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언어, 그 연구의 끝은 어디인가?

송경숙 저 <담화 화용론>을 읽고

등록 2005.01.16 16:31수정 2005.01.1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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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 화용론이란...

말과 글을 다루는 학문인 언어학은 크게 인간의 소리를 다루는 음성학과 음운론, 단어와 문장을 다루는 문법론, 소리에서 문장까지의 의미를 다루는 의미론, 그리고 실제 언어 사용 영역을 다루는 화용론으로 크게 대별될 수 있다.


형식주의나 구조주의가 학문의 중심 영역에 있을 때에는 소리를 다루거나 단어나 문장을 다루는 분야가 크게 각광을 받았는데, 그것은 분명한 구조나 형식에서 드러나는 정확함에 기인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영역들은 인간의 살아 숨쉬는 언어를 다루기보다는 인공으로 다듬어진 언어 자료를 다루었기 때문에 그만큼 연구 영역에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문장을 넘어서는 단위를 다루는 담화론이나 텍스트 언어학은 인간 언어의 실제 사용 영역을 다루기 때문에 이전의 음운론이나 문법론에서 볼 수 없는 실제 의사소통에서 다루어지는 언어 자료를 다룬다.

따라서 그만큼 연구 영역의 확대를 가져왔고, 그것을 통해 보다 더 인간의 언어에 대한 밀도 있는 연구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인간의 실시간 언어인 자연언어가 가지는 범위의 불확정성으로 인해 이론적 탐구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담화 화용론은 바로 이런 자연언어의 무한함과 불확정성에 이론의 잣대를 감히 댄다. 기존의 언어학이 주로 형식주의적이고 구조주의적 접근에 따라 살아 움직이는 언어보다는 죽어 있는 언어, 즉 박제된 언어 자료를 가지고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면 기능주의적인 접근에 따른 담화 화용론은 실제 실시간에 따른 인간 언어를 다루기 때문에 그만큼 언어 자료나 이론적 모색에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자연언어에 대한 이론적 모색


a 담화화용론 겉표지

담화화용론 겉표지 ⓒ 한국문화사

<담화화용론>은 이런 점에서 기초적인 이론과 그 동안의 학계에서 이루어 놓은 성과를 간단하게 요목조목 펼쳐 놓고 있다. 언어 자료는 주로 영어이며 그 대상은 대학생들이다. 주로 필자가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같은 대학 내에서 이루어 놓은 다양한 언어 자료들을 통해 이론적 정리를 해 놓고 있다.

전체는 9장으로 구성된다. 1장은 담화 화용론에 대한 총론 성격을 띤 장으로 담화와 화용론에 대한 개념 정리와 담화 연구에 대한 접근법을 화용론, 화행론, 대화분석, 변이분석, 상호작용 사회 언어학, 의사소통의 민족지학의 여섯 가지로 나누어 정리해 놓고 있다.


2장은 화용론에서 주요한 이론으로 다루어지는 직시(deixis)를 다루고 있다. 직시는 ‘가리키고 지시하는 것’으로 풀이되는데, 대표적인 예는 지시사, 1·2인칭 대명사, 시제, now나 here과 같은 장소 및 시간 부사 등 발화의 상황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다양한 문법적 자질을 포함한다.

3장은 전제(presupposition)를 다루고 있다. 전제는 한 개인이 발화할 때 발화된 문장 내의 어휘나 구조와 관련하여 부수적으로 전달되는 의미를 말한다. 즉 말하는 이가 말하기 전에 이미 그렇다고 가정하는 것으로 말하는 이가 갖는 것을 말한다.

4장은 함축(implicature)을 다루고 있다. 함축은 발화된 문장의 명시적 의미 이상으로 추가적으로 전달된 의미를 말한다. 의사소통의 관계에서 화자는 함축을 통해서 의사소통의 간결함을 추구하고, 청자는 화자의 의도된 의미를 추론을 통해서 인식하는 것이다. 즉 담화화용론에서 함축이 다루어지는 것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장 이상에서 의사소통되는 의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5장은 예의와 협력을 다루고 있다. 언어의 두 가지 주된 목적은 정보전달적인 것과 상호작용적인 것에 있다. 정보전달에 중점을 둔다면 언어는 메시지 중심적이 되고, 반면에 상호작용적인 것에 중점을 둔다면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은 바로 예의와 협력이다. 즉 언어의 의사소통에 있어 상대방을 고려하는 기본적인 예의와 협력 정신이야 말고 상호간 의사소통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다는 것이다.

6장은 화행을 다루고 있다. 이 장은 다소 전문적인 화용론 영역의 이론을 다루고 있는데, 유명한 언어 철학 대가들인 오스틴(Austin)과 설(Searle)의 이론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7장부터 9장까지는 주로 이야기체 담화의 속성을 통해 담화화용의 이론적 탐구를 이루어가고 있는데, 특히 9장은 최근 인지 언어학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은유’에 대해서 개괄적으로 정리해 놓고 있다.

언어에 대한 탐구는 끝이 없다?

언어에 대한 탐구는 철학에서부터 컴퓨터 과학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그 폭이 상당히 넓다. 그만큼 언어는 다양한 영역으로부터 관심을 대상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언어가 이렇게 다양한 영역으로부터 연구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인간을 대표하는 상징이 바로 언어이기 때문이다.

철학과 윤리학에서는 언어를 통해 인간의 본질에 탐구, 인간 상호간의 관계 규명 등에 초점을 기울인다. 심리학이나 사회학에서는 언어에 숨어 있는 인간의 욕망과 권력 관계를 조심스럽게 탐구하다. 또한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인지 과학에서는 인간 언어를 컴퓨터로 대신할 수 없을까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학문과의 연계관계를 이루며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리고 언어학 영역에서 최근 불고 있는 담화·텍스트 언어학에 대한 열기는 다름 아닌 인간의 언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에의 열망이고, 실용주의적이고 실제적인 언어를 통해 인간의 내면세계와 정신세계를 제대로 탐구해 보자는 데 그 목표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담화·텍스트 언어학이나 담화 화용론은 자연언어가 가지는 자료의 불확정성, 방대함, 그리고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막강한 산출력 때문에 그 이론적 성취를 이루는 데 엄청난 어려움이 있음도 분명한 사실이다.

덧붙이는 글 | 담화화용론<송경숙 저. 한국문화사. 2003 출간>

덧붙이는 글 담화화용론<송경숙 저. 한국문화사. 2003 출간>

담화 화용론

송경숙 지음,
한국문화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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