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 그만! 중고도 온라인 시대

2005년 온라인 중고거래의 이모저모

등록 2005.01.14 06:02수정 2005.01.1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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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반품·중고품 등을 거래하는 일명 ‘불황 비즈니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불황 비즈니스가 최근에는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으로도 확대되어 성행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번진 아나바다

인터넷 중고품 거래의 진원지는 '옥션'이다. 지난 2002년 3월 옥션은 기존 온라인 경매 사이트의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일반인들도 누구나 쉽게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로 변화를 꾀했다.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가전제품과 디지털 기기. 보도에 따르면 옥션의 경우 중고 가전, 중고 컴퓨터 거래건수가 연평균 80% 이상씩 신장, 전체 평균 50%를 압도하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 중고 비즈니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것은 경기의 호불호 자체를 떠나 바람직한 현상임에 틀림없다.

특히 PC의 경우 일반 가전제품과 달리 부품의 교체 및 탈부착이 자유로운 제품이다. 따라서 잘만 활용하면 얼마든지 자기 입맛에 맞게 최적화된 중고부품으로 PC를 구성할 수 있다.


a 컴퓨터 중고 부품들. 중고라도 사양을 잘 맞추면 쓰는 데 큰 지장없다.

컴퓨터 중고 부품들. 중고라도 사양을 잘 맞추면 쓰는 데 큰 지장없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따라서 오래된 구닥다리 PC를 최신형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싶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이나 저렴한 가격에 일반적인 사양의 PC를 장만하려는 알뜰 소비자들에게 중고 부품은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중고품 재활용의 장점 중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점점 사용주기가 짧아져 폐기되는 물품들의 자원 낭비를 막을 수 있고, 제품 폐기물에서 배출되는 납, 카드뮴, 크롬, 수은 같은 독성물질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는 동시에 폐기물 처리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인터넷상에서 PC 중고 부품이나 완제품 중고PC를 매매할 수 있는 방법은 중고 PC 부품 전문 거래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현재 개인이 중고 부품을 판매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는 다나와(www.danawa.co.kr), 케이벤치(www.kbench.com), 컴퓨터중고시장(used.proline.co.kr), 파인드유즈드(http://www.findused.co.kr), 파인드올(http://www.findall.co.kr), 리싸이클시티(http://www.rety.co.kr), 옥션중고용품(http://www.auction.co.kr/joongo), G마켓중고용품(http://www.gmarket.co.kr) 등이 있다.

중고품 온라인 거래, 믿을 수 있나

그러나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는 일반인이 쉽게 중고품 매매에 참여할 수 있지만 신중하게 이용하지 않으면 범죄에 쉽게 노출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우선 온라인상에서 중고품 상태나 성능에 대해 매도인이 올린 기본적인 사양 외에는 알기 힘들고 확인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사이트 운영진이 일반인들이 올리는 모든 중고제품을 일일이 확인하거나 검증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매수인이 꼼꼼히 따져보지 않으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실제 안티옥션 사이트(http://anti-auction.org)에 올라온 사례를 보면 피해 유형이 다양하다.

K씨는 2004년 4월쯤 인터넷경매사이트에 올라온 내용과 사진만 믿고 중고 컴퓨터용 스피커를 1100원에 낙찰 받았다. 하지만 막상 경매가보다 비싼 구매자 부담 3500원의 운송비까지 지불하고 받아보니 사진과 달리 스피커 볼륨 조절 단추가 파손된 물품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경매시 자료와 실제 물품상의 차이 때문에 나타난 사례다.

C씨의 경우 2002년 8월 7일 중고 노트북 컴퓨터를 120만원에 낙찰 받고 입금까지 했는데 물건을 받지 못했다. 알고 보니 매도자가 경매 전에 이미 다른 루트로 노트북을 팔아놓고도 깜빡 잊고 경매 자료를 지우지 않았던 것이다.

구매자뿐 아니라 판매자쪽 피해 사례도 있다.

L씨는 2003년 12월, 가지고 있던 중고 노트북을 시작가 9만9900원, 즉시구매가 15만원으로 경매에 내놓았다. 9만9900원에 입찰한 사람도 생긴 상태였는데 마감 종료 몇 시간 전에 즉시구매가 15만원에 사겠다는 사람이 생겨 경매가 종료되었다. 그런데 즉시 구매를 하겠다던 사람이 뒤늦게 구매를 거부하는 바람에 결국 물건을 팔 수 없게 됐다.

그래도 위 사례들은 적정 경매사이트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반품시 우송료 보상 문제 ▲ 대금 늑장 반환 ▲ 경매 등록비의 사이버머니 환불 등 경매사이트 측의 미비한 대응에 대한 불만이었지만 비슷한 사례가 당사자간 직접 매매로 이루어졌을 때는 피해 보상이 막막해진다.

이밖에도 경매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보면 일반인으로 가장하고 치고 빠지는 식으로 중고 제품을 판매하려는 브로커도 꽤 볼 수 있다. 이들은 주로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아 탈세는 기본이고 연락처나 기타 신원 기재사항 또한 허위 내용인 경우가 많아 피해구제 방법이 거의 없다.

인터넷 경매 피해를 줄이려면?

인터넷 경매에 관한 소비자 피해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기존 중고품 거래가 판매자와 구매자의 직접 대면 하에 상품의 품질과 가격 등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교환하는 식으로 이뤄졌던 것과 달리, 인터넷에선 사이트상에 게재된 상품 정보만 보고 상품 선택 및 구매 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잠깐! 매매보호제도 운영여부 확인하셨어요?

인터넷 상거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일부 경매사이트에서는 매매보호장치(Escrow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매매보호장치란 낙찰자(구매자)가 먼저 경매사이트에 대금을 입금하고, 물건을 받아본 뒤 이상(하자)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 경매사이트에서 판매자 구좌로 물건 대금을 입금하는 방식.

따라서 중고제품을 인터넷 경매를 통해 구입하려 할 때는 경매사이트가 매매보호제도를 운영하고 있는지 약관 등을 사전에 알아보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거래시 주민등록번호, 신용카드번호, 은행계좌번호, 기타 개인신상정보는 알려주지 않는 것이 좋다.

또 경매 사이트가 개인정보보호대책을 웹사이트에 공지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이러한 보안시스템을 갖춘 업체와 거래하는 것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판매자의 신원정보(개인 혹은 사업자인지)나 판매 신용도 등에 대해 완전히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게 돼 불량상품 등으로 인한 '품질·A/S 불만' 이 많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주로 개인간 거래이기 때문에 소비자 피해 발생시 피해구제에도 어려움이 많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중고물품 거래의 순기능이 더 많다. 온라인 경매사이트를 통해 지난해 100건 이상 중고물품을 구입했다는 회사원 C씨는 "온라인 경매사이트는 원하는 제품을 발품 팔지 않고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안 쓰는 물건을 재활용하는 일석 삼조의 구매 형태"라며 "사전에 중고물품 적정가를 충분히 알아보고 경매보증이 확실한 사이트를 이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짝 인기 아닌 생활 습관으로 정착해야

온라인 상에서 부는 중고 비즈니스 유행 현상을 보며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또다시 재활용운동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반짝하는 유행으로 사라지고 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노파심이 생긴다.

더불어 1997년 IMF 관리체제 당시 중고 컴퓨터 유통회사로 이런저런 매스컴에서 각광을 받았던 CC마트가 갑자기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1994년 중고 컴퓨터 판매사업으로 시작해서 중고 비즈니스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혔던 CC마트. 그러나 지금은 중고 컴퓨터 판매보다는 컴퓨터 수리 및 업그레이드 업체로 바뀐 지 오래다. 이러한 사례를 되돌아보면 최근 온라인 중고비즈니스 또한 경기 상황에 따라 반짝 유행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노파심만은 아닌 것 같다.

전통적으로 중고품 교환 및 거래시장의 역사가 오래된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는 유독 '새것'에 집착하는 듯하다.

2005년 온라인상에 불고 있는 중고 비즈니스산업을 보면서 이번 기회에 중고품 재활용 습관이 튼튼하게 뿌리 내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이제 자원 재활용은 가정 경제 살리기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지구의 환경 보호와 우리들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습관화되어야 할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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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을 그만두고 10년간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파주에서 어르신을 위한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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