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섬은 물별이 만든 거예요"

낙동강 미래세대가 지구촌에 보내는 메시지, 그 두 번째 이야기

등록 2005.01.15 20:30수정 2005.01.1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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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들이 추워하는 것 같아요"

'습지와 새들의 친구'에서 주최하는 '낙동강 하구의 미래세대가 지구촌에 보내는 메시지 만들기' 프로그램의 두번째 현장 탐사가 지난 15일(토) 있었다.

지난 주에 있었던 첫번째 탐사에서 을숙도와 명지 갯벌, 둔치도, 치등을 돌아보며 낙동강을 느꼈던 아이들. 오늘은 배를 타고 낙동강 하구의 섬에 직접 들어가기도 하고, 낙동강 하구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아미산에도 올라가 볼 것이다.

"갈대가 나보다 더 키가 커요!"라며 갈대와 키를 재어보는 예슬이.
"갈대가 나보다 더 키가 커요!"라며 갈대와 키를 재어보는 예슬이.한나라
남매인 봄이와 찬용이는 워낙 사이도 좋고 장난도 잘 쳐 모두를 즐겁게 해 준다.
남매인 봄이와 찬용이는 워낙 사이도 좋고 장난도 잘 쳐 모두를 즐겁게 해 준다.한나라
배를 타고 직접 섬에 들어가 본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사뭇 흥분해 있다. 그러나 통통배가 출발하자마자 이내 거세지는 맞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바람을 피하느라 '고개를 숙인 죄인' 꼴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낙동강의 상쾌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낙동강 하구 연안에는 을숙도와 진우도, 장자도, 신자도 등 4개 섬과 대마등, 맹금머리등, 백합 등 10여개의 대규모 모래톱이 형성되어 있다. 그 중에 일행이 찾아간 곳은 신자도.

“자, 여러분들이 지금껏 가 본 섬과 다른 점이 있습니까?”

오늘 낙동강 하구 탐사 안내 역시 습지와 새들의 친구 박중록 대표가 발벗고 나섰다.

“섬이 평평해요.”
“나무가 없어요.”
“사람도 살지 않으니 집도 없고….”


“낙동강 하구의 섬들은 강의 상류와 인근 바다에서 밀려 온 모래가 쌓여서 만들어진 거예요. 처음에는 그냥 퍼석한 모래더미에 불과했던 것들이 점점 물기와 양분을 머금으면서 식물의 싹을 틔우고, 또 다른 생명들이 차차 생겨나면서 진짜 섬으로 바뀌어 가는 겁니다. 자, 그럼 우리 생물의 흔적들을 찾아 볼까요?”

박중록 선생님과 함께 찾아 본 생물의 흔적을 모으고 있다.
박중록 선생님과 함께 찾아 본 생물의 흔적을 모으고 있다.한나라
정태가 소라껍데기를 귀에 대어 "스스~" 파도 소리를 신기한 듯 들어보고 있다.
정태가 소라껍데기를 귀에 대어 "스스~" 파도 소리를 신기한 듯 들어보고 있다.한나라
아이들은 물가 쪽으로 나와 조개 껍데기를 줍기도 하고 갈대 숲 안쪽으로 들어가 새의 발자국을 찾아 보기도 한다. 섬을 이루는 밀알이 된 모래를 만져보는 아이들. 반짝거리는 모래알은 누구의 말마따나 '물별' 그대로의 모습이다.


오늘도 역시 동행한 그레그 마이클(월드스쿨네트워크 환경 활동가). 그레그가 재미있는 과제 하나를 냈다. 생물들의 흔적을 찾아 보았으니 이번에는 섬에 있는 사람의 흔적을 찾아 보자는 것.

'사람의 흔적이라….' 섬 곳곳으로 흩어졌던 아이들은 이내 타이어며 폐비닐, 병, 플라스틱 나부랭이들을 주워 왔다. 그레그와 함께 주워온 사람의 '흔적'들을 분류해 본다.

"This is father's.(이건 아빠가 쓰는 거지.)"

그레그가 막걸리병과 소주병을 한쪽 구석으로 모으며 익살스레 얘기하자 모두가 웃는다.

"And, who did it use?(이건 누가 썼을까?)"

"Mother uses!(엄마가요!)"

아이들의 대답에 빈 샴푸병은 '엄마의 물건'으로 분류되었다.

'사람의 흔적'을 Father's(아빠 것), Mother's(엄마 것), Family's(가족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것)로 분류해 놓으니 어느 것 하나 부끄럽지 않은 것이 없다. 사람의 흔적은 곧 쓰레기뿐이니 말이다.

찾아 온 인간의 '흔적'을 그레그와 함께 분류하고 있다.
찾아 온 인간의 '흔적'을 그레그와 함께 분류하고 있다.한나라
쓰레기들을 손수 나르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 아이들.
쓰레기들을 손수 나르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 아이들.한나라
아이들은 이 사람의 흔적을 없애기로 했다. 모은 쓰레기들을 육지로 가져가 내다 버리기로 한 것. 끙끙대며 우리네 엄마의 흔적인 떨어진 냉장고 문을 실어 나르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스럽다.

“모래더미에서 어떻게 풀들이 자라나게 되는지 자연이란 정말 신기한 것 같아요. 모래가 착착 쌓이고 어디선가 씨앗이 날아와 풀이 자라고, 나중에는 소나무도 생기고….”

현중이 말처럼 대자연은 스스로 성장하며 우리에게 '경이(輕易)'를 선사한다. 떠밀려 온 모래들이 만들어 낸 땅과 그 땅을 찾아오는 새들. 유난히 춥게 느껴지는 올겨울에는 또 얼마나 많은 새들이 낙동강 하구의 따뜻한 모래톱을 찾아 들 것인가.

아미산에서 바라 본 낙동강 하구의 모습을 눈망울 한가득 담은 아이들은 그 모습 그대로 카메라에도 낙동강을 담았다. 2주에 걸친 낙동강 하구 탐사를 무사히 끝낸 아이들, 이제 남은 여정은 이렇게 담겨진 낙동강의 모습을 지구촌 친구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중지(衆志)를 모으는 것 뿐.

이들의 다음 행보가 또 기다려진다.

아미산에서 바라본 낙동강 하구 왼쪽 자락 '도요등'.
아미산에서 바라본 낙동강 하구 왼쪽 자락 '도요등'.한나라

덧붙이는 글 | 아이들 손에 의해 만들어진 영상자료는 오는 4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Expo 2005의 NGO 지구촌 마을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아이들 손에 의해 만들어진 영상자료는 오는 4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Expo 2005의 NGO 지구촌 마을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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