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 어학 교재는 왜 엉터리가 많지?

[분석] 한국인이 만든 프랑스어 어학 교재의 문제점들

등록 2005.01.17 23:24수정 2005.07.1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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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언어는 영어, 중국어 그리고 일본어이다. 몇 개월 전에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책을 보다가 나는 프랑스어 어학 교재를 구경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외국어 부서'에서 그 책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프랑스어 어학 교재를 한 권, 두 권 읽기 시작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그 책들에는 실수는 물론 이상하고 오래된 표현들, 엉터리 말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 때 나는 아마 다섯 권 정도 봤는데도 불구하고 거의 다 틀려 보였다. 왜 그랬을까? 그 책들은 다 한국 사람이 만든 프랑스어 어학 교재였기 때문에 아마 외국어 서적에서 확인하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 불가사의를 풀기 위해 직접 외국어 서적 쪽으로 갔다.

예상대로 외국어 서적에 있는 프랑스어 어학 교재들은 문제가 없었다. 실수, 이상한 대화도 없었고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오래된 표현들도 없었다. 다시 말하면 그냥 믿을만한 어학 교재들이었다. 그리고 그 책들에는 물론 한국어 설명이 아예 없었다(한국사람뿐만이 아닌 모든 외국인을 위한 프랑스어 어학 교재들이었다).

한 편으론 안심이 되었다. 왜냐하면 그 외국서적들마저 다 엉망이었다면 나는 거의 미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른 한 편으로 고민이 더 많아졌다. 어떻게 그런 어학 교재들이 그렇게 많은 실수로 꽉 차 있을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일은 몇 개월 전에 생긴 일이었지만 지금까지 줄곧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한국 사람이 만든 프랑스어 어학 교재들이 진짜로 그 만큼 실수가 많은지를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 주 금, 토요일에 강남 교보문고에 있는 한국 사람이 만든 모든 프랑스어 어학 교재들을 확인하기 위해 한 10시간 정도를 보냈다.

나는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 괜찮은 프랑스어 어학 교재를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하지만 그렇게 좋지도 않았다). 여러 종류의 어학교재들을 집중적으로 보았고 단어장이나 전문 서적은 이 조사에서 제외시키기로 했다.

모두 60권을 다 보고 나서(물론 다 읽지는 못했지만) 보통 어떤 책이 나쁜 책이었는지를 금방 알 수 있었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

11권: 좋은 책 - 문법, 단어, 철자가 맞고 형식도 현대적이어서 전반적으로 좋은 책들.

19권: 괜찮은 책 - 전반적으로 괜찮았지만 여기저기 실수가 있거나 사용된 표현도 좀, 아주 현대적이지 않거나 100% 완벽하지 않은 책들.

14권: 아주 오래 된 프랑스어로 쓰인 책 - 할아버지 세대에나 썼던 프랑스어. 만약 어떤 외국 사람이 그렇게 오래 된 프랑스어로 말한다면 빅토르 위고(Victor Hugo) 시대 때 살았던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어떻게 이런 책들이 아직까지 나올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책들은 보통 1990-2004년 사이에 출판된 책들이다. 정말로 프랑스어 인기가 떨어졌나보다….

6권: 한국적인 이상한 프랑스 말이 있는 책 - 이 책들을 몇 분만 읽어도 한국 사람들이 만든 책이라는 사실을 틀림없이 알 수 있었다. 아니, 한국 사람뿐만 아니라 프랑스어를 못하는 한국 사람.

이 책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자주 문법적으로는 틀리지 않았어도 프랑스적인 말이 아니었다. 언어는 문법이 전부가 아니다. 이 책들을 만든 사람들은 자기가 배운 문법만으로 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대화들은 다 너무 이상하거나 우스워서 프랑스적인 말이 아니라는 뜻이다.

9권: 그냥 나쁜 책 - 이 책들에는 모든 종류의 실수가 있었다 :

- 타이핑 실수
- 문법 실수
- 철자법 실수
- 표현 실수
- 이상한 실수
- 새로운 실수
- 틀린 실수
- 실수의 실수
- 등등
- …

간단히 말하면 이런 실수가 있는 책들은 일부러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는 책들이다.

마지막 1 권 : 심사위원 특별상 - 표지 제목부터 틀리게 쓴 책.

결과적으로

50% : 괜찮은 책
23.33% : 아주 오래 된 프랑스어로 쓴 책
10% : 자연스럽지 않고 이상한 책
15% : 사면 안 되는 책
1.67% : 불쌍한 책

다른 심각한 문제 : 이렇게 실수가 많은 책들을 만든 사람 중에 한국에서 아주 유명한 대학교들의 교수들도 있었다.



외국어 어학 교재를 만들 때 그 교재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과 같이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그 언어를 오랫동안 열심히 공부했고 그 나라에서 수년 동안 살았어도 원어민들처럼 자연스럽게 말할 수 없다고 믿는다.

특히 대화를 만들 때에는 자연스러워야 하기 때문에 원어민과 확인하지 않으면 쉽게 틀리거나 자연스럽지 않은 이상한 대화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만약 내가 몇 년 동안 한국에 산 후 한국 말을 공부하는 프랑스 사람을 위해서 한국어 교재를 혼자서 만들고 싶다고 한다면 틀림없이 한국 사람들은 나를 말릴 것이다.

바로 그 문제다. 이렇게 틀린 프랑스어 책들은 한국 사람 혼자서만 만들었기 때문에 100% 옳게 만들 수 없었다.

만일 내일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어떤 한국 사람이 그냥 프랑스어 어학 교재를 산다면 내 개인적인 조사에 의하면 한 50%의 상황에서만 괜찮은 책을 살 수 있을 거다.

물론 그 문제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수 있다. 요컨대 요즘에도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렇지만 이런 문제들이 프랑스어 어학 교재에 있을 수 있다면 다른 외국어 어학 교재에도 있지 않을까? 독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이탈리아어, 그리고 중요한 영어? 중국어? 일본어?

내가 다 확인하지 않아도 프랑스어 어학교재에만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한국 사람끼리만 외국어 어학 교재를 만든다는 것은 맞는 대답이 아니다.

출판사들은 자기 책들을 팔면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책을 만들 때 오래 걸려도 바르게 만들어야 한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만 책을 엉터리로 출판하거나 쓰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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