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민회관에서 열린 제5차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 사진은 중앙위원회의에 참석한 주대환 정책위의장, 이영희 최고위원, 단병호 의원,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왼쪽부터)오마이뉴스 이종호
올해 들어 민주노동당이 계속되는 내우외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당내에서는 새로 도입된 출근부 제도를 둘러싸고 상근자들이 반발하고 나서 사무총장과 간담회까지 가졌고, 윤종훈 정책연구원(회계사) 등 정책위 소속 당직자들이 잇따라 언론을 통해 지도부에 쓴소리를 던졌다.
이에 앞서 당 기관지인 <이론과 실천> 편집장 교체를 둘러싸고 정파간 갈등이 벌어졌고, 여성당직자폭행사건의 처벌 수위를 둘러싸고는 지금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외에서는 기아차 노조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다. 당이 직접 책임질 문제는 아니지만 노동자를 대표하는 당으로서 이미지 손실이 불가피하고, 당장 오는 2월 정부의 비정규직 관련 법안 임시국회 상정에 맞선 연대투쟁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게다가 권영길·조승수 의원 등은 각각 집시법·선거법으로 재판 중이어서 10석이 무너질 위기를 맞고 있다.
이같은 악재에 대해 민주노동당 내에서는 "위기까지는 아니지만 심각한 상황인 것은 확실하다"며 "당이 대중정당에 맞게 규모가 커지고 당내 구성원간의 관계도 달라졌지만 이에 대해 적응을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내우 : 계속되는 지도부에 대한 반발
최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 워크숍에서도 "최고위원들이 집권전략을 내놓아야 하고 이론적·정책적 지도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주도적으로 이같은 주장을 내놓은 김종철 최고위원은 "최고위원들이 지도부로서 정세 예측과 실천 전략을 내놓아야 하는데 이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고 정보력도 없다"며 "당의 규모나 위상에 맞게 최고위원들이 자기혁신을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창현 사무총장 역시 "그동안 최고위원들이 각자 담당 부서별 사업집행을 안건으로 논의하고 정작 원내외 전술을 주도하지는 못했다"며 "앞으로는 최고위원들이 집권 전략과 이에 따른 정책방향과 기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최근 갈등이 정파적 대립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원내외는 물론 각 당직자들과의 잦은 소통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책위 사태를 둘러싸고는 좌파 계열인 정책위 내에서도 의견차가 드러났고, 임금문제를 둘러싸고는 의원 보좌관들과 당직자의 이해관계가 다른 상황이다. 정파대립만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갈등양상인 셈이다. 몇몇 당직자는 "각 실국장이 부서별 소통과 업무조정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일부 당직자들은 지도부의 자기쇄신 가능성에 대해서 "기대하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윤철 진보정치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최고위원들이 당 중앙에서 훈련된 사람이 아닌데다 구조적으로 최고위원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며 "최고위원회가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이미 늦었고 의원단을 중심으로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환 : 기아차 노조 파문 여파...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민주노동당에게 닥친 또하나의 시련은 기아차 노조의 금품수수 문제. 민주노총에 대한 여론 악화가 당에 대한 지지도 하락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노동당사에 기아차 노조 문제에 대해 항의하는 전화도 걸려오는 상황이다.
김종철 최고위원은 "이번 사건으로 일반 국민들에게 노동운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우경화 흐름에 당이 대안없이 끌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일부 당직자 중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민주노총과의 관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명학 기획조정실장은 "민주노총이 맞을 매를 다 맞고 나면 후폭풍은 당이 안게 될 것"이라며 "민주노총과의 관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윤철 실장은 "당이 대기업 노조의 사회적 책무를 강제하는 정치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노동부문 대의원 할당 폭을 재조정하고 비정규직이 대의원으로 노동부문을 대표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단병호 의원은 "기아차 노조의 금품수수 문제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고 이번 일을 계기로 노동계가 자성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이 이후 비정규직 투쟁 등 당의 노동사업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단 의원은 "당에서 이 문제에 대해 뭘 어떻게 하겠냐"며 구체적인 대응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고, 이후 민주노총과의 관계에 대해 "당과 민주노총은 애초부터 독립적인 것이고 정책이 같을 때 같이 가는 것 뿐"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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