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3명 살해한 KKK단 두목 40년만에 법정에 서다

반 인륜 범죄는 공소시효 배제해야

등록 2005.01.13 15:22수정 2005.01.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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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92년 8월 미국 생활을 접고 13년 5개월 만에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귀향길에 올랐다. 한국으로 오는 기내에서 평생 잊지 못할 미국 영화 한편을 봤다. 불타는 미시시피(Mississippi Burning).

배경은 1968년 미시시피주. 백인 우월주의자들(KKK, Ku Klux Klan)들이 흑인 청년 한 명과 백인 청년 둘을 자동차로 추격해 한 청년은 두들겨 패 죽이고 두 청년은 가슴에 총을 쏴 죽인다. 그리고 댐 둑에다 암매장해 버린다.

이들 세 청년은 KKK단들이 불을 지른 한 흑인 교회를 둘러보다가 자동차로 이동 중이었는데, 한 보안관이 따라왔다. 보안관은 이들을 과속혐의로 체포한다. 그리고 보안소로 연행해 간 뒤 서너 시간을 질질 끈다. 그동안 KKK단원들에게 이들의 체포에 대한 소식이 전해진다. 보안관은 그들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번 것이었다.

이들이 석방돼 나가는 뒤를 KKK단원들이 그 보안관과 함께 추적한다. 이들은 막다른 골에서 겁에 질린 이 청년 셋을 처참하게 학살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연방 수사국인 FBI가 조사에 나서 18명을 기소했지만, 실제로 형을 받고 징역을 산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그것도 경미한 처벌을 받았고, 만기 전에 모두 출소했다.

이 KKK단의 두목인 '설교자'는 전원 백인들로 구성된 대배심원제도 덕택에 무죄로 석방되었다.

그 뒤 유족들과 인권운동 시민단체에서는 끈질기게 사건을 추적하고 진실규명을 외쳐왔다. 1988년 이 사건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다큐멘터리가 나왔는데, 그 영화가 바로 '불타는 미시시피'(Mississippi Burning)다.


지난 해 10월 미시시피주 수도인 잭슨(Jackson)시에서 수백 명의 인권운동가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주 법무장관(짐 후드)에게 이 학살 사건을 다시 조사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였다. 이 케이스에 생소한 법무장관이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접근해 줄 것으로 운동가들은 믿었다.

2005년 1월 7일 드디어 KKK 두목인 학살 책임자가 체포되어 법정에 세워졌다. 악명 높은 에드가 레이 킬랜(Edgar Ray Killen)이다. 그냥 세월이 흘렀다면 그는 깨끗한(?) 손으로 공동묘지에 갔을 것이다. 그의 나이는 이제 80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간밤에 이 뉴스를 인터넷을 통해서 접했다. 날이 새자 ‘미국에서는 살인범에 대한 공소시효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잘 아는 한 변호사에게 전화로 문의해 봤다. 주마다 다르다고 했다. 미시시피 주의 경우 ‘살인’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40년이 지났음에도 에드가 레이 킬랜을 법정에 세울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한국전쟁 전후 발생한 민간인 학살사건 진상규명을 해 오고 있다. 나의 아버지와 동네 분들 252명을 학살한 부대장을 찾아내어 조우한 바도 있다. 그의 상관인 당시 해병대 사령부(제주주둔) 정보참모도 찾아냈다. 부대장은 학살을 인정했지만 정보참모는 그 사건 자체를 모른다고 잡아떼고 있다.

얼마 전 인터넷 뉴스에 의하면, 한국 국방부에서 과거사 진상규명 차원에서 한국전쟁 동안 벌어진 민간인 학살 사건 10여개를 자체 진상 조사한다고 밝혔다. 국정원(과거 중앙정보부)에서도 의문사들과 미제 사건들에 대해서 자체 진상조사를 시작했다.

오는 1월 16일에는 1950년 7월~8월 동안 제주도에서 '예비검속자'를 집단학살한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호소하는 유족들의 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우리 유족들은 17대 국회가 집단학살이나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국제법은 그렇게 되어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제법을 준수한다고 하면서도 유독 이 조항에 대해서는 배타적이다. 즉, 기득권자들의 이익을 옹호하고 있는 셈이다.

‘40년'이 아니라 '55년'동안의 먹구름이 걷히고 밝은 태양아래 '진실'이 적나라하게 밝혀지길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 <제주의 소리>와 <디지털말>에 송고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제주의 소리>와 <디지털말>에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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