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메뉴 : 오뎅한성수
"아지매, 우리가 초등학교 다닐 때, 오뎅 하나 사먹고 국물을 한 번 떠먹고 나서 두 번째 떠 먹을라카모 난리가 났습니더."
"하모, 그 때 아이들은 국물이 우러나기도 전에 말쿰 다 묵으삥게네 그랬을 끼다. 요새 아이들은 국물을 더 떠 묵으라 캐도 안 묵는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평소에는 용돈이 한 푼도 없어서 오뎅을 사먹을 꿈도 못 꾸었습니다. 그러나 오일마다 한 번씩 서는 장날이 되면, 사정이 자못 달라집니다. 점심시간이 시작되자마자 나는 가장 먼저 쪼르르 시장으로 달려가서 어머니를 찾습니다.
"어무이, 시장에 오셨습니꺼? 좀 팔았습니꺼?"
"아죽꺼정 못 팔았다. 쪼깨마 기다리거라."
나는 어머니한테 손님이 오기를, 고개를 늘어뜨리고 기다리면서 주위를 맴돕니다.
"아지매! 이 고사리 좀 사이소. 우리 아들, 따신 국물이라도 좀 멕이서 보내구로 한 단만 좀 사 주이소, 마이 드리께 예."
어머니는 연신 사정을 합니다. 그러나 매정하게도 시간이 흘러 점심시간이 끝날 때쯤이면 내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뛰어 들어가는 내 뒷모습을 어머니는 안타깝게 바라보셨습니다.
그러나 운좋게 어머니한테 동전 한 닙을 얻는 날이면 나는 오뎅을 사 먹었습니다. 주인아주머니가 아무리 눈치를 주더라도, 나는 다섯 번 이상 국물을 떠먹을 때까지 쪽바가지을 놓지 않습니다.
또 시장에 다녀오시는 길에 아버지는 종종 풀빵을 사 오셨습니다. 그 때 작은 풀빵을 '거러지빵'이라고도 했는데, 여하튼 입에서 살살 녹는 달작지근한 그 맛을 나는 아직 잊지 못합니다. 내가 육학년 때쯤 동네 아이들이 풀빵 틀을 구해서 각자 재료를 추렴해서 풀방을 구워먹곤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서로 먼저 먹으려다가, 설익은 풀빵을 먹고 배탈이 난 적도 있었습니다.
이제 아주머니는 풀빵을 건넵니다. 우리는 오뎅국물을 떠먹던 바가지를 놓습니다. 추운 날씨와 매서운 바람 탓인지 풀빵봉지의 따스한 기운이 사르르 전해 옵니다. 딸아이와 나는 손을 잡고 집으로 내달립니다. '대한'바람이 시린 달빛을 타고 우리를 뒤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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