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 시작해 '자유'로 끝난 부시 취임 연설

부시 "전 세계에 민주주의 확대" 강조...수천명 취임 반대 시위

등록 2005.01.21 07:44수정 2005.01.2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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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부시 미대통령이 20일 워싱턴의 미국회 의사당에서 부인 로라 여사가 받쳐든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부시 미대통령이 20일 워싱턴의 미국회 의사당에서 부인 로라 여사가 받쳐든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제 43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지구상의 모든 지역에 자유를 확대하기 위한 임무가 현재 미국의 사명"이라고 강조하는 취임연설로 그의 2기 행정부의 시작을 알렸다.

후두암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윌리암 랭퀴스트 대법원장(80)의 집례로 치러진 취임식 연설에서 부시는 "자유는 방방곡곡 모든 사람들의 권리이며, 그 스스로 대를 이어 계속 이어져야 하는 권리일 뿐 아니라 미국민들에게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원동력이다"라고 말했다.

부시는 "학정과 절망속에 사는 사람들은 미국이 결코 그들이 받고 있는 억압을 무시하지 않으며 억압자를 옹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것"이라면서 "그들이 자신들의 자유를 위해 일어설 때 우리도 그들과 함께 일어설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시의 이번 취임 연설에서 '자유'를 의미하는 단어를 총 45회나 사용했다. 그는 '프리덤'을 26회, '리버티'를 15회, '프리'를 4회 사용하는 등 그의 연설은 자유에서 시작해 자유로 끝을 맺었다.

문제는 그가 이처럼 강조한 '자유'가 다른 나라의 자유을 구속하는 '미국만의 자유'가 될 우려가 그의 재임 2기에 현실화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최근 미 행정부에서 종종 흘러나오고 있는 이란과 북한에 대한 '강경' 논조가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모든 나라에 민주주의를 확장하는 것이 미국의 정책"

부시는 이라크전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테러' 등의 용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았으나, "세계에서 폭정을 끝내기 위한 궁극적인 목적과 함께 모든 나라에 민주주의 확장을 추구하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다"라고 말했다.


부시는 "자유를 향해 진군하고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자유의 의미와 약속을 보여 주기위해 결단하고 있다"고 말햇다.

그는 결론에서 "우리 땅의 자유의 존속은 점차로 다른 나라의 자유의 성공에 달려 있다"면서 "현재 세계의 평화를 위한 가장 큰 소망은 전세계에 자유의 확장을 가져오는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부시는 또 이날 연설에서 이라크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독단적인 태도로 와해 상태에 있는 오랜 동맹국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 주었다. 그는 "미국의 모든 동맹국들은 미국이 그들의 우정을 존중하며 그들의 충고와 도움에 의존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의 이날 연설은 이라크전에 대한 정당성에 초점이 맞추어 졌지만 미국내 문제에서도 초점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당초 예정되었던 17분 연설보다 다소 길어진 이날 취임연설에서 부시는 그의 국내정책의 목표는 현재의 시대적 요구에 맞게 제도와 기관들을 개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부시는 '모든 시민으로 하여금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되도록 한다' 는 취지의 '소유권 사회'(ownership society)에 대해 말했다. 그는 "젊은층 노동자들이 그들의 세금의 일정 부부분을 개인 구좌로 예치할 수 있도록 부분적으로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존 케리-슈워제네거 등도 취임식 참석

이날 취임식에는 상하 양원 국회의원들과 조지 H. 부시, 빌 클린턴, 지미 카터 등 3명의 전직 대통령이 참석했다.

또 지난 대선에서 부시에 패배한 민주당 존 케리 후보, 부시에 이어 유력한 차기 주자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공화당의 존 멕케인 상원의원, 코네티컷 출신의 조셉 리버만 하원의원,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도 눈에 띠었다.

대통령 취임식의 전통에 따라서 부시 대통령은 아침 일찍 라파이엣 공원 건너편의 세이트 존스 성공회 교회의 취임예배에 참석하는 것으로 취임식 일정을 시작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의 아버지 조지 H. 부시 부부, 동생인 젭 부시 부부 등 300여명과 함께 이 예배에 참석했다.

취임 예배에서 쿠바 출신 루이스 레온 목사는 설교를 통해 부시에게 "이 나라의 지도자로서 임무와 사명을 수행하여 미국인들이 9.11이후 가지고 있는 공포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레온 목사는 부시에게 정치적 성향이나 사상의 차이를 뛰어넘어 하나의 공동체라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램지 클라크 전 검찰총장 등 수천명 '부시 취임 반대' 시위

한편 이날 부시의 취임식에 앞서 부시가 취임식장으로 향하는 연도에서 대기하고 있던 10여개 단체의 수천명 시위대들이 부시 취임반대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원 가운데 한 남성은 지난해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포로학대 사건에서 유명해진 검은 두건을 쓰고 양팔을 펼친 모양의 이라크 포로를 흉내내며 군중들 가운데 설치한 연단에 올라서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들중에는 미리 집에서 제작한 듯한 플래카드가 여기저기서 눈에 띠었다. 이들 플래카드에는 '팔들은 포옹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당신은 나로부터 직무를 수행하기 위한 허락을 받지 못했다' '전쟁은 W(부시를 의미)와 함께 시작한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시위대원중 캔자스 대학생인 테일러 프렌치(25)는 "전쟁이 아닌 일자리를 늘려라. 지금 당장 정권을 바꾸자"라고 쓰여진 배지를 달았다.

시위대중에는 전 연방 검찰총장 렘지 클라크도 끼어 있어 관심을 모았다. 끈질긴 이라크전 비판자로 알려진 램지 클라크는 취임식장 연도의 군중들을 향해 "세계는 우리가 해 온 것과 우리가 하고 있는 것 때문에 가장 위험한 장소가 되었다"면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미국정부와 미국민들의 순결성을 위한 기본적인 것이다"라고 외쳤다.

'부시로 부터 등을 돌려라'는 단체의 운영을 맡고 있는 젯 헤이코는 <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주로 이라크 전쟁, 보건문제, 복지문제, 교육문제 등으로 부시가 자신들에게 등을 돌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취임식장 인근 100여곳 차량통제 삼엄한 경비

이번 취임식 행사는 9.11 이후 처음 있는 취임식이어서인지 경찰과 보안요원 등 관계자들이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워싱턴 시내에 있는 약 100여개의 구역에 차량출입이 통제되는 등 역대 취임식중 가장 삼엄한 경비를 했다. 이번 취임식 행사를 위해 약 7000여명의 군인들과 6000여명의 경찰병력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보안요원들은 수일 전부터 만일에 사태에 대비해 백악관 앞 취임식장에 이르는 주요 도로에 금속탐지기와 경찰견 등을 풀어 특별 경계에 들어갔으며, 몇몇 도로는 버스로 통행을 막았다. 또 보행자들도 수마일에 걸쳐 허가된 곳에서만 활동할 수 있게 통제했다.

<뉴욕타임스>는 20일 부시가 지난 대선에서 케리에 비록 불분명한 승리를 거두었지만, 이날 취임식을 계기로 이같은 약점을 극복하고 정치적인 자산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조지 W. 부시는 누구인가

20일 미국의 제43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조지 W. 부시는 누구인가.

조지 W. 부시는 1946년 7월 6일 텍사스 미드랜드에서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41대 대통령)의 4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바로 아래 동생인 로빈 부시가 3세 때 백혈병으로 사망해 현재는 5남매가 됐다.

부시는 1968년 예일대 역사학과를 졸업한 후, 1975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예일대 재학시절 폭력행위에 관련된 적도 있었다.

그는 1977년 친구집 바비큐 파티에 참석했다가 만난 로라에게 반해 다음날로 청혼했고, 이후 3개월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그는 현재 23세인 쌍둥이 딸 바바라와 제나를 두고 있다.

부시는 1970년부터 80년대, 고향인 텍사스 미드랜드에서 에너지 사업을 벌였으나 실패한 채 마약에 손을 대는 등 방탕한 생활을 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정치무대에 뛰어든 것은 1988년 그의 아버지 조지 H. W. 부시가 대통령 선거에 나섰을 때 선거캠페인 자문 역할를 하면서부터다. 그는 이 당시 텍사스 레인저스 야구단 공동 매니저로 활약하기도 했다.

부시가 정치무대에서 시운이 따르게 된 것은, 1994년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주이자 보수적인 텍사스의 주지사가 되고부터다. 그러나 부시의 아버지 조지 H. 부시는 '말썽꾼' 장남인 부시가 주지사가 되었를 때까지도 못 미더워 했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오히려 부시의 손아래 동생이자 모범생으로 소문난 젭 부시(현 플로리다 주지사)를 부시 가문의 영광을 이을 '후계자'로 꼽고 있었다.

그러나 부시는 억세게 운이 좋았다. 2000년 대선 당시, 젭 부시가 주지사로 있던 플로리다에서 앨 고어를 재검토 논란 끝에 538표 차이로 물리치면서 백악관의 주인이 된 것이다.

그는 백악관 주인이 된 이후 개인 소유의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1583에이커)을 45차례나 방문해 일부 미국 언론으로부터 '재택근무 대통령'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그의 가장 빈번한 방문지인 펜실베이니아를 44차례 방문한 것을 견주면 엄청난 방문 횟수이다. 그는 선거인단수가 적은 주들인 버몬트, 로드 아일랜드 등은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부시는 9·11 테러사건 이후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일으키며 스스로를 '전시 대통령'이라 칭했다.

최근 AP통신은 사막 한가운데 떨어뜨려도 부시가 반드시 챙길 물건 1순위를 성경책으로 꼽았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회심한 크리스천' (Born-again Christian)으로, 공무 여행 때를 빼놓고는 아침저녁으로 성경묵상과 기도시간을 따로 갖는 것으로 소문나 있다.

그는 지난 20003년 3월 이라크 침공을 앞두고도 백악관 로즈 가든을 거닐며 '결단'을 위한 기도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2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현재 마음이 편안하냐"고 묻자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내가 편안하냐구요? 난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나는 이번 선거에서 정치적 자산을 얻었습니다. 나는 이것을 앞으로 사용할 작정입니다. 이게 바로 나의 스타일이죠."

케리에 대한 그의 승리를 이라크전을 정당화 하기 위한 정치적 자산으로 해석한 것이다.

그는 최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난 대선에서 미국민이 케리를 선택하지 않고 자신을 선택한 것은 바로 이라크전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한 것과 같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는 이같은 '해석'을 이번 취임연설에도 고스란히 담았다. / 김명곤 기자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미국 플로리다에서 발행되고 있는 시사-종합 주간지 <코리아 위클리>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미국 플로리다에서 발행되고 있는 시사-종합 주간지 <코리아 위클리>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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