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짧은 제목이 붙어있는 나의 습작시입니다. 타자로 쳐서 그것을 다시 붙여 놓은 것은 당시에는 그저 재미였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좋은 추억이고 독특한 멋도 있습니다.박성필
하나하나 넘기며 셈을 해 보니 모두 51편이나 됩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고등학교 시절과 갓 대학을 입학했을 때 썼던 시들이 대부분입니다. 비록 '시'라 부르기에는 부끄러운 작품들이지만 그 안에는 오래된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 시절 내 고민은 무엇이었는지, 우리는 또 왜 그렇게 아픈 사랑을 했었는지….
사실 '시'에 대한 나의 애착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아니 위험하기만 했습니다. 처음 입한한 대학에서는 의학 계열의 학과를 전공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전공과는 거리가 먼 '시'를 쓰는 '낭만파'에 가까웠습니다. 덕분에 학과에서 개최하는 행사의 팸플릿에는 내가 쓴 '축시'들이 가장 앞머리에 자리 잡곤 했습니다. 그 시절까지 시를 쓰는 것은 그저 멋진 풍류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시 쓰기가 풍류였는지 집착이었는지 전공을 바꿔 지금은 국문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학을 공부하게 되면서 다른 문학 장르보다 '시'에 관심이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시에 대한 조금씩 알게 되면 그만큼 시를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커져만 갔고 손에서 만들어진 언어들은 생명력을 잃어갔습니다(그런 두려움 때문일까. 시를 써 본 지도 꽤 오래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