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바위 근처에서만 잠시 말똥말똥 할 뿐 졸리는지 업어달라고만 하는 솔강이 탓에 고생깨나 했던 산행이다. 한 살 차이가 이렇게 큰 지 몰랐다. 내년엔 조금 나아지겠지.김규환
다시 철쭉과 억새밭을 지나 눈길에 이르러 보니 눈썰매를 타는 아이들이 신바람이 나있다. 해강이는 몸집은 솔강이와 같지만 발걸음이 가볍다. 솔강이는 아직 평길이면 몰라도 오르고 내리는데 둔하여 한 걸음 걸음이 갓 태어난 송아지만도 못하다. 십여 분 즐기다가 포근한 기운에 스르르 잠이 오는지 업어달라고 보챈다.
아내가 먼저 업었는데 1분도 채 되지 않아 잠에 곯아떨어진다. 스스로 가누질 못하니 눈길에서 몸뚱아리를 꼭 잡고 걷느라 힘이 부쩍 들어가 있다. 형님과 두 조카는 이미 보이지 않는다. 내가 업겠다고 할 때 이미 아내 다리는 풀려 있었다. 나도 두 번째 업었을 때는 다리는 물론 어깨 힘마저 죄다 빠졌다. 목도리로 단단히 묶었지만 걸음 딛기가 온전하지 않았다.
20분이면 내려올 길을 2시간 걸려 한 아이 동행하고 자는 솔강이 열댓 번 번갈아 업고 내려오니 맥이 탁 풀린다. ‘웬수덩어리’ ‘당분간은 아이들과 산행하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나보다 더 고생하는 아내 앞에서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참고 있을 뿐이었다.
소나무밭이 나오는 걸보니 거의 다 내려온 듯 하다. 아내에게 넌지시 한마디 했다.
“솔강이 발걸음이 제대로 되려면 최소 7~8개월은 걸리겠는데.”
“그래요. 아이구 힘들어.”
“담부턴 우리 이런 생고생 하지 맙시다.”
“당분간은 산만 찍고 오는 게 좋겠네.”
기진맥진한 두 사람의 대화는 곧 끝이 났다. 대견한 해강이는 그래도 완주를 했다. 아래에선 차 소리가 부릉부릉 들린다. 우리가 쉽게 내려오지 못한다는 걸 알고 최대한 산자락에 차를 몰아 올라오고 있는가 보다. 허기지고 목마르고 다리가 풀리고 어깨 힘이 고갈된 아내와 나는 짐을 내동댕이치듯 차에 올렸다.
“엄마?”
잠에서 깬 솔강이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 웬수!”
집으로 가서 닭 한 마리 삶고 돌판 삼겹살을 구워 배불리 먹으니 꿀맛이었다. 밤새 내린 눈에 소복소복 쌓여 온 세상이 설국(雪國)이 되어 기분 좋은 아침을 맞았다.
벌써 나흘째지만 우리 부부는 허벅지 통증이 심해 걷기조차 힘들다. 이런 특별한 산행은 당분간 잊혀지지 않을 추억으로 남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