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내세워 개혁 발목 잡아서야
'이기준 파동' 대통령이 전적 책임"

[현장] 노 대통령 신년회견... 모두발언 80% 경제분야 집중

등록 2005.01.13 08:42수정 2005.01.13 14:06
0
원고료로 응원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오전 10시부터 청와대 춘추관에서 내외신 기자 2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올 한해의 국정운영 기조를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오전 10시부터 청와대 춘추관에서 내외신 기자 2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올 한해의 국정운영 기조를 밝혔다.오마이뉴스 이종호

[2신 대체: 13일 낮 12시 30분]

"다음 정부 출범때 선진한국호 열쇠 넘겨주겠다
2008년경 2만불 시대, 2010년에 선진경제 진입"


노무현 대통령은 "2008년경에는 국민소득 2만불 시대가 열리고, 2010년에는 여러 지표에서 선진경제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며 "이르면 다음 정부가 출범할 때, 선진한국호의 열쇠를 넘겨주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13일 오전 10시부터 청와대 춘추관에서 올 한해의 국정운영 기조를 밝히는 신년기자회견에서 "우리 스스로 자각하지 못했을 뿐 어느새 선진국 문턱에 바짝 다가서 있으며 이미 해외에서는 우리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대접하고 있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이를 위해서 지금부터 당장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고 전제하고 ▲금융·회계·법률·디자인·컨설팅·연구개발과 같은 지식서비스산업의 집중적 육성 ▲문화·관광·레저서비스 산업의 발전 ▲경제개방과 혁신 ▲제도와 의식, 사회 전반의 문화 선진화 등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무엇보다 정치가 선진화되고 공정하고 투명한 제도가 정착되어야 하며 시민의식도 성숙해야 한다"면서 "특히 부패 청산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마지막 고개이다"고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연초에 제가 선진경제, 선진한국에 대해서 말씀드렸는데 갑작스런 제안이라고 생각하신 분들도 계실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그저 드린 말씀이 아니다"면서 직접 배경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그동안 우리는 선진국을 구호로만 내세우고 막연한 미래로만 생각했지, 구체적인 비전과 전략은 갖지 못했으머 정부의 정책이나 기업의 경제활동도 그런 수준에 머물러 왔던 것 같다"면서 "이제 우리 경제도 선진경제를 얘기할 때가 되었으며 선진한국을 향한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노력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모두발언에 담긴 국정운영의 기조는 크게 보면 역사의 시계를 과거보다는 현재, 현재보다는 미래에 맞추겠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지난해 신년사 등에서 과거사 청산을 강조한 것에 견주면 180도 바뀐 것이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모두발언 80% 이상 경제부문 집중

노 대통령은 특히 모두발언의 80% 이상을 경제 부문에 집중시켰다. 그리고 특히 서민생활 대책을 연설의 맨 앞에 배치하면서 "가장 중요한 서민복지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올해에도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민생대책으로 추진해서 4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직업 상담과 알선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전국적인 직업안정망을 더욱 확충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런 변화의 조짐은 기본적으로 21세기가 이른바 '거버넌스(Governance)의 시대'라는 노 대통령의 인식에서 출발한다. 21세기는 단지 국민주권의 시대가 아니라 권력이 여러 곳으로 분산되는 거버넌스의 시대인 만큼 분산된 권력 사이에서 적당한 타협과 합의를 이루는 게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는 "경제와 비경제분야 정책을 서로 대립적인 것으로, 배타적인 것으로 사고하는 것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긋고 원칙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국보법을 경제에 걸었기 때문에, 국보법 하려다가는 경제법안도 안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면서 "국정원에서 과거사 조사한다고, 국방부에서 군대내 의혹사건을 조사한다고 해서 경제가 안되라는 법이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은 "전혀 관계없는 것을 묶으려고 하는 데 문제가 있으며 결국 경제를 내세워서 개혁법안들의 발목잡기를 하는 것이 문제다"면서 "(야당은) 경제에 대한 명분을 살리는 게 아니라 정치적 입장 살리기죠, 기득권 살리기 아닙니까"라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은 "성장과 분배의 문제도 마찬가지다"면서 역시 "여러분은 둘 중 어느 쪽 입니까"라고 되묻고 "저에게 그렇게 묻는 사람에게 제가 당신은 어느 쪽이냐고 묻고싶다"면서 "잘하는 나라는 둘 다 잘하고, 못하는 나라는 둘 다 시원치 않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이 문제는 두 마리 토끼의 문제가 아니다. 반드시 함께 성공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성장-분배... 여러분은 둘 중 어느 쪽입니까"

노 대통령은 또 재벌총수를 만나 투자를 독려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들을 만나서 고견을 듣는 것은 좋지만 관치경제가 막을 내린 현 상황에서 투자독려 차원에서 그런 만남은 필요없다"며 "개별적으로 만나도 줄게 없고 또 격려가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연말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송년만찬에서 국보법에 대해 "조급하게 하지 말자"고 말하고 과거사에 대해서도 "너무 부정적으로 하지 말자"고 말한 것과 관련, 대통령의 입장 변화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큰 원칙을 선언한 후 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국보법과 과거사에 대해 제 생각은 변함 없고,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은 생각은 표현하지만,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특별한 노력은 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겠다"면서 "두 가지 모두 국회에서 토론과 의결을 통해 결정할 문제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것은 우리가 지향할 가치의 문제이고, 역사적 가치의 문제다"고 전제하고,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선진국과 새로운 나라로 가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과거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간다"면서 "우리나라만 세계역사의 보편적 흐름을 거스르고 갈 수 없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로써 다시 한번 당정분리의 원칙에 따라 '국회의 몫'은 국회에 맡기고 '대통령의 몫'은 원칙과 소신을 갖고 챙기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최근 논란이 일었던 '이기준 교육부총리 인사파동'과 관련해서는 "전적으로 대통령이 결정한 일로 대통령의 잘못"이라고 전제하고 "다만 민정수석은 검증 책임자로서, 인사수석은 인사담당으로서 정무적 책임을 진 것으로, 김우식 비서실장의 유임을 노선(실용주의)과 결부짓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해명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나는 노선 문제를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그렇게 평가를 하니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잘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면서 "치우치지 않는 국정이 좋은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기준 파동'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잘못"

노 대통령은 이어 "국민들이 저를 약간 개혁 쪽으로 치우친 사람으로 보니, 비서실장은 약간 (개혁 쪽으로) 덜 치우친 사람으로 보는 것도 좋지 않나"라고 반문하고 "듣고 보니 잘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원칙과 소신에는 변함이 없으나 '선진한국'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과 노선은 '실용주의'와 인사의 '실사구시'를 견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음은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내외신 기자 여러분,

오마이뉴스 이종호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지난 한해, 좋은 일 궂은 일이 많았지만, 내내 경제 걱정만 한 기억밖에 없습니다.

새해에도 여러가지 소망이 있겠지만 모두가 간절히 바라는 대로 우리 경제가 좋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다행히 연초부터 많은 대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겠다고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정부도 기업들이 의욕을 가지고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더욱 힘쓰겠습니다.

정부 재정도 상반기에 집중 투입해서 투자와 소비를 활성화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풍부한 민간자금을 공공투자로 끌어들이는 종합투자계획도 조기에 집행해나갈 것입니다.

이렇게 해나가면 올 하반기부터는 우리 경제가 내수와 투자 부진에서 벗어나 활력을 되찾고, 국민 여러분의 살림살이도 한결 나아가서 활력을 되찾고 국민들의 살림살이도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

문제는 서민생활입니다.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도 서민들은 그 효과를 가장 늦게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의 어려움을 덜어줄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기초생활보호자와 생계형 영세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3월말까지 신용불량자 해소대책을 내놓겠습니다. 그동안 도덕적 해이가 두려워서 신불자 문제를 함부로 손대지 못했지만, 이제 대책을 내놓을 때가 됐습니다.

서민용 소형 임대주택에 대한 장기대출제도를 활성화하고, 중산층도 임대아파트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방안을 새롭게 강구하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임대주택 건설과 공급도 더욱 활성화될 것입니다.

서민 중산층의 대학생 자녀 학자금도 저리로 최장 20년까지 상환하는 장기대출제도를 올 2학기부터 새롭게 도입하겠습니다. 적어도 학비 때문에 공부를 못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노인요양시설을 확충해서 치매, 중풍 등으로 겪고 있는 서민들의 부담을 국가가 나눠 짊어지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안전망 전달체계를 개선해서 빈곤 소외계층이 곤경에 처했을 때 우선 보호조치를 하고, 나중에 법적인 절차를 밟는 '선보호제도'를 적극 시행하겠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서민복지는 역시 일자리를 늘어나는 것입니다. 올해에도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민생대책으로 추진해서 4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직업 상담과 알선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전국적인 직업안정망을 더욱 확충해나가겠습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서민대책은 더욱 더 확실하게 다져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경제가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될 과제도 있습니다. 경기는 시기와 속도가 문제일 뿐 반드시 살아날 것입니다. 그러나 경기회복 이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바로 산업간, 기업간, 근로자 상호간의 양극화 문제입니다.

지난해 수출이 30% 이상 증가하고 경제도 5% 가까이 성장을 했지만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은 이전보다 더 많아져가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비정규직, 재래시장 상인들의 고통은 매우 큽니다. 심지어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수출은 늘어나도 중소기업 기반이 취약해서 필요한 부품은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술력이 뛰어난 첨단제품의 수출은 크게 증가했지만 전통산업은 오히려 가격경쟁력에서 중국, 동남아 국가들에게 밀리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의 수익성이 대폭 개선되면서 순이익이 1조원을 넘는 우량기업이 늘고 있는 반면에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 못하는 기업도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경쟁력 있는 부문은 더 빨리 성장하고 그렇지 못한 분야는 더욱 어려워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다 경기를 심하게 타는 자영업 비중이 선진국의 서너 배나 되는 것도 체감경기를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를 단기적으로 해결할 묘안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경기가 좋아져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데 더 큰 심각성이 있습니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어왔습니다. 이상 더 양극화 현상이 지속된다면 소득격차가 커지는 것은 물론, 성장잠재력과 사회통합의 기반마저 크게 훼손될 우려가 있습니다.

양극화 문제 해결에 역량을 집중하는 동반성장 정책이 필요합니다.

기술을 혁신하고 인재를 육성해서 중소기업과 같이 뒤쳐진 분야는 조속히 따라붙도록 지원하고, 직업능력 향상을 통해서 근로자간의 소득격차를 해소해 나가야 합니다. 말하자면 고용과 성장이 함께 가도록 해야 합니다.

먼저, 중소기업을 경제정책의 중심에 두고 중소기업정책 자체를 혁신하겠습니다. 과거의 단순한 보호·육성 차원을 넘어서 기술과 사업성을 철저히 평가해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꿔나가겠습니다.

3만개의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육성해서 다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성장을 이끌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신규창업이나 사업전환이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겠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의 핵심인 부품소재산업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이를 위해 범정부적인 핵심 원천기술 개발체제를 구축하고, 수요자인 대기업과의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벤처기업은 이미 발표한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서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도록 하겠습니다.

지방 중소기업도 지역 특성에 맞게 육성해 나가겠습니다. 각 지역의 대학과 연구소 그리고 기업이 협력하는 혁신체계를 구축하고, 신발, 섬유, 식음료 등 주로 지방에 많은 전통산업도 고부가가치화 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영세 자영업자 문제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러나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동안 많은 고민을 해왔고 상반기 중에는 이 부분에 관해서도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겠습니다.

농어민 여러분도 개방의 파고를 이겨낼 수 있도록 최대한 돕겠습니다. 쌀 농가 소득안정 대책을 적극 추진해서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아가 농어민들의 연금과 건강보험료를 경감하고, 교육여건 개선·지역개발 촉진 등을 포함하는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5개년 계획'을 수립 중에 있습니다. 곧 확정해서 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대기업과, 앞으로 더 큰 성장이 기대되는 첨단 분야는 세계무대에서 마음껏 뛸 수 있도록 열심히 뒷받침하겠습니다.

이를 통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 수출과 내수, 첨단산업과 전통산업이 균형을 이루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나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관건은 기술혁신입니다. 그리고 그 바탕은 인재를 키우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대학이 바뀌어야 합니다. 1990년만 해도 33%에 불과하던 대학진학률은 지난해 81%로 대폭 증가해서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에서는 쓸만한 인재가 없다고 호소합니다. 더욱이 핵심기술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대학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현장 수요에 맞게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것은 물론, 강점이 있는 분야는 중점 육성하고 취약한 부문은 스스로 구조조정해서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합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통폐합 노력은 그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앞서 말씀드린 산업간, 기업간 양극화와 더불어서 또 하나 해결해야 할 과제는 근로자간의 양극화 문제입니다.

이 문제의 궁극적인 해법은 개개인의 직업능력을 개발하는 데 있습니다. 중소기업 근로자와 비정규직, 영세 자영업자, 미취업자 등에 대한 직업훈련 지원을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각자의 역량과 전문성을 강화해서 더 좋은 일자리나 취업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정부는 중소기업 근로자의 직업훈련 기회를 늘리기 위해 대기업의 훈련시설을 활용하는 방안과 중소기업을 직접 찾아가 훈련을 제공하는 '이동식 직업훈련 서비스'를 활성화해 나갈 것입니다.

이밖에도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훈련비 지원을 확대하는 등 누구나 뜻만 있으면 자신의 능력을 개발해서 보다 나은 미래를 개척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고용이 안정되고 근로조건이 양호한 정규직, 특히 대기업 노동조합의 양보와 협력이 절실합니다. 소수에 대한 두터운 보호보다는 다소 수준이 낮더라도 다수가 폭넓게 보호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비정규직 근로자 여러분도 능력 개발을 통해서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여가야 하겠습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서 정규직과의 불합리한 격차를 해소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연초에 제가 선진경제, 선진한국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갑작스런 제안이라고 생각하신 분들도 많이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말씀을 그저 드린 말씀이 아닙니다.

그 동안 우리는 선진국을 구호로만 내세우고 막연한 미래로만 생각했을 뿐 구체적인 비전과 전략을 세울 엄두를 내지 않았습니다. 정부의 정책이나 기업의 경제활동도 그런 수준에 머물러 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 경제도 선진경제를 얘기할 때가 되었습니다. 선진한국을 향한 분명한 목표를 내세우고 노력할 때가 됐습니다.

우리는 경공업 시대를 지나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같은 중화학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과 전자산업에서는 선진국도 부러워할 만큼 앞서가고 있는 분야가 많습니다.

우리 스스로 자각하지 못했을 뿐 어느새 선진국 문턱에 바짝 다가서 있는 것입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우리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대접하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가면 2008년경에는 국민소득 2만불 시대가 열리고, 2010년에는 여러 지표에서 선진경제에 진입하게 될 것입니다. 이르면 다음 정부가 출범할 때, 선진한국호의 열쇠를 넘겨주는 일도 가능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이를 위해서 지금부터 당장 준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먼저, 금융·회계·법률·디자인·컨설팅·연구개발과 같은 지식서비스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나가야 합니다.

지식서비스산업은 그 자체로서 부가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일류기업을 키우는 핵심 인프라입니다. 선진국들은 이러한 기업지원서비스가 크게 앞서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금융은 아직 신용평가 능력이 취약하고 컨설팅·법률·회계 등도 국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습니다.

앞으로 지식서비스산업 육성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해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산업구조를 선진화해 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교육·의료 등 고도 소비사회가 요구하는 서비스도 선진국 수준으로 질을 높여서 국민의 삶의 질을 한층 끌어올리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전략산업으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우리 국민은 교육열과 성취동기가 높기 때문에 의욕을 갖고 달려들면 이들 분야에서 선진국들과 겨루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는, 문화·관광·레저서비스 산업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이러한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 대중적인 소비가 살아나고 우리 사회가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될 것입니다.

정부는 문화·관광·레저가 어우러진 복합 소비산업에 대한 종합적인 청사진을 마련하고, 올해 중에 서남해안 등에 대규모 관광레저단지를 선정해서 사업이 구체화되도록 할 작정입니다.

국민 여러분,

선진경제로 가려면 개방과 혁신 또한 필수적입니다.

우리는 세계 12위의 무역대국으로서 개방형 통상국가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개방을 통해서 경제의 체질을 강화해 나가야합니다. 개방과 경쟁체제 아래서 학습과 혁신이 일상화될 때 경제의 선진화는 가속화될 것입니다.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다자무역체제에서도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정책방향은 올해 부산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통해서 세계 각국에 전달될 것입니다.

저는 임기동안 서비스산업 육성과 개방형 통상국가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서 선진경제의 토대를 확실히 해놓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목이 마르다'며 물을 마신 뒤)

끝으로, 선진한국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선진한국은 경제만이 아니라 제도와 의식, 사회 전반의 문화가 선진화됐을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정치가 선진화되고 공정하고 투명한 제도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시민의식도 성숙해야 합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부패 청산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마지막 고개입니다.

역대 정부 모두 부패 청산을 다짐했지만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참여정부 들어 정치부패를 근절하는 전기가 마련됐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투명성지수는 OECD 30개국 중 24위에 불과합니다.

부패도 문화입니다. 확실히 뿌리 뽑기 위해서는 제도개혁과 함께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합니다. 시민적 통제야말로 가장 강력한 부패 추방의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시민사회에서 제안하고 있는 '반부패 투명사회 협약'은 매우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밖에 선진한국의 필수요건인 국민의 안전과 환경문제 등을 챙기는 데에도 결코 소홀하지 않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분명 희망이 있습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힘차게 나갑시다. 기업은 더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노동계와 정치권도 함께 힘을 모읍시다. 저와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광복 60주년인 올해를 선진한국으로 가는 새로운 출발점으로 만듭시다.

남북관계나 북핵 문제를 비롯한 국민 여러분의 다른 관심사에 대해서는 답변을 통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에는 내외신 기자 270여명이 참석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에는 내외신 기자 270여명이 참석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제1신 : 13일 오전 8시 40분]

노 대통령 오늘 오전 10시 신년 기자회견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오전 10시부터 청와대 춘추관에서 내외신 기자 2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올 한해의 국정운영 기조를 밝힐 예정이다.

노 대통령은 오늘 회견에서 15분여 동안의 모두발언을 통해 '선진한국'이라는 지향점을 제시하고 사회 양극화 해소 및 '동반성장' 전략을 통한 경제도약을 강조할 예정이다. 또 이를 위해 국민 역량의 결집과 자신감 회복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이 연두회견의 기조에 대해 묻자 "아무래도 경제문제의 비중이 크고, 그 다음에 투명사회 문제를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결국 경제와 반부패·투명사회 두 가지 주제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그러나 경제계와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불법 대선자금 관련자들에 대한 사면 문제,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입법 처리, 남북관계와 관련된 중대한 발표 등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모두발언에 그런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모두발언에 이어 1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질의응답에서 기자들이 최근 현안이 된 교육부총리 인선파문을 비롯해 남북정상회담과 북핵 6자회담 전망, 책임총리제 및 개헌 전망, 사회 양극화 해소 및 사회안전망 구축복안, 지방경제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 질문할 가능성이 커 이와 관련된 진전된 언급이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내·외신 언론사 100여개사에서 270명 가까운 기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2. 2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3. 3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4. 4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5. 5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