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저녁 전격적으로 사퇴의사를 밝힌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를 떠나고 있다. 이 부총리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수그러들지 않고 결국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들이 전원사퇴하는 후폭풍이 일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정무적 책임에 김 실장은 해당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중요한 결정은 내가 다 했다는 노 대통령의 말씀 속에 그 의미가 다 함축돼 있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그 대신에 사람을 바꾸기보다는 제도개선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인사시스템에 대한 재점검을 강조하면서 "국무위원을 기준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받는 방안을 실무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서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도 "대통령께서 잘 생각하신 것 같다"고 말해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국민의 눈길이 제도개선으로 돌려질지는 의문이다. 사실 청와대 안팎에서 이번 인사 파문의 사태 전개와 관련, 최대의 관심사는 김우식 실장의 거취였다. 왜냐하면 김 실장은 개혁세력보다는 이른바 '합리적 보수세력'을 일정하게 대변하는 역할을 해오면서 실용주의 노선을 견지해와 김 실장의 경질은 실용주의 노선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노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관용과 화합'을 기치로 내걸어 합리적 보수세력과의 화해, 보수언론과의 지나친 긴장관계 해소 등을 시사해왔기 때문에, '김우식 카드'는 어떻게 보면 대통령의 '악역'을 대신하는 정치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측면이 있다.
실제로 김 실장은 연말에 재계 5단체장을 직접 면담해 투자활성화를 통한 경제 살리기에 나서줄 것을 요청하고, 이른바 조·중·동의 보수언론 사주들을 잇따라 만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해왔다.
노 대통령의 도덕적 결벽증과 실용주의 노선의 승리가 어우러진 인사
물론 이러한 행보가 김 실장 개인의 독자적 판단에 따라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보다는 노 대통령의 지시나 암묵적 용인, 혹은 적어도 김 실장이 노 대통령의 의중을 읽었기 때문에 그런 행보를 하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했다.
따라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개혁세력을 자임하는 인사들은 이런 흐름을 되돌려놓기 위해서도 김 실장의 인책론을 강력하게 제기한 것 또한 사실이다. 노 대통령이 김 실장을 경질할 경우 또다른 실용주의자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지만, 일단은 집권 3년차 국정운영의 기조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결국 노 대통령이 김 실장의 사표를 반려한 것은 뚜렷한 잘못이 없는 참모들을 희생양 삼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도덕적 결벽증이 있는 노 대통령의 개인적 스타일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실용주의 노선의 승리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노 대통령이 이번 사태의 본질을 인사 추천·검증·판단의 잘못이지 정책의 잘못은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는 노 대통령이 강조해온대로 올해는 '관용과 통합'을 국정운영의 기조로 삼아 '합리적 보수주의'를 포용해 지지기반의 외연을 넓히면서 경제도약을 위한 실용주의 노선을 굳건하게 지향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는 이병완 수석이 총리가 후보의 도덕성보다는 대학 개혁의 시급성과 당위성을 중시하는 과정에서 검증 부분에 충분한 인식이 부족했다고 반성하고, 청와대 참모들도 이번 인사에서 실용주의적 접근을 강조한 것에 대해 반성한 것이 후임 교육부총리의 인선 기준이 바뀔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은 데서도 감지된다.
결국 도덕성도 중시하겠지만 '대학은 곧 산업'이라는 대학의 경쟁력 향상과 개혁을 우선하는 인선 기준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그래서 비록 '쓰나미'는 지나갔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겨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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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식 실장은 왜 '이기준 쓰나미'에도 살아남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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