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핸드백, MBC 후려치다

프로그램 전면 개편... 노조위원장 단식... 경영진 책임론 대두

등록 2005.01.10 23:00수정 2005.01.1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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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이하 사실은) 제작진 일부와 보도국장의 '명품핸드백' 파문이 MBC 내부를 뒤흔들고 있다.

당장 프로그램 개편이 결정됐으며, MBC 기자회와 노조를 중심으로 내부개혁을 촉구하는 요구가 높아지면서 향후 조직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 전면 개편... 노조위원장, 자성촉구 및 사죄단식

a MBC의 매체비평 프로그램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이 최근 명품 핸드백 선물사건과 관련해 지난 8일자로 방송이 전면 중단됐다. 이 사건은 프로그램 차원을 넘어 MBC 내부개혁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MBC의 매체비평 프로그램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이 최근 명품 핸드백 선물사건과 관련해 지난 8일자로 방송이 전면 중단됐다. 이 사건은 프로그램 차원을 넘어 MBC 내부개혁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사실은> 프로그램이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바뀔 예정이다. MBC는 10일 오전 임원회의에서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은 존속시키되 제목과 진행자를 바꾼 새 프로그램을 방영하기로 했다. 이번 파문 관련자는 제외된다. 사실상 '사실은'의 폐지와 다름 없다. 방송 재개일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1월 28일경 첫 방송이 나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MBC 기자회(회장 송요훈)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위원장 최승호) 등이 잇따라 대국민 사과 성명을 내고 자성과 함께 내부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최승호 노조위원장은 10일부터 내부 자성 촉구와 시청자에 대한 참회 차원에서 단식에 들어갔다.

최 위원장은 단식에 앞서 조합원들에 보내는 글에서 "이번 파문은 특정 부문과 프로그램을 떠나 MBC 전체에 새로운 각성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저 반성한다는 성명서를 내는 것 이상의 근본적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최 위원장은 "MBC가 맞고 있는 경쟁력과 신뢰도의 총체적 위기를 막지 못한 과오를 단식으로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또 시청자들에게 보내는 글에서 "MBC 내부의 언론윤리를 확립하고 감시해야 할 노조 대표로서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임하겠다"면서 "구성원들의 윤리의식을 고취하고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제도를 실현하면서 시청자 신뢰를 되찾겠다"고 밝혔다.


MBC 내부 개혁 움직임 급물살

이번 사건을 맞아 보도국 등 자성과 내부개혁을 향한 MBC 내부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MBC 기자회는 지난 7일자 <한겨레>에 이상호 기자의 양심고백 글이 보도되자 당일 밤 시청자에게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머리숙여 사죄한다'는 요지의 성명을 긴급 발표했다.


노조 역시 10일 사과 성명을 통해 MBC 내부의 치열한 반성을 거듭 다짐했다. 노조는 "MBC 보도국장과 매체비평 프로그램 진행자 등이 방송을 통해 고발했던 업체 관계자와 가졌던 술자리는 변명의 여지없이 부적절했다"고 고백한 뒤 ▲구체적인 윤리규정 등 시스템 보완 ▲경영진의 책임지는 자세 ▲더욱 엄격한 매체비평 프로그램으로의 변신 등을 결의했다.

송요훈 기자회장은 10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책마련과 관련, 재발방지 마련에 무게를 두었다. 송 회장은 "보도책임자급과 진행자를 직선제로 선출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서 "언론다워지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적극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호 노조위원장 역시 이날 사내 윤리강령 강화를 주문했다. 고위직 인사의 경우 사전에 치밀한 점검을 통해 윤리적으로 합당한 인물이 선임될 수 있도록 회사와 논의하겠다는 게 노조 방침이다.

한편 보도국장까지 관여된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조타수로서 위기를 예견하지 못하고 구시대 리더십에 안주한 경영진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즉 '명품핸드백 선물 파문'과 MBC의 총체적 위기는 전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라는 위기감이 그것이다.

이같은 문제의식은 올해 2월로 임기가 끝나는 이긍희 사장 등 최고 경영진을 향하고 있다. 노조는 10일 성명에서 "취임 당시부터 지나친 보수성 때문에 우려를 샀던 경영진은 지난 2년간 프로그램 편성이나 인사, 조직운영에서 구시대 관행을 벗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최승호 노조위원장은 내부개혁 실패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군사정권 시절부터 잘나가던 구시대 인사들이 연공서열식으로 상층부를 장악하고, 그들이 배운대로 권위주의적이고 폐쇄적인 운영을 계속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작금의 MBC에 대해 "아프지 않은 곳이 없고, 경영진은 물론 실무국장 등 어떤 리더도 책임지는 자세로 나서서 구성원과 소통하려 하지 않는, 그저 주총만 기다리는 현실은 '이긍희 사장의 실패'를 말해준다"고 진단했다.

보도국의 한 중견기자 역시 "이번 사건은 단순한 돌발이 아니라 개혁을 단행하지 못한 내부 모순이 축적돼 터진 결과"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일선 책임자 몇 명 바꾸고 프로그램만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가서는 안될 것"이라며 "MBC 혁신을 이끌 경영진의 대대적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영진 책임론까지 대두... 언론·시민단체들 "철저한 개혁 나서라"

이번 사태에 대해 실망과 분노의 목소리를 잇따라 발표한 언론·시민단체들도 MBC 스스로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내부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인권센터,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은 MBC에 대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일벌백계할 것" 등과 함께 재발방지책 마련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SBS와 지배주주 태영에 대한 비판도 가해졌다. 특히 태영에 대해서는 "시대착오적인 방식으로 기득권을 지키려 하지 말고, 사회적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는 방식으로 방송사를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사실은> 진행자인 신강균 차장은 이날 오전 MBC 보도제작국에 들러 유감의 뜻을 전하고 회사에 휴가원을 냈다. 아울러 개인 홈페이지에 양심고백성 글을 올려 이번 파문을 촉발시킨 이상호 기자는 9일 해외출장에서 귀국, 이날 기자회와 회사측의 진상조사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탁 태영 부회장의 '부적절한' 사과문
SBS노조 "전체 언론노동자에 대한 모욕"

(주)태영이 '명품핸드백 선물' 사건과 관련해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10일 오후 늦게 변탁 부회장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변 부회장은 이번 '명품핸드백 선물' 사건이 촉발된 지난해 12월 21일 부적절한 술자리를 마련한 당사자로 윤세영 SBS 회장의 처남이다.

변 부회장은 사과문을 통해 "이번 사건으로 언론계와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으나 '명품핸드백 선물'에 대해서는 "연말연시 선물성격으로 전달했다"는 해명만 덧붙였다.

변 부회장은 "중학교 후배 강성주 보도국장의 '자랑스런 문중인상' 수상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에 연말연시가 겹쳐 고교 후배 신강균 차장 등을 더 초대하게 됐다"면서 "수상 선물로 핸드백을 준비했으나 참석자가 늘어 모두에게 선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SBS노동조합은 변 부회장의 사과에 대해 "본질적 핵심을 비껴가는 물타기"라고 일축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던 SBS 노조는 변 부회장 사과문이 나온 직후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MBC와 SBS는 물론 전체 언론노동자에 대한 모욕이자 모독"이라며 "철저한 해명과 문책 없이 건실한 기업경영을 하겠다는 태영의 태도는 사건의 파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 박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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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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