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청이 망하는 법'을 기억하는가?

[주장]경남도지사 고급승용차 구입 파문이 던져준 것들

등록 2005.01.22 16:19수정 2005.01.2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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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경남도지사
김태호 경남도지사이승한
김태호 경남도지사의 관용차를 최고급 승용차로 바꾼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아직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비난 여론의 원인은 경남도지사가 최근 내구연한이 반밖에 지나지 않은 자신의 전용 관용차 다이스티(3000cc)를 에쿠스 리무진(3500cc)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불거져 나왔다. 그 후 김태호 지사는 언론과 여론의 비난에 못이겨 20일 이를 번복하고 예전의 차를 그대로 쓰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어 버렸다. 도지사가 경남도청 회의실에서 고급승용차 구입에 대한 사과와 해명을 했지만 아직도 비난 여론은 경남도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기자는 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다가 문득 지난 일이 떠올랐다.

김태호 경남지사가 처음 도지사가 되어 부임했을 때다. 도지사는 부임하자마자 경남도청 각국 공무원들에게 '경남도청이 망하는 법'에 대해서 분석해 찾아오라고 지시했다.

당시 '도청이 망하는 법'은 곧 언론에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었다. 그만큼 이 지시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당시 이 지시는 공무원들에게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경남도청을 만들어보자는 도지사의 참신한 의지가 들어있다고 평가받았다.

반응은 뜨거웠다. 40대의 젊고 패기 있는 도지사를 맞아들인 경남도청 각국 공무원들은 지시에 따라 그동안 자신들이 느껴왔던 경남도청 현 문제점을 적어내기 시작했다. 그런 공무원을 보는 도민들도 "이제는 뭔가 도청에 새 바람이 불겠구나"며 기대를 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아쉽게 실망으로 돌아왔다. 바로 '경남도청을 망하게 법'을 과제로 낸 경남도지사 즉, 새로운 변화의 주인공이 '고급관용차 구입파문'으로 비난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또 기자는 도지사를 처음 만난 순간을 기억한다. 기자는 작년 9월 13일 김태호 지사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굳이 참석하지 않더라도 도지사의 100일 기자회견 보도자료를 받아볼 수 있었지만 40대의 도지사가 과연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의 열정과 의지를 몇번 들어왔던지라 꼭 한번 만나봐야겠다는 뜻에서 참석하게 되었다.

이 날은 20대 후반의 기자에게도 도지사와의 첫만남이었던지라 무척 긴장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역시 도지사는 기자의 기대대로 씩씩한 태도로 취임 이후 100일간의 성과에 대해서 얘기해 주었다. 기자는 경남도에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그 와중에도 도민의 생각을 듣고자 노력했다는 도지사의 말 속에서 '아, 이 사람은 정말 됐구나'하는 신뢰감을 얻었다.

특히 기자회견이 끝나고 당시 프레스센타에 와 있는 모든 기자들과 악수를 나눈 후 방송국 카메라 보조스탭들에게도 하나하나 친절하면서도 힘찬 악수를 권하는 도지사의 뒷모습은 아직 '초짜'인 기자에게도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그러기에 이번 고급승용차 구입 파문은 기자 개인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실수할 때도 있고 다시 그 실수를 바탕으로 재출발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그건 40대의 도지사에게도 마찬가지다. 그에게는 이번이 도약의 기회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 하나는 실수를 했을 때 인정하고 책임을 질 줄 아는 자세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

도지사는 21일 고급승용차 구입에 대해 "하루 3~4시간씩 차 안에서 업무를 보는 것이 일상화되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은 발언인 것이다.

정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면 그런 해명을 할 필요도 없다. 차라리 고급차 구입에 누가 개입했는지를 밝히는게 우선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고급승용차 사후 처리과정이라도 투명했으면 한다. 언론에서도 이미 다룬 내용이지만 지난 6일 고급승용차 에쿠스와 함께 구입한 업무용 차량(2300cc)을 도지사 부인이 사용했다는 부분도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로 남아 있다. 내구연한이 남았음에도 굳이 구입하게 된 까닭이 무엇인지 밝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 기자를 포함해 도민, 네티즌들의 눈이 경남도지사에게 쏠려 있다. 주제넘게 하나 더 주문한다면 지금이야말로 '경남도청 망하는 방법'을 되새겨 보라고 권하고 싶다. 모든 해답은 이미 거기에 다 적혀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레이크뉴스(www.break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정연우 기자는 현재 브레이크뉴스 부산주재기자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레이크뉴스(www.break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정연우 기자는 현재 브레이크뉴스 부산주재기자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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