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장사 이봉걸이 장애인협회장 된 사연

등록 2005.01.08 15:34수정 2005.01.1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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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장애인협회 '천하장사' 이봉걸(49) 회장
대전광역시 장애인협회 '천하장사' 이봉걸(49) 회장윤형권
천하장사 이봉걸(49)씨가 장애인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1980년대 중반 모래판의‘인간기중기’라 불렸던 천하장사 이봉걸씨는 작년 8월 대전광역시지체장애인협회 회장을 맡은 뒤 장애인 재활과 취업알선 등 장애인 복지를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고 있다.

기자는 지난 7일 오후 대전광역시 서구청에 있는 이 회장의 사무실을 찾아 최근 근황과 금년도 사업계획, 씨름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이봉걸씨는 프로씨름 선수로 한창 이름을 날리던 때인 지난 85년, 무릎 연골파열 수술을 5차례 받고 난 뒤 그 후유증으로 지체장애인 6급 판정을 받으면서 장애인협회 회원이 됐다.

이씨는 인터뷰에서 "장애인들이 집에만 있다보니 답답해하기도 하고 특히 정신적으로 위축되어가고 있다"며 "장애인들을 위한 리프트가 달린 버스 2~3대를 구입해서 노선을 정해 시내를 순환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최근의 LG씨름단 해체, 최홍만 선수의 K1진출 등과 관련 아쉬움을 표하며 "우리나라 씨름은 복장이나 머리모양, 의식 등에서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 단순 스포츠가 아니라 우리 전통문화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보여지도록 해야 한다"고 애정어린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다음은 이봉걸씨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술과 담배를 좀 줄이려고 합니다. 중학교에 입학하는 늦둥이 아들 녀석과 대화도 좀 많이 하려고요. 장애인협회에 대한 업무파악도 충분히 되었으니까 올해는 장애인의 복지증진을 위한 사업에 충실할 생각입니다."


- 어떻게 장애인협회장을 맡게 된 건가요?
“프로씨름 선수생활이 한창이던 지난 1985년에 무릎 연골파열로 수술을 받았습니다. 1989년까지 모두 5차례나 수술을 받으며 선수 생활을 했지요. 그 후 수술 후유증으로 여러 차례 치료를 받다가 2002년도에 6급 장애인 판정을 받고 장애인협회 회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에서 제 이름을 알고는 주위에서 회장을 권유해 1년간 고민하다가 중책을 맡게 되었습니다. 장애인을 위해 봉사하는 사명감이 있어야 하는데 과연 내게 그런 사명감이 투철한가 하고 말입니다. 고민 끝에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사회인식의 개선, 사회참여 확대, 자활 및 자립을 도모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조그만 힘이라도 되고자 회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모래판에서 샅바를 잡고 천하를 호령하던 손. 지금은 장애인들을 위해 일을 한다.
모래판에서 샅바를 잡고 천하를 호령하던 손. 지금은 장애인들을 위해 일을 한다.윤형권
- 금년도 주요사업계획은 무엇입니까?
“장애인들이 집에만 있다보니 답답해하기도 하고 특히 정신적으로 위축되어가고 있는 점이 문젭니다. 그래서 장애인들을 위한 리프트가 달린 버스 2~3대를 구입해서 노선을 정해 시내를 순환할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예산이 없습니다. 정부와 시에서 지원되는 것으로는 꿈도 못 꿉니다. 경제가 어렵다보니 후원자 구하기도 어려운 형편입니다. 그래서 수익사업을 해서라도 꼭 해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 장애인협회 회장으로 일하면서 어떤 점이 어렵습니까?
“정부예산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도 장애인들의 사회참여 문턱이 너무 높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장애인협회 회장을 맡아 5개월 정도 일을 하다보니 우리사회에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매우 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회원 중에 컴퓨터 하드웨어 쪽으로 뛰어난 기술이 있는 사람이 있는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면접시험에서 번번이 떨어졌습니다. 이런 사례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최근 장애인등록 추세를 보면 교통사고나 산업재해로 인한 장애인이 많습니다. 시민들 누구라도 ‘예비장애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덜할 텐데 말입니다.”

대학시절의 이봉걸 씨
대학시절의 이봉걸 씨이봉걸 홈페이지
- 최근 LG씨름단이 해체됐는데 현역선수시절에 소속했던 씨름단이라서 남다른 생각이 있을 것 같습니다.
“현역시절 소속했던 팀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기업이 경영여건이 어려워 팀을 해체한다는 것을 두고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LG씨름단 해체를 나무라기 전에 근본적으로는 씨름인들과 씨름협회 관계자들의 반성이 앞서야 합니다. 또, 정부도 전통문화 전승의 차원에서 체계적인 지원과 연구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일본의 스모를 보세요. 외국 국빈이 오면 꼭 스모를 구경시키잖습니까? 자국문화의 힘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리도 씨름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문화를 계승하고 있다는 긍지를 갖도록 해야 합니다. 복장이나 머리모양, 의식 등에서 큰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한복차림에 머리는 상투를 하든가 해서 씨름선수라는 표시가 확 나도록 하고 단순한 스포츠맨이 아니라 우리 전통문화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보여지도록 해야 합니다.

관중과 시청자가 외면하는 프로스포츠는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 씨름도 이런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합니다.”

- 최홍만씨의 일본 K1진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개인적인 결정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천하장사는 공인입니다. 우리민족의 얼이 배어 있는 씨름의 천하장사 아닙니까? 그래서 좀 더 신중하게 생각했으면 했는데 안타깝습니다. 씨름하고 싸움은 다릅니다. 싸움도 해본 사람이라야 잘 하는데, 잘 해낼지 걱정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활동무대가 일본이라는데 있습니다. 한국의 천하장사가 일본인이나 외국인한테 한방 맞고 벌렁 누워버리면 일본 언론에서 뭐라고 하겠습니까? 돈을 얼마나 벌지 몰라도 자존심을 따진다면 손해 보는 일입니다. 다른 후배들이 따라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 끝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께 한 말씀 해주시죠.
“안녕하십니까? 천하장사 이봉걸입니다. 을유년 새해엔 여러분 가정에 큰 복이 내려지길 바랍니다. 건강과 행운도 드립니다. 저도 <오마이뉴스> 자주 보는 애독자입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씨름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고, 특히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당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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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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