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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하나를 두고는 여기저기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느니 몇 만부가 팔렸다느니 여간 시끄러운 게 아니다. 도대체 무슨 책이기에 그런가 하고 서점에 들러 살까 말까 망설이다 그냥 돌아섰다. '두 권을 언제 읽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요즈음 글 쓰는 재미에 빠졌기 때문이다.
서울에 있는 아들에게 책 이야길 했더니 한 권을 사서 택배로 부쳐왔다. "보시고 소감을 한 말씀 해 주세요" 하면서 말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하던 일 다 멈추고 파고드는 형이라 사실은 읽기 시작하는 시점이 중요하다. 초저녁에 시작해서 밤을 새운 적도 있고 아침에 읽기 시작하면 점심도 거르고 어두워질 때 까지 읽어 내려가는 습성 때문이다. 식구들 끼니는 생각도 안 하고 말이다.
어느 해 여름에는 추리소설 57권을 쉬지 않고 읽은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작은 글씨가 조금 부담스러운 나이가 되었다. 비스듬히 기대서 있는 작가 '댄 브라운'의 사진을 보니 무언지 모르지만 새로운 생각을 갖게 할 예감이 든다.
주인공 '로버트 랭던' 이름은 잘 기억하겠는데 한참 읽다 보니 다른 인물들의 이름이 헷갈린다. 이제 내 기억력이 한계에 도달했나? 할 수 없이 내 나름대로 고안한 방법은 수첩에 메모를 하며 읽어 가는 거다.
자크 소니에르 - 박물관장
파슈 - 반장
아링가로사 - 주교
한결 읽기가 수월해졌다. 책장을 앞으로 넘겨 등장인물을 다시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해방된 기분이다. 하지만 누가 이 메모를 볼까 창피해서 살짝 책 아래에 숨겨 두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야기에서 소설과 사실이 헷갈려 검색어를 쳐보기도 했다. 정말 그림 속의 인물이 그런지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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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다녀온 과학전에서 비투르비우스의 인체비례 사진을 찍었다. ⓒ 허선행
또한 비투르비우스의 인체비례는 얼마 전 유치원 아이들과 함께 갔던 과학전에서 사진도 찍은 경험이 있어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PHI 숫자 1.618 황금비율
피보나치 수열은 연속된 두 숫자의 합이 다음 숫자와 같아서 유명한 것이 아니라, 연속된 두 숫자를 서로 나누어 보면 그 몫이 거의 1.618, 즉 PHI 값과 항상 비슷하게 나오기 때문에 더 유명한 수열이라고 한다.
어깨에서 손가락 끝까지 잰 후에 팔꿈치에서 손가락 끝까지 재서 나누어보면 우리 몸이 황금비율의 기념품이란다. 안 재볼 수가 없지. 긴 줄자로 내 몸을 재서 확인을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
책을 읽으며 잊을세라 '피보나치'를 중얼거리며 다녔는데, 어느 날 텔레비전 퀴즈 프로그램 문제에 나오는 거였다. 텔레비전 앞에서 식구들이 모여 누가 먼저 맞히나, 누가 더 많이 맞히나 서로 경쟁을 하는 중에 조개의 나선과 그 다음 나선의 직경비율이 예로 나오자마자 '피보나치'를 크게 외쳐 내가 맞혔다.
남편이 묻는다.
"그런 것도 다 알아?"
소설책 본 덕에 그날 퀴즈는 식구들 중에서 내가 앞섰다. 아들에게 전화해서 2권도 보내 달라고 했다.
"진도가 빠르시네요"라며 농담을 하길래 "딱 내 취향이야"라고 대꾸를 했다. 빠르게 전개되는 사건의 해결이 흥미롭다. 반전 또한 오싹 소름이 돋는다.
"아! 아직은 이런 책도 읽을 수 있구나."
비록 등장인물의 이름을 메모해 가며 읽었을지언정 아주 녹슬어버리지는 않은 것 같아 그나마 안심이 된다. 냉장고에 들어있는 반찬을 못 먹고 버리게 되는 경우가 있어 포스트잇에 "둘째칸에 물오징어 아침에 꼭 해 먹을 것"이라고 붙여놓고 자야 하는 요즈음의 한심한 나다.
그런데 소설책을 읽어 기억력 훈련이 된 탓인지 그 많은 등장인물의 이름과 전개흐름이 그림처럼 그려진다. 내친김에 용기를 얻어 다른 스릴러물을 골라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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