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너희가 서민을 아느냐" 국회서 말문 트이다

[현장] 민주노동당 민생포럼에 60여 서민 적극 참여

등록 2005.01.19 18:04수정 2005.01.19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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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민주노동당은 19일 국회헌정기념관에서 `국회 속 서민의 목소리 제1회 민생포럼`을 개최하고 임대아파트, 상가임대차, 신용불량자 문제 등 민생 사안에 관련된 현장의 목소리를 국회안에서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민주노동당은 19일 국회헌정기념관에서 `국회 속 서민의 목소리 제1회 민생포럼`을 개최하고 임대아파트, 상가임대차, 신용불량자 문제 등 민생 사안에 관련된 현장의 목소리를 국회안에서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국회의원을 내세우는 게 최대치였지, 국회 안에서 우리가 직접 말할 수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최재석 전국임대아파트 입주자대표연합회장)

"경제가 땅바닥이 아닌 지하로 들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먹고사는 게 힘들다. 아무리 얘기해도 국회의원들은 피부로 느끼지 못할 것이다. 어떻게 처절한 표현을 해야 아실라나 모르겠다. 백날 찾아다니면서 울고 하소연해도 쇠귀에 경읽기다." (부천의 임대아파트 입주자 조아무개씨)


19일 신용불량자, 임대아파트 입주자, 중소 상인 등 서민들이 직접 민생 현안을 들고 국회를 찾았다. 이날 오후 1시 민주노동당은 '국회 속에 서민의 목소리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국회 헌정기념관 강당에서 민생포럼을 열었다.

민생포럼에는 민주노동당 당직자와 보좌관은 물론 김혜경 대표와 조승수·현애자 의원이 참석했지만 주인공은 방청석에 앉은 60여명의 서민이었다. 이날 포럼은 임대아파트 입주자, 중소 상인들이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며 민주노동당의 대책을 묻고, 해당 정책을 맡고 있는 의원과 당직자들이 답변을 내놓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사람들은 발언권을 얻기 위해 앞다투어 손을 들었고 "1분만 더 이야기하겠다"며 자신의 상황을 길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결국 2시간 예정이던 행사는 3시간이 넘어서야 끝났다. 참석자들은 의원들의 답변에 박수를 보내거나 다른 참석자들의 사연에 한숨으로 공감을 나타내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당 점퍼를 입고 온 김혜경 대표는 "정치권이 민생을 화두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를 풀기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며 "민주노동당 의원이 299명 중 10명밖에 없어서 한계가 많았지만 정치적인 행동까지 전망을 세워가며 대응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사회를 맡은 최재석 전국임대아파트입주자대표연합회 회장은 "다른 당 의원사무실에 갔다가 문전박대 당하거나 욕을 먹은 적도 있다"며 "국회에서 싸움박질만 하지 말고 다른 정당도 참여해서 서민들의 목소리가 바로 정치에 연결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1분만 더 이야기하겠다" 말문 트인 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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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황상열씨는 "사업체의 경영부실로 아파트가 부도가 났는데 임차보증금을 한푼도 받지 못하고 한겨울에 쫓겨났다"며 임대아파트 부도사태에 대한 진상조사특위 구성을 요구했다. 또한 황씨는 "(경매를 맡고 있는) 국민은행을 방문할 예정인데 의원님이 한 분 동행했으면 좋겠다"고 즉석 제안을 했다.


부천에 사는 조아무개씨는 "주공(대한주택공사)이 매년 공정거래위 시정조치도 어겨가며 5%씩 임대료를 올리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조씨는 "청와대나 국무총리실에도 이메일을 보냈지만 쇠귀에 경읽기더라"며 "어떻게 처절한 표현을 해야 국회의원들이 서민들 상황을 아실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용불량자인 주연지씨의 사연은 보다 절박했다. 주씨는 "파산신청을 마음먹고 1년 동안 서류를 준비했지만 변호사를 쓰려면 200∼300만원이고 혼자해도 신청 비용이 60∼90만원이라서 아직 접수도 못하고 있다"며 "거지로 인정해달라는 데에도 돈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컴퓨터를 압류해서 중학생 아이가 학교 숙제를 제대로 못해 결국 중3으로 진급하지 않고 검정고시를 보게 됐다"며 "빚진 사람들은 잘못했더라도 아이들이 무슨 죄냐"고 말했다.

답변에 나선 이선근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은 "민주노동당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고 다 해결하겠다고 약속하면 민생사기꾼"이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 본부장은 "민주노동당은 기초생활수급권자 외에도 차상위계층, 미성년자, 노숙자 등에 대해서는 채무를 탕감한다는 대책을 갖고 있다"며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파산법 개정안을 다음주 중 입법발의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또한 이 본부장은 임대아파트 피해와 관련해 "(해당 상임위인) 국회 건교위에 우리 의원이 없없다"며 "재보궐 선거에서 여러분들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약속하는 사람들을 지원하신다면 해결이 좀더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수 의원은 "나도 3000만원 전세를 살고 있는데 임대아파트 입주자의 울분을 이해한다"며 공감을 나타내고 "아파트 임대료를 5% 자동인상하는 불합리함은 어떤 일이 있어도 고치도록 노력하겠다"는 결의를 나타냈다.

민노당 "서민 요구 수용하는 후보 지지하세요, 그게 빠른 겁니다"

a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이 `국회 속 서민의 목소리 제1회 민생포럼`에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이 `국회 속 서민의 목소리 제1회 민생포럼`에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일부 참석자들은 민주노동당에게도 불만을 나타냈다. 중앙대 앞에서 주점을 했던 고은영씨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에 유일하게 관심을 보이는 민주노동당조차 너무 여러가지 일을 하느라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문제제기만이 아니라 끝을 볼 수 있도록 의지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고씨는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 전 계약자는 보호를 못 받게 되어 건물주들이 월세나 보증금을 4∼5배씩 올렸다"며 "10년간 맞벌이한 돈을 모두 쏟아붓고 대출까지 받아서 어렵게 장사를 했는데 길거리로 내쫓겼다"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다가 감정이 북받쳐 울먹이기도 했다.

이선근 본부장은 "당 역량이 충분하지 않아 곤혹스럽다"며 "작년부터 민생 더 살펴야 한다는 의견들이 당내에서 강하게 올라오고 있고 이를 약속하는 지도부도 늘어나고 있어 법안 개정이 다뤄질 2월 임시국회에서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인대 전국지하도상가 상인연합회 회장은 "서민 위한 정당이라면서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흔들지 말아야지, 왜 간이과세를 폐지하려 하냐"며 관련 입법발의 폐기를 요구하기도 했다.

송태경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정책지원팀장은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을 파악하지 못하면 부유세 도입해도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간이과세를 폐지해야 한다"며 "국선 세무사 제도 도입 등 보완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당의 입장을 설명했다.

행사 실무를 맡은 임동현 경제민주화운동본부 국장은 "우리 당 의원들도 구체적인 민생현안에 대해 어두울 수 있는데 이번 포럼이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라며 "다음에는 당 의정지원단실과 협조해 다른 당 의원이나 정부 측 정책 생산자들을 불러 서민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포럼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a 임대아파트 입주자 대표가 `국회 속 서민의 목소리 제1회 민생포럼`에서 임대아파트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임대아파트 입주자 대표가 `국회 속 서민의 목소리 제1회 민생포럼`에서 임대아파트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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