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이 쓴 임진왜란 이야기

스티븐 턴불의 <사무라이 인베이젼>

등록 2005.01.14 15:09수정 2005.01.1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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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 인베이젼>을 쓴 스티븐 턴불은 원래 일본의 사무라이 문화와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무라이의 거의 유일한 외국 출병 사례인 임진왜란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일본 측에 더 구체적인 설명을 할애하는 편인데, 이는 저자가 사무라이 역사를 연구하다 보니 일본측에 사료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영어로 번역 소개된 우리 나라 연구서들이 비교적 적기 때문이다.

일본측 자료로는 임진왜란에 참가한 일본측 무장들의 집안에 내려오는 무장들의 개인일기, 병참 기록, 그리고 무장들을 따라나선 승려 케이넨과 포르투갈의 제수이트 신부의 일기를 참고했다. 우리 나라 측 사료로는 이순신의 <난중일기>와 <임진장초>, 유성룡의 <징비록>, 그리고 몇몇 임진왜란 연구서를 참고했다. 아울러 한국의 곳곳을 누비며 찍은 각종 사진과 기존의 사료에 나온 도판들을 많이 실어 사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자가 비교적 객관적으로 임진왜란을 다루려고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보이나 일본측 사료에 많이 의존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일본측의 입장이 더 많이 반영되었다. 제목조차도 '사무라이 인베이젼'이지 않은가.

예를 들어 4세기 초에 일본의 진구 천황이 한국에 출병한 적이 있다는 신화를 예로 든거나 전쟁 이후에 일본의 변화를 더 상세하게 기술한 것, 임진왜란기와 정유재란기에 일본 측의 승리로 끝난 전투에 대한 설명이 더 자세하게 나오는 것이 그렇다. 상대적으로 우리 나라에서 중시하는 진주대첩과 행주대첩에 대해서는 비교적 간략한 설명만 나온다.

저자가 틀린 것 중 하나는 전란 이후에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이 인조때에 일어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묘호란 이후에 왕이 바뀌고 병자호란이 일어났다고 적어 놓은 것이다.

우리 나라 임진왜란 연구서에서 이순신을 세계적인 해군 제독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게 단순히 우리만의 과장인지 아닌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좀 있었는데, 이 책에서 확실히 이순신은 해군사에서 중요한 제독 중 한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전쟁사적으로 볼 때 이 전쟁이 16~17세기 동아시아의 역학 관계에 대변화를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이 전쟁이 서양에 덜 알려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란 이후에 조선과 일본, 만주의 변화는 기술해 놓았지만 명의 변화는 써놓지 않은 점, 조선에 출병한 명의 군대 형편에 대해서는 별로 쓰여진 게 없다는 점은 앞으로 더 보완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실 우리의 기존 역사 연구서가 더 많이 영역될 필요가 있다. 일본사나 중국사에 대해서는 영역서가 많은데 상대적으로 한국의 역사서는 번역된 게 별로 없으니 서양의 동양사 전공자들이 일본 문헌이나 중국 문헌에 더 의존하게 되는 것 아닌가. 서양인의 시각에서 임진왜란 또는 조일전쟁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살펴 보기에 좋은 책이다.

덧붙이는 글 | Samurai Invasion: Japan's Korean War 1592 - 1598.
Stephen Turnbull 지음. 2002년 Cassell & Co. 출간.

노광우 기자는 현재 미국 일리노이주 카본데일에 머물며 영화와 대중문화를 전공하고있습니다. 가끔 공부하다 지칠 때 딴청도 피울 겸해서 이런저런 책을 읽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Samurai Invasion: Japan's Korean War 1592 - 1598.
Stephen Turnbull 지음. 2002년 Cassell & Co. 출간.

노광우 기자는 현재 미국 일리노이주 카본데일에 머물며 영화와 대중문화를 전공하고있습니다. 가끔 공부하다 지칠 때 딴청도 피울 겸해서 이런저런 책을 읽고 있습니다.

사무라이 SAMURAI

스티븐 턴불 지음, 남정우 옮김,
플래닛미디어,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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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영화보고 책보고 글쓰고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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