흘러요.

사실 방송사에서는 신인 데리고 하지 말고 인기 선배 연기자들과 하라고 얘기했어요. 그런데 제 의도는 신인들이 기를 펴고 연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인들 모아서 하겠다, 이렇게 말했죠. 그래서 신인들 하고 한 3~4개월 연습해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죠. 신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좋은 무대로 만들고 싶었는데 제 의도대로 되긴 됐어요."

- <개그 콘서트> 같은 젊은 취향의 코미디 프로그램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기획자로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의도대로 안된 게 하나 있어요. 저는 상업적인 면을 아예 배제했는데 방송사 입장에서는 상업적인 면을 많이 생각할 수밖에 없었죠. 저는 <개그 콘서트>를 하나 만듦으로 해서 이제 신인이 스타가 되고 걔들이 다시 졸업해서 선배들이 하는 프로그램에 다시 영입되고 선배 반(半), 후배 반 이렇게 다시 뭉치면 선배와 후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코미디가 계속 발전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방송사 입장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성공하니까 이거에만 묶어 두고 싶은 거예요, 다른 데는 보내지 않고. 신인들은 출연료가 싸잖아요. 신인들로 해도 이렇게 인기가 있으니까 방송사에서는 광고 수입은 많이 들어오고 나가는 돈은 적고, 또 세트에 대한 부담도 전혀 없고 좋죠. 그러니까 (방송사가) '아, 이렇게만 해도 되는구나'하면서 선배들이 설 무대가 적어진 거예요, 오히려. 제가 생각한 부분이 하나는 성공했고 하나는 실패한 거죠. 또 한 방송사에서 그렇게 재미를 보다 보니까 다른 방송사에서도 그게 모델이 되어 버린 거예요. 이제는 다른 방송사도 코미디를 할 때는 그런 식으로, 전부 물결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잖아요.

물꼬를 다른 곳으로 터서 방향을 바꾸겠다는 사람이 지금은 없다는 게 좀 아쉽죠. 그런데 분명히 그런 사람이 있을 거예요. 심형래, 임하룡, 엄용수, 김형곤, 김한국씨 같이 이제 40대 중반 정도 된 쟁쟁하고 좋은 연기자들이 정말 웃기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거든요. 저는 방송사 사람들, 특히 연출하시는 분들이 잘만 조명한다면 진짜 재미있는 코미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6개월마다 사람 갈리는 코미디 프로, 너무 빠르다

a "지금은 어떤 시스템이냐면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한번씩 해 봐서 유행어 만들고 거기서 몇 개월 정도 트레이닝 받고 관객이 "어, 저거 웃겨" 이러면 방송으로 오는 거죠."

"지금은 어떤 시스템이냐면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한번씩 해 봐서 유행어 만들고 거기서 몇 개월 정도 트레이닝 받고 관객이 "어, 저거 웃겨" 이러면 방송으로 오는 거죠." ⓒ 오마이뉴스 남소연

- <개그 콘서트>와 <웃찾사>에 대해 결국은 '사람'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신인 발굴을 등한시하면 매너리즘에 빠지고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것인데요.
"신인을 써서 시쳇말로 재미를 한번 보고 그걸로 계속 가다 보면 어떤 아픔이 있냐면, 그 친구들의 수명이 짧아진다는 거. 프로그램의 완성도도 떨어지거니와 반짝 재미밖에 없는 거죠. 그 친구들에게도 이런저런 무대들을 통해 연기를 키울 수 있는 마당이 있어야 해요.

그런데 지금은 어떤 시스템이냐면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한번씩 해 봐서 유행어 만들고 거기서 몇 개월 정도 트레이닝 받고 관객이 "어, 저거 웃겨" 이러면 방송으로 오는 거죠. 예를 들면 "빠져 봅~시다", 이런 거 있잖아요. 그 친구가 "빠져 봅~시다" 이래 가지고 그걸로 재미가 있었단 말예요. 그럼 바로 방송 투입돼서 그걸 계속하잖아요. 그럼 한 3~4개월 정도는 재미있지만 계속되지는 않거든요. 사람은 인프라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그러잖아요. 연기라는 게 그 유행어나 연극 무대에서 하는 그 몸짓이 다가 아니거든요."

- 요즘 젊은 연기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지금 연기하고 있는 친구들한테 제일 아쉬운 거는 그렇게 유행어 가지고 연기하는 게 좋을 수도 있는데 어떤 연기를 정말 깊게 배울 수 있는 틀이 없어서 단명하니까 제일 아쉬워요. 좋은 연기자고 진짜 재미있는 친구인 데 말이죠.

그래서 연기 가르쳐 주는 우리 같은 사람도 있어야 돼요. 그런데 저도 선배지만 요즘 연기자들 연기가 정석일 수도 있어요. 유행어만 가지고 하면 안된다고 하지만 또 유행어 가지고 해소될 수도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내가 선배이기 때문에 '우는 연기할 땐 이렇게 해야 돼'라고 자신있게 하고 싶지만 제가 할 수 없는 부분이 있거든요. 어쩌면 그 친구의 연기 폭을 내 틀로 묶어 버릴 수 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그렇게 얘기해 주고 평가해 주는 선배가 필요하고 선후배가 조화를 이루는 게 상당히 중요한 것 같아요. 조화 없이 가다가 끊어지고, 또 6개월 했던 친구들이 선배가 되어 버리는 그런 시스템이 자꾸 되고 있으니까 그게 걱정이에요."

- 그런 면에서 김미화씨를 키워준 선배가 있다면.
"글쎄, 전유성씨, 사실 전유성씨가 연기는 참 못해요. 화면 보면 되게 떨고 그래요. 하지만 창의적으로 발상하는 법, 이게 참 존경스럽죠. 물론 전유성씨가 천재성이 있어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책 많이 읽고 항상 뭐든지 새롭게 조명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닮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나머지 선배님들도 연기면에서는 너무너무 존경해요. 배삼룡 선배님도 그렇고 구봉서 선배님도 그렇고. 심형래, 임하룡씨도 말씀드렸지만 나름대로 아이디어도 있고 정말 연기 잘하시죠. 특히 넘어지고 자빠지고 연기가요, 그 '슬랩스틱'이 아무나 그렇게 자연스럽게 되는 건 아니거든요. 연기를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운 게 넘어지고 자빠지고 하는 연기예요, 사실은."

"저거는 맨날 하던 거야"라는 소리 듣지 않으려면

a "고정 코너 가지고 한주 한주 조금씩 바꿔서 하다보면 시청자들이 식상해 하고 '저거는 만날 하던 거야' 그렇게 생각하기 쉬워요."

"고정 코너 가지고 한주 한주 조금씩 바꿔서 하다보면 시청자들이 식상해 하고 '저거는 만날 하던 거야' 그렇게 생각하기 쉬워요."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지금까지 가장 획기적이라고 생각하는 코미디 아이디어가 있다면.
"<개그 콘서트> 초창기에 저와 전유성씨가 <앵콜 코미디>라는 걸 기획했어요. 전체 코미디를 다 보고 그 코미디를 다시 꼬아서 '앵콜'로 만드는 거예요. 지금 말하면 굉장히 쉽게 들리고 '그게 뭐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연기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긴장되죠. 관객들이 웃을지 안 웃을지에 대해 (사전) 실험이 없으니까요.

앵콜 코미디를 하자고 했을 때 저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어요. 저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외국에서도 어떻게 코미디를 가지고 앵콜로 보여주냐면서 신기하다고 많이 보러 왔거든요. 그런 아이디어의 재창조, 이런 작업들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고정 코너 가지고 한주 한주 조금씩 바꿔서 하다보면 시청자들이 식상해 하고 '저거는 만날 하던 거야' 그렇게 생각하기 쉬워요. 그런 것을 조금 보완해서 새롭게 재창조하려면 후배들이나 저 같은 코미디언이나 노력을 해야 해요."

- 아직도 '김미화'하면 <쓰리랑 부부>의 '순악질 여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순악질 여사가 그렇게 사랑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요.
"그때 굉장히 열심히 했죠. 낮에 커피숍을 가도 같은 커피숍 가서 커피 마시고, 시장을 가도 같이 가서 계속 아이디어 짜고. 그 정도로 둘이 같이 생활했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어요. 또 여러분들이 많이 사랑해 주시니까, 연기자들은 그게 또 '기'거든요. 재미있다고 기를 살려 주니까 '어, 더 재미있게 만들어야지'하면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거예요.

저는 뭘 하든지 다 재미있었어요. <삼순이 부르스>라고 화장실 청소 아줌마로 나와서 스타들 한명씩 만났을 때도 재미있었고 그 다음에 <사미인곡>이라고 전원주씨하고 서세원씨랑 목욕탕에서 수다 떠는 거 할 때도 최선을 다해 재미있었고요. 지금은 시사프로그램 진행하는데 이것도 너무 재미있어요. 한가지를 하더라도 이게 정말 최선을 다해야 할 목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질리지 않고 재미있어요."

정치 코미디, 어디 끌려가더라도 한번 해 보자

- 정치인을 흉내낼 수 없었던 과거나 종교를 비판할 수 없는 등 우리 사회에는 코미디의 소재 제한이 너무 심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방송사에서 알아서 기는 것 같아요. 사실은 정치 코미디, 종교 코미디 이런 거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하고 있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도 정치 코미디 같은 거 한번 해 보고 싶어요. 근데 정치인들 목소리 흉내내고 모양 흉내 낸다고 정치 코미디가 아니잖아요. 정말 우리 나라 정치가 웃긴데, 그런 걸 신랄하게 비판하면 재밌을 텐데…. 방송사 윗선에서 알아서 그런 걸 차단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은 생각이나 시대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사람들도) 정치 코미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들을 해요. 정치 코미디를 하면 어떤 제약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정치 코미디를 하면 뭐 진짜 어디로(?) 끌려 가는 건지, 아직까지 우리는 한번도 해 보질 못했잖아요. 해 봤으면 좋겠어요. 언젠간 하게 될 것 같아요. 빠른 시일 안에. "

a "<개그 콘서트> 처음 만들 때 보고 싶은 사람이 와서 봐야 한다는 게 제 지론이었어요. 코미디만큼은 정말 보고 싶어서 오는 관객이 있어야 연기가 늘어요."

"<개그 콘서트> 처음 만들 때 보고 싶은 사람이 와서 봐야 한다는 게 제 지론이었어요. 코미디만큼은 정말 보고 싶어서 오는 관객이 있어야 연기가 늘어요."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코미디 프로그램에 대해 맹렬히 비난하는 시청자들도 많습니다.
"저는 요즘 코미디를 안해서(웃음). 시청자들은 죄가 없잖아요. 재미가 없으면 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발전하잖아요.

<개그 콘서트> 처음 만들 때 보고 싶은 사람이 와서 봐야 한다는 게 제 지론이었어요. 코미디만큼은 정말 보고 싶어서 오는 관객이 있어야 연기가 늘어요. 왜냐하면 냉정하게 재미없을 때는 안 웃어 주고 재미 있을 때는 웃어 줘야 하는데 프로그램 관계자나 돈 받고 오는 사람들은 재미가 없어도 웃어 주거든요.

똥이라든지 섹스 이야기라든지 이런 거 평상시에 하면 웃기잖아요. 근데 우리는 인터넷으로도 나가기 때문에 방송에서는 그런 걸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어느 정도로 걸러야 하는지조차도 모르는 후배들이 있어요. 평상시 친구들 앞에서 하는 이야기를 여과 없이 방송에서 해 버린단 말이에요. 그럼 관객들이 냉정하게 안 웃는다니까요. 그럼 다음 번에는 그걸 안하죠.

예전에는 돈 주고 관객 부르면 억지로라도 웃었다고요. 그래서 후배들이 트레이닝이 안되는 거예요. 지금은 엄청나게 단련된 거죠.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냉정하게 심판 받는다는 거, 올라갈 때 엄청 떨면서 이게 웃길까 안 웃길까 고민하는 거, 그것 자체가 코미디가 발전하고 있다는 거죠."

나는 늘 '코미디언 김미화'로 있을 겁니다

- 김미화씨에게서는 코미디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납니다. 20년 동안 코미디언으로 활약하면서 '코미디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김미화씨에게 코미디란 무엇입니까?
"저는 정말 코미디를 평생 직업으로 생각했어요. 아주 어릴 때부터 그랬죠. 참 희한한 일인데, 처음부터 코미디언이 꿈이었기 때문에 한번도 코미디를 떠나서 뭐를 해야겠다, 또 그럴 수 있을 거다 이렇게 생각한 적이 없어요. 코미디는 생명과 같다고 믿고 있거든요. 요새는 안 불러 줘서 코미디를 못하고 있지만. 어떤 일을 하든지 '나는 코미디언'이라는 걸 항상 잊지 않고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한 인터뷰에서 "나는 멀리 내다보는 긴호흡으로 살아왔다"고 말한 걸 봤습니다. 후배 코미디언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코미디언은 나의 평생 직업이다 생각하면서 내 자신에게 반문하면 어떤 때는 너무 느긋해지고 현실에 안주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저만 해도 스타라는 말을 많이 들었고 어느 정도 선에 오르니까 그 위치 놓치기 싫어서 계속해서 그냥 편하게 살았던 순간이 있거든요. 그럴 때마다 자신한테 채찍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후배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그런데 지금 너무 잘하고 있으니까, 후배들은 사실 흠잡을 때가 없죠.

희망적으로 생각하면 굉장히 희망적이죠. 노력하는 데 지는 사람 있어요? 거북이도 경주에서 이겼는데. 요새 너무 힘드니까 코미디 보고 많이 좀 웃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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