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늘 출근길에 초록색 7016번 버스를 타고 광화문을 돌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내린다.
그러다 보면 늘 무의식적으로 웅장한 기운을 차리고 떡 버티고 있는 광화문을 바라보며 조선시대 건축물의 미와 멋에 감탄하곤 한다.
그러나 늘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다. 버스 안에서 마음속으로 "저건 아닌 것 같다. 전혀 안어울리네. 글씨도 잘 쓴 것 같지도 않은데. 왜? 우에서 좌로 쓴 그것도 한글로 쓴 글씨를 광화문 현판으로 사용했을까?" 묻곤 하였다. 정말 상식적으로 봐도 이해가 안 됐다.
물론, 한글을 경시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역사적 유물은 그 시대의 가치와 문화를 대변해야 한다. 만약 신라시대 건축물에 한글로 된 현판을 붙였다면 어떠하겠는가?
그런 궁금증이 한방에 풀렸다.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글씨라는 것이다. 난 순간 "어쩐지 그럼 그렇지" 하며 한숨을 쉬었다. 역시 무소불위의 힘과 권력을 휘둘렀던 독재자는 달랐다.
광화문의 현판을 그가 한글로 썼다는 사실을 듣고는 아연실색하였다. 아무리 대통령이라지만 어떻게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궁궐의 입구에 자신이 쓴 글씨를 현판으로 사용 할 수 있을까? 정말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독재자들의 공통적인 일 아닌가. 박정희에 이은 8년간의 독재를 한 전두환은 어떤가? 대규모 건축물 곳곳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지 않았는가?
그런 역사적인 건축물에 감히 사사로이 대통령이라고 해서 그 중요한 현판을 마음대로 써서 붙여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었다.
만약 현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한다고 하면 아마도 제2의 탄핵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정말 코미디 같은 일이다.
광화문의 현판 교체에 대해 동의한다.
경복궁은 전 세계적으로도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그런 조선왕조의 웅장한 역사적인 문화유산에 한 개인의 사사로운 기념품을 남기는 것은 역사를 욕되게 하는 것이다.
이런 역사적 시각도 중요하지만 그 현판은 정말로 웅장한 조선양식의 건축물과는 전혀 어울리지도 않고, 매우 어색하기 때문에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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