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 스님이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관통터널에 반대하며 83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전 지율 스님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종로구 통의동 청와대 부근 숙소를 찾은 기자가 창문을 통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오마이뉴스>는 17일 외부와 일절 연락을 끊고 신변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율 스님을 만나기 위해 서울 종로구 통의동 거처를 찾아갔다.
창문 하나가 있는 방에서 지율 스님은 힘겹고 외로운 사투를 계속하고 있었다. 대문을 열고 방 안에서 인터뷰를 시도하려 했으나 지율 스님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절대 하지 않겠다, 그날(13일) 기자회견 이후 덧붙일 말이 전혀 없다"면서 끝내 문을 열지 않았다.
"혼자 정리하는 사람 찾아오는 것 결례"
이윽고 지율 스님은 창문을 조금 열어 <오마이뉴스>는 창문 너머로 간신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나 지율 스님은 "이제 더 이상 찾아오지 말라, 혼자 조용히 정리하겠다"고만 되풀이했다.
"지율 스님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언제까지 단식을 하시려는가" 묻자 지율 스님은 "집은 누가 알려주었는가, 혼자 정리하는 사람을 찾아오는 것은 결례"라고 말했다.
이어서 "지율 스님과 천성산 생명 살리기를 위한 촛불집회가 광화문 등에서 열릴 예정인데 알고 계시는가"라고 묻자 "바깥 세상을 전혀 모르며 바깥 상황과 연관해서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다"고 답했다.
정부와 청와대에 섭섭함을 느끼지 않는가라는 질문에는 "이제는 기대도 하지 않는다"라고 체념할 뿐이었다.
건강진단조차 완강히 거부...종로서 담당 경찰 "인기척만 확인"
한편 종로경찰서는 통의동 지율 스님의 거처 주변에서 매일 지율 스님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지율 스님을 담당하고 있는 종로경찰서 모 형사는 "지율 스님이 외부와 연락을 일절 거부하고 있어 직접 살펴볼 수가 없다"면서 "버너로 물을 끓이는 소리나 화장실 가는 인기척 정도만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율 스님의 건강 진찰을 담당하는 종로구 보건소 의사 이모씨는 17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율 스님이 건강진단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면서 "직접 진찰한 적이 없고 눈으로만 시진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담당 의사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 따라들어가 언뜻 보았을 때 무척 야위어서 정신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 의사는 "당분과 탄수화물 등 영양분이 전혀 몸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물을 얼마 만큼 섭취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직접 확인하지 못했으며 지금은 건강상태가 어떻다고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