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자 조선일보 A5면 기사.조선일보 PDF
요며칠 사이 ‘박정희’ 이름 석 자가 신문지면을 온통 도배질하다시피 하고 있다. 마치 ‘죽은 박정희’가 되살아난 모양이다. 대부분의 언론이 박정희 비판하느라 난리들인데 유독 조선일보만 '박정희 감싸기'다. 한 마디로 꼴사납다.
어제 '10.26사태'를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들' 시사회가 용산의 한 극장에서 있었다. 이 영화는 그의 외아들 지만씨가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시사회 전부터 주목을 끌었는데 결과적으로 영화를 크게 홍보해줬다는 얘기가 충무로에 나돌았다고 한다. 영화를 구경한 사람들에 따르면, 박정희는 유창한 일본말에 엔카 취향 등 부정적 부분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박정희를 되살릴만한 ‘사건’이 어제 또 하나 있었다. 문화재청은 올 광복절에 광화문에 내걸린, 그가 쓴 ‘광화문’ 현판을 정조대왕의 한자 글씨로 바꿀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그의 ‘광화문’ 글씨는 고궁의 현판 가운데 하나라고 하기에는 이 글씨가 갖는 지리적 상징성이 결코 적지 않았다.
박정희의 '삼일문' 현판이 철거된 까닭
‘광화문’ 현판 철거는 몇 년 전부터 이미 거론됐었다. 몇몇 뜻있는 시민들은 그가 쓴 탑골공원 정문 현판인 ‘삼일문’을 철거해 버렸다. 대체 거기가 어디라고 일본군 장교출신인 박정희가 쓴 현판이 버젓이 내걸려 있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박정희의 ‘광화문’ 현판을 철거하는 것이 그리도 가슴이 아픈 모양이다. 오늘자 1면에서 사이드톱으로 이를 비중있게 다루고는 그것도 모자라 A5면 전면을 털어 다시 현판과 박정희 관련 내용으로 가득 채웠다.
놀라운 것은 ‘광화문’ 현판 철거와 <그때 그 사람들> 시사회가 모두 현 정권이 ‘박정희 폄하’ 목적으로 기획한 것인 양 보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일보(월간조선 포함)가 박정희 살리기에 주력해온 매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건 도가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과연 현 정권이 민간 영화사에 그런 영화를 만들라고 주문을 했을까.
얼마전 외교부는 1965년에 체결된 ‘한일협정’ 관련 외교문서를 공개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이 역시 현 정권의 ‘박정희 죽이기’ 맥락에서 이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는 뒤늦은 일이다. 외교문서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30년이 지나면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미국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다.
조선일보의 ‘견강부회’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박정희 기념관 건립 재검토, 친일진상규명법 제정, 과거사기본법 제정, 정수장학회 논란, 서울 문래공원 내 박정희 흉상 철거를 비롯해 심지어 영화 ‘효자동 이발사’ 개봉까지도 현 정권의 ‘박정희 죽이기’로 몰아가고 있다. ‘박정희교(敎)’ 신자랄 수 있는 조선일보의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 법도 하겠다.
'박정희 감싸기'는 또 하나의 역사왜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