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하러 대구에서 왔지예"

청송 얼음골 인공 빙벽 등반...산악인들에게 각광

등록 2005.01.09 19:49수정 2005.01.1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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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벽등반에 여념이 없는 산악인들. 200여명의 산악인들이 빙벽을 타고 있었다.
빙벽등반에 여념이 없는 산악인들. 200여명의 산악인들이 빙벽을 타고 있었다.정헌종
1월 9일에는 청송 얼음골에 있는 빙벽 등반지를 찾아 나섰다. 을유년 새해 첫날 빙벽등반을 소개할까 계획했는데 그냥 가족과 조용히 새해를 맞이하기로 했던 것 같다.

청송 얼음골을 찾은 날은 날씨는 차갑고 하늘은 청명하였다. 포항에서 청송 얼음골로 가는 길은 죽장과 기계쪽으로 하여 옥계로 가는 길과 보경사쪽으로 가는 7번국도를 따라 삼사해상공원을 지나 강구에서 옥계쪽으로 좌회전하는 길이 있다.


나는 가족들과 나들이도 할 겸 주왕산을 들러 옥계쪽으로 코스를 선택하였다. 얼음골에 도착하니 내 눈을 의심할 만큼 많은 산악인들이 빙벽 등반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 대구와 울산 부산 마산에서 빙벽을 즐기기 위해 온 타지 사람들이었다.

아래에서 빙벽을 지켜보는 일도 확보를 하는 일도 모두 춥기는 마찬가지다.
아래에서 빙벽을 지켜보는 일도 확보를 하는 일도 모두 춥기는 마찬가지다.정헌종

"얼음 하러 대구에서 왔지예"

빙벽 등반을 하는 그 자체는 즐거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빙벽에 매달려 있으면 그런 동경 따위는 금세 잊어버리게 된다. 제 몸을 지탱하고 있는 아이젠의 발끝은 한없이 불안하게 느껴지고 너무 약해 보이는 자일은 날카로운 얼음에 쉽게 잘려나갈 것 같기 때문이다.

위태롭게 걸려 있는 픽켈의 끝을 보고 있노라면 얼음덩이들이 머리와 두 어깨로 쏟아질 것 같다. 목이 칼칼하게 메마르기 시작하고 두어 번 추락하여 자일에 매달려 보면 자신을 맡기고 있는 것이 진정 자신인지 아니면 장비인지 분간하기 어려워진다. 빙벽 등반에 있어 두려움은 너무 일상적이며 순간적이다.

믹스 크라이밍지역. 얼음의 질은 최상이었다.
믹스 크라이밍지역. 얼음의 질은 최상이었다.정헌종
"5년 전 이맘때쯤 설악산에서 빙벽 등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선등이었던 저는 20m 높이에 스크류를 하나 박고 다시 등반을 시작했는데 아차 하는 순간에 아이젠이 빙벽에서 빠지며 추락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스크류는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맥없이 빠져 버리더군요. 그 덕에 한 40m 아래 바닥에 추락했습니다. 다행이 난 눈 둔덕 위로 떨어졌고 등에 배낭을 매고 있어 떨어지는 충격을 모두 분산할 수 있었습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손 끝 하나 다치지 않았습니다. 기적이라고도 합니다. 그렇지만 떨어지는 동안 모두에게 작별 인사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시간은 정말 길었습니다. 이렇게 죽는구나 하고요."


한 산악인의 등반 모습은 거의 교과서적으로 정확했다.
한 산악인의 등반 모습은 거의 교과서적으로 정확했다.정헌종
포항의 산악인 남아무개씨는 이렇게 인공 빙벽에서 안전하게 등반을 할 수 있는 것은 산악인들에게 대단한 행운이라며 빙벽 등반에 대한 잊지 못할 추억에 대해, 지난날 설악산 토왕성 폭포에서 있었던 등반 중 추락했던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다.

"얼음 하러 대구에서 왔서예. 청송 얼음골에는 작년에 한 번 와보고 올해는 처음 와보는 거라예. 무엇보다도 가깝고 접근하기 좋고 얼음 질도 최상이고 여기 청송 얼음골에 빙벽이 없다면 겨울에 빙벽등반 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예."


여성 산악인 김아무개씨는 대구가 고향이고 대구에 직장이 있다. 작년부터 청송에서 빙벽등반을 하고 있으며 당일로도 빙벽을 충분히 즐길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하였다.

아울러 그녀는 이번 청송에서 열리는 전국빙벽등반 대회에 일반 여성부로 참가하여 쟁쟁한 여성 등반가들과 실력을 겨루어 보고 싶다며 반드시 참가하겠다고 열의를 다짐하기도 하였다.

대구의 여성등반인. 그녀는 이 번 대회에 반드시 참가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대구의 여성등반인. 그녀는 이 번 대회에 반드시 참가할 것이라고 말하였다.정헌종

제2회 청송 주왕산 전국빙벽등반대회 열려

청송 주왕산 얼음골 인공폭포의 전체적 난이도는 빙벽등반가들이 보기에 중에서 상급에 해당한다고 한다. 현재 결빙 상태는 대단히 양호하고 질이 좋아 낙빙도 적어 등반하기에 최고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한 빙벽 전문가는 말하였다.

인공 폭포는 결빙상태와 난이도 조정을 어느 정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급에서 중·상위급의 난이도 분류가 대체적으로 용이하지만 청송 얼음골의 인공폭포는 직벽과 오버행으로 결빙됨으로 국내의 어느 폭포의 결빙보다 난이도가 높은 등반이 될 것이라고 한다.

좌측 벽은 암빙벽이 혼합되어 있어 믹스 크라이밍 기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좌측 벽은 암빙벽이 혼합되어 있어 믹스 크라이밍 기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정헌종
현재 좌측벽은 직벽과 오버행이 접목되고 중간 중간에 암벽이 드러나 있는 암빙벽 믹스지역이며 우측의 경우 고드름과 오버행이 교차한 질 좋은 순수한 얼음지역이다.

간혹 우측의 고드름 지역에서 낙빙이 발생함으로 등반 중에 각별히 주의를 해야겠지만 결빙 상태가 좋아 낙빙은 거의 없는 것 같았다. 좌측의 암빙벽 믹스지역은 중간 지역부터 난이도가 높아짐으로 초보자는 우측의 고드름 지역이 오히려 등반하기에 좋을 듯이 보였다.

우측은 순수한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고드름지역과 오버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측은 순수한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고드름지역과 오버행으로 이루어져 있다.정헌종
한편 청송군에서는 대한산악연맹과 경북산악연맹의 후원으로 제2회 청송주왕산 전국빙벽등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대회 개최일은 1월 29일과 30일 양일간이며 일반부 남녀 난이도 경기로 펼쳐지고 많은 상금과 부대 행사가 준비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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