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산 산행에 의젓하게 걸었던 누나 김해강이는 2001년 1월 14일 생이다.김규환
솔강이는 깨어 있을 때는 쉬지 않고 귤, 사과, 배, 과자, 빵, 밥, 고구마 등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니 아무리 부지런히 움직여도 아이 간식 대기가 겁이 난다고 한다. 해강이는 두 오빠들과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한다.
대견한 놈들. 우린 이렇게 잘 지내는 아이들을 품 안에만 가둬 키우려 했다며 반성을 하기도 했다. 떠나면 어련히 새로운 환경에 맞춰 지낼까. 나아가 멀지 않은 때에 둥지를 박차고 훨훨 날아가 버릴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들었다.
아내와 나는 두 아이가 없는 허전한 집에서 각자 따로 생활을 하는 사람들처럼 지냈다. 아이 생각도 하지 않고 며칠을 잘 보내고 있었다. 나를 챙기지 않은 아내가 미웠지만 며칠도 참지 못하는 사람, 속 좁은 사람이라는 비난이 일까봐 꾹 참고만 있었다.
설 때 내려가서 온 가족 대상봉을 하면 되겠지. 벌써 아이들이 그렇게 컸구나. 엄마 아빠를 찾지 않는다니 섭섭하기까지 했다. 낳은 정 못지않게 키운 정도 크구나! 이래저래 힘들진대 아이들을 데려간 두 분이 고마웠다.
나흘이 지나고 나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형님과 형수님 교육 방식 차이에서 빚어진 결과인데 마음이 여린 형님은 고집쟁이이자 가장 어린 솔강이를 늘 감싸고 돌았다. 큰 아이들이 별 잘못이 없는데도 아이들을 단체 기합을 주는 바람에 반발이 시작되었다.
게다가 형수님은 평소 아이들을 엄하게 다스린다. 서서히 한계 상황에 이르렀다는 낌새가 보이자, "우리는 가끔 엉덩이에 티가 나도록 아프게 때린다"며 "그냥 넘어가서는 아이 성격 버리니까 잘못했을 때는 따끔하게 혼내 달라"고 했더니 그렇게 하겠노라고 하신다.
그때마다 형은 자신이 낳은 아이들은 함부로 대해도 한번 건너 뛴 조카는 촌(寸) 수가 한 개 늘어감에 따라 더 조심스러웠는지 어쩌지를 못하고 형수 말리기에 바빴다고 한다. 더구나 그런 형이 어느 날 밖에서 술을 한잔 하고 와서는 큰 실수를 하고 만다.
"당신 조카라면 그렇게 할 수 있겠어?"
"내가 뭘 어쨌다고요?"
"자네가 솔강이에게 너무 하는 것 아니냐고?"
"어떻게 했는데요?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오네. 그럼 이 아이들이 내 조카가 아니라고요? 내 참."
"그게 아니고 내 아이들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고?"
"내가 배가 아파 낳은 자식이라면 더 세게 때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조카여서 어르고 달래도 봅니다. 정말 안 되겠다 싶어도 솔강이를 잡을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요."
무척 섭섭했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그런 대화가 있었는지 기억조차 못하는 형님이 야속했다고 한다.
그런 대화가 있은 뒤 한글이와 세종이에게 물어봐도 얼른 아이들을 데리고 가라고 한다. 해강이와 솔강이 때문에 밖에 나가 맘대로 놀지도 못하고 방 안에서만 놀아야 하니 좀이 쑤셨으리라.
더 큰 화근은 공평하게 대하지 않아서다. 솔강이와 해강이가 잘못을 해도 9살 한글이, 7살 세종이에게 닦달을 하고, 모든 일에서 어리다는 핑계로 해강이 솔강이를 먼저 배려하니 지들 몫은 늘 뒤로 밀린다고 생각하니 오죽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