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튼 전 차관남소연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미국 국무부 2인자에 로버트 죌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내정됐다. 경쟁자였던 존 볼튼 국무부 차관은 정부에서 떠나거나, 딕 체니 부통령실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이를 놓고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콘돌리자 라이스가 체니와의 힘겨루기에서 첫 승리를 거뒀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미국시간으로 8일 죌릭의 부장관 내정을 공식 발표하면서 "라이스와 죌릭은 미국 역사상 가장 강하고 능력 있는 외교정책팀 가운데 하나를 구성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라이스에 대한 신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죌릭은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2001년 1월 이후 USTR 대표를 맡아왔으며, 1990년대 초반 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 경제 담당 국무차관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아버지 부시 행정부 때에 라이스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당시 죌릭은 소련 붕괴와 독일 통일 등을 둘러싼 문제를 주로 다뤘으며 이를 위해 라이스와도 자주 접촉하기도 했다. '두 부시'를 보좌하면서 두터운 친분을 맺어온 것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죌릭을 "강경한 돌격자(hard charger)", "완벽주의자", "전문성을 갖춘 국제주의자"라고 일컫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라이스와 코드가 비교적 잘 맞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문성과 라이스에 대한 배려 고려
2기 부시 행정부의 국무부 인선과 관련해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이념이나 강온파 사이의 자리 배정보다는 전문성과 국무부의 일체성이 많이 고려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장관에 이어 3인자에 해당하는 국제안보 및 군축 담당 차관 자리에 이념적 성향이 강한 볼튼 대신에 전문성을 갖춘 로버트 조지프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확산담당 보좌관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것도 이와 같은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그러나 전문성과 라이스의 원활한 임무 수행을 위한 국무부의 일체성 강조가 2기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유연해질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성향을 놓고 볼 때, 파월-아미티지 라인이 라이스-죌릭보다 더 온건하다고 볼 수 있고, 3인자로 거론되는 로버트 조지프 역시 볼튼 못지 않은 강경파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파월-아미티지는 국방부와 백악관의 강경파들로부터 뿐만 아니라 네오콘이 국무부에 심어놓은 볼튼으로부터도 견제를 받아온 반면에, 라이스는 부시의 신임을 바탕으로 네오콘과는 독립된 인사들을 주축으로 보좌진을 짜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강온파 사이의 분열에 따른 정책 혼선이 확실히 줄어들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대북정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